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물과 불과 정성으로 빚은 삼해주

무형문화재 김택상 장인..."적당량 장복시 소화불량 개선, 숙면 효과 있어요"
기사입력 2017.02.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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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해주 제조 과정을 재현하는 김택상 무형문화재 (사진=최치선 기자)
▲ 삼해주 무형문화재 김택상 (사진=최치선 기자)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서울을 대표하는 술 삼해주(三亥酒)는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담근 술)다. 세 번에 걸쳐, 최단 36일 최장 100일에 걸쳐 담그는 소주, 즉 증류주다. 12지신 중에서 피가 가장 붉고 맑다는 돼지가 들어간 새해 첫 돼지(亥)날 밑술을 담그기 시작해 다음 해일 또는 다음 달 첫 해일에 덧술을 담가 합치고, 또 그다음 달 해일에 2차 덧술을 담가 합친 후 숙성시켜 증류하여 만든다. 이렇게 삼해주는 정성도 많이 들어가고 맛이 좋아 조선시대 궁중과 양반가에서는 물론 조선 후기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제사와 손님 접대용으로 쓰인 최고급 술이다.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명주지만 서울 북촌에 가면 삼해주를 직접 담그는 법을 배우고 맛볼 수 있는 삼해주 체험공방이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8호 삼해주 소주장인 이동복 여사의 아들인 삼해주 기능보유자 김택상(66) 선생이 직접 가르치고 제조한다. 어머니의 뒤를 이어 삼해주의 장인이 된 김택상 전수자를 만나기 위해 북촌 공방으로 갔다.

조선시대 외국사신들이 가져가는 명주

“고려말부터 시작해서 조선시대 전성기를 이룬 삼해주는 한양 사대부집안에서 마시던 술입니다. 사신들도 중국에 갈 때 가져가는 술로 삼해주를 꼽을 정도로 명주였습니다. 삼해주는 밑술 하나로 막걸리와 약주, 소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에 3가지 종류의 술을 맛보게 됩니다. 삼해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입니다. 1년 내내 상온을 유지하는 저장고가 있다면 지금도 삼해주의 완벽한 맛을 재현 할 수 있습니다.”

김택상 씨는 술 내리는 것을 ‘도수’라 하는데 도수의 회수에 따라 막걸리(1회)->약주(2회)->소주(3회)로 만들어 진다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술을 3가지로 볼 때 막걸리는 밥, 소주는 술, 약주는 반찬으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막걸리는 밥 대용으로도 먹었던 것입니다. 금주령이 내렸을 때도 환자에게 먹일 약주를 만들게 해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인터뷰 중간에 공방 직원이 삼해주를 가져왔다. 가까이서 본 삼해주의 빛깔은 투명한 노란색인데, 사선으로 비껴드는 여린 아침 햇살을 보는 것 같다. 술잔 위로 올라온 누룩내가 코 끝에서 부유하지만 그 향이 사람을 밀어낼 만큼 역하지 않고, 사람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살짝 맛을 보니 혀를 간질이는 톡 쏘는 느낌이 있고, 쓴맛이 돌며 약간 신맛도 스치는데, 대체로 술맛이 깔끔하고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가업 잇기 위해 직장 그만두고 삼해주 복원
 

삼해주의 역사는 깊다. 고려시대 문장가 이규보가 1168년 쓴 <동국이상국집>에도 등장한다. 조선시대 문헌인 <음식디미방> <산림경제> <동국세시기> 등에도 등장한다. 20세기 초까지 술도가가 밀집해 있던 한강가 마포나루 부근의 공덕동과 아현동에서 많이 빚어지던 술이 삼해주였다.

“삼해주는 위에 뜨는 맑은 술을 약주라 하고 약주를 증류하면 삼해소주가 됩니다. 여기서 삼해 막걸리는 약주에 나머지를 물과 섞으면 얻을 수 있는데 장기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소주는 장기보관이 가능하죠. 삼해소주는 우물가의 버들가지에 새순이 돋을 무렵 마신다 하여, 버들가지 꽃을 뜻하는 유서주(柳絮酒)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일제 때도 이어져 오던 삼해소주의 맥이 끊길 뻔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었습니다. 가정에서 술 빚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니(이동복 여사)가 맥이 끊기면 안 된다면서 조심스럽게 술을 빚어왔습니다. 그러다가 서울시에서 삼해주 전통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1993년 어머니를 서울시 무형문화재로 지정했습니다. 당시 저는 직장을 다녔는데 가업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내고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삼해주 복원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대량생산 어려워, 주문판매 방식 소량생산

어머니의 뒤를 이어 무형문화재가 된 김택상 씨는 그동안 익혀 온 솜씨로 삼해주를 재현했는데 만족도는 70%정도라고 밝혔다.
“모든 조건이 맞춰질 때 저도 어머니가 만든 삼해주만큼 훌륭한 술을 빚어낼 때가 있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앞으로 좀 더 연구하고 노력하면 목표한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삼해소주는 숙성기간이 길어야 맛있는 술이고 건강주가 된다. 삼해소주는 봄에 마시는 술이란 의미로 춘주, 백일주라고도 불렸다. 우리나라 5대 명주 중 하나인 삼해주는 온도변화에 민감해서 겨울철에 빚어 봄에 마시는 게 좋다. 온도만큼 중요한 게 물이다. 그렇다고 정수기물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수돗물이 낫다. 영양이 풍부한 물이야말로 삼해주의 맛을 결정하는데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물은 암반수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삼해주의 대량생산은 어렵다. 

 “도시에서는 사실 생산 자체가 어렵습니다. 밥 짓는 것도 가스불이 아닌 장작불이어 좋고 물도 수돗물보다 지하 암반수가 좋습니다. 그리고 보관도 김치냉장고가 아닌 자연동굴이 적합합니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장소를 서울 같은 도시에서 발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명주를 만들기 위해 시골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판매는 주문판매 방식으로 꼭 필요한 분들에게만 술을 드리고 싶어요.”

적당량 장복시 소화불량 개선, 숙면 효과

좋은 술은 우리 몸에 좋은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삼해주의 효능은 무엇일까?

적당량의 삼해 약주를 장복하면 소화불량이나 속병 같은 게 어느 정도 개선된다. 또 잠자기전에 한 두잔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좋은 술을 이웃과 나누고 싶어서 삼해주 빚는 일이 즐겁다고 한다. 앞으로 계획은 삼해주를 전국 최고의 명주로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삼해주 아카데미도 열심히 해서 좋은 제자를 키우고 싶다. 현재 12기까지 배출된 아카데미 제자 중에는 미국와 일본의 교포들도 있다.       

삼해소주는 어떤 안주와 잘 어울릴까? “흔히들 소주하면 고기안주라고 생각하는데 삼해소주는 칼로리가 높아서 견과류나 과일 그리고 치즈가 어울립니다. 삼해주를 입안에 머금으면  잘익은 사과향이 나는데 이렇게 맛좋은 삼해주를 만드는 비결은 좋은 물과 불 그리고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좋은 술을 빚기 위해 누룩을 잘 만들고, 날씨와 바람 등을 고려해 술을 안치되 온도와 술독관리에도 최선을 다 해야 하는데 100일 간의 정성을 들여야 하는 삼해주는 엄정한 가풍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일본의 지원제도 부러워, 지속적인 관심필요

계속해서 삼해주에 대한 얘기가 진행됐다. 그는 삼해주에 올인 한 이유는 집안대대로 이어져 온 맥을 내가 이어받은 것일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정부의 지원이나 관심은 어느 정도냐고 물어 보았다.

“일본에 갔을 때 부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장인들에 대한 지원제도가 아주 훌륭했어요. 작업환경부터 판매 거기다 홍보까지 모든 것이 지원되는 제도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우리는 큰 전시나 이벤트 때만 관심을 갖다가 끝나고나면 나 몰라라 합니다. 점점 더 우리문화를 지키려는 장인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그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전통문화의 맥이 끊어지지 않겠습니까? 외국인들도 한국에 와서 보고 싶은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삼해주 담그는 순서

1. 밑술 만들기 The Crude Liquor
- 멥쌀을 불려 가루를 낸 후 된 죽을 만들어 식힌다
- 식힌 된 죽에 누룩을 첨가, 항아리에 넣고 2- 3일 숙성시킨다.
 
2. 1차 첫술하기 The 1st Liquor
- 멥쌀을 불려 고두밥을 찌고, 누룩과 물, 밑술을 넣어 반죽한다.
- 반죽은 하루 2- 3차례 저어주며 30일정도 숙성한다.
- 밥알이 뜨고 술이 노란색으로 변하면 1차 첫 술이 완성된다.

3. 2차 덧술하기 The 2nd Liquor
- 1차 첫술을 체로 걸러낸다.
- 찹쌀을 불려 고두밥을 찌고, 누룩과 물, 1차 덧술과 섞어 반죽한다.
- 항아리에서 30일 정도 숙성되어 찌꺼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 2차 덧술이 완성된다
 
4. 3차 덧술하기 The 3rd Liquor
- 2차 덧술 하기와 동일한 공정을 반복한다.
- 완성된 3차 덧술을 체에 걸러 항아리에 담아 30일 정도 숙성한다.

5. 약주, 막걸리 Samhae Yakju, Makkoli
- 3차 덧술이 완성되면 체에 걸러 위의 청주(淸酒)만 채취하여 약주(三亥藥酒)로 음용한다.
- 찌꺼기는 물을 혼합하여 탁주(三亥濁酒 –막걸리)로 음용한다.
 
6.소주 내리기 Distilling the Soju
- 3차 덧술에서 걸러진 청주를 전통 소줏고리를 이용하여 증류식 소주를 내려 음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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