롯데, 특검수사 앞두고 사전정리?

서미경과 롯데그룹 사진=KBS 1 TV 뉴스화면 캡처


[투데이코리아=김창석 기자]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8)씨는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지난해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딸과 함께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후 검찰의 거듭된 소환 요구에도 불응하고 있다.


그런 서씨가 최근 자신이 지배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주식을 은밀하게 처분한 사실이 드러났다.


20일 KBS 보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원실업이 보유 중인 롯데쇼핑 지분 전량을 지난 연말 처분했다고 이 날 공시했다. 공시에 의하면 유원실업은 지난달 28일과 29일 이틀 간 보유 지분 3000주(0.1%)를 모두 장내 매도했다.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13.46%), 신동주(63)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13.45%)을 포함한 오너 일가 개인과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율에는 변동이 없다.


KBS 1 TV 뉴스화면 캡처


유원실업은 서 씨와 딸 신유미(34) 씨 모녀가 소유한 회사다.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를 통해 10년 이상 막대한 수익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나 특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롯데 측은 지난해 관련 내용이 공개된 이후 여론의 질타를 받자 유원실업과의 거래 관계를 끊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지분 매각도 이 작업의 일환인 것으로 추정된다.



귀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서미경씨


검찰은 지난해 가을 롯데 그룹에 대한 수사를 벌일 때 서씨를 소환 조사하기 위해 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서씨 보유 부동산과 주식 등을 압류하는 등 강하게 압박했지만, 서씨는 끝내 굴하지 않았다.


KBS 1 TV 뉴스화면 캡처



이에 따라 검찰은 대면 조사 없이 지난해 9월 서씨를 재판에 넘긴 상태다.


서씨에 대한 기소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이사장과 함께 증여받는 과정에서 거액의 증여세(297억원)를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를 받고 있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독점해 회사에 780억원 대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하지만 서씨는 지난해 12월에 열린 공판준비기일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공판과는 달리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의무가 없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서씨를 대리하는 변호인이 출석해 "공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는 25일 서씨에 대한 공판 준비기일이 열리는데 이 때도 서씨는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서씨가 결국은 귀국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검찰은 서씨에 대한 강제 송환을 추진 중이다.


여권법은 장기 2년 이상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짓고 기소된 경우 외교부 장관이 여권 반납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정한 반납기간 내에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여권 효력은 상실된다. 이 경우 서씨는 일본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이 돼 강제 추방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재판 불출석할 경우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해 사법 공조를 통해 강제 구인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서씨가 일본에서 강제 추방될 경우 일본법에 따라 향후 5년 간 일본 입국이 제한된다. 재계 관계자는 "딸이 영주권을 취득해 일본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강제 추방 전에 스스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늦어도 첫 공판 기일 전 에는 귀국하지 않겠나"고 추측했다.


서씨가 결국 귀국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더 큰 이유는 재산 문제다.


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총수 일가의 구체적 지분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었으나 지난해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가 드러났다.


총수일가 지분은 총 13.3%였는데, 놀랍게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씨와 그녀의 딸이 6.81%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3%로 그 뒤를 따랐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62)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은 각각 1.6%와 1.4% 보유에 그쳤다. 신 총괄회장 지분은 0.4%에 불과했다.



KBS 1 TV 뉴스화면 캡처


신 전 부회장은 동생 신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서씨 모녀에게 지분을 팔라고 제안했다가 거절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 모녀는 대신 신 회장에게 지분 매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거래는 검찰 수사로 실제 진행되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결국 서씨 모녀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씨 모녀가 거액의 세금을 내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은 탈세액을 297억원으로 법원에 기소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서씨가 변호사 통해 탈세를 인정한 금액에 대해서만 먼저 기소했다"며 "추후 국세청 국제공조 등을 통해 금액을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홀딩스 주식가치가 1% 지분에 10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서씨 모녀에게 2000억원 가까운 세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서씨가 귀국해 지분 매각 등 재산 관계를 정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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