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이미숙 기자] 드라마 '도깨비'는 인간의 삶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말한다. 전생에서부터 건너온 삶인지도 모른다고.

939년 전 고려시대의 무신 '김신'(공유 분)은 나라를 위해 한 목숨을 아낌없이 바쳐 싸웠으나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는다. 그것도 하나뿐인 피붙이, 사랑하는 누이동생이 눈 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그 칼이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며 김신은 쓰러졌다.

그러나, 그러나 너무나 많은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은 영웅이라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울음과 슬픔이 큰 산을 이룰만큼 거대했고, 사랑하는 누이동생까지도 죽게한 것이 너무나 억울한 오라버니의 애통함이 들끊어서, 그 간신을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던지 '김신'은 도깨비로 환생한다. '절실하면' 이뤄진다는 말처럼.

그렇다. '절실하면' 그 마음만큼 이뤄지는 것. 지은탁 엄마가 만삭의 몸으로 교통사고를 당해 죽을 운명이었으나 삼신할미가 가르쳐준 대로 '절실하게' 살려달라고 외쳤던 덕분에 지나가던 마음약한 수호신 '도깨비'의 도움으로 은탁이는 '기타 누락자'로 탄생했다. 드라마는 옛이야기같은 눈에 보이는 서사구조 뿐아니라 이렇게 '절실하며 이뤄진다'와 같은, 정서적 구조도 드라마 곳곳에 배치했다.

9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아 이모집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외로운 은탁이는 생일날도 쓸쓸하기 그지없다. 19살 생일날 바닷가 바람불고 파도치는 그 위태위태한 곳에서 홀로 생일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소원을 이야기하고 '후~' 하며 촛불을 끈다. "이모네 식구들 좀 어떻게 해주시고, 알바 구하게 해주시고, 남친 좀"이라고 소원을 말한다.

'남친' 소원은 은탁이가 그 자리에서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바로 '도깨비'가 눈앞에 소환되면서 이루어질 예정인 것이고, 알바와 이모네 식구문제도 차근차근 해결된다. 19살 지은탁은 정말 간절하게 살기위해 소원을 말한 거였다. 구박하는 이모네서 매일 집안일 독차지하며 살아가고, 학교에선 아직껏 혼자서 점심을 먹고, 대학엔 어찌갈 지 대책은 없는 그녀의 쓰디쓴 현실.

생일케이크의 촛불을 불면서 소원을 빌 때 정말이지 간절한 것만 빌면 이뤄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간절함은 그냥 마음만 간절한 그것이 아닌, 현실도 그것을 드러내고 있어야한다는 것. 그것이 뒷받침 되어야 진정성있는 간절함이 배어나오는 거니까.

인간은 총 4번의 생을 산다고 한다. 천년이 넘는 사랑의 염원을 갖고 있는 도깨비 커플과 저승사자 커플은 여러 생을 거듭하여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래서 사랑을 완성한다. 천년이 넘어가야 이뤄지는 슬픈 사랑.

'기타 누락자'로 태어나 귀신들도 볼 수 있는 지은탁. 그녀는 인간과 수호신 사이를 왔다갔다한다. '인간의 삶에 잠깐 신이 머물다가는 순간이 있다'는 나레이션이 드라마 중간 중간 나온다. 그 순간이란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선함'과 '절실함' 같은 것이 발휘되는 그런 순간? 드라마를 보고나니 그런 생각이 더 명확히 든다. 내가 정말 절실히 원하면 이뤄지는 거구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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