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실망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결고 대선 불출마 선언을 전격 선언했다. 반 총장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이기주의적인 태도에 실망했고 자신의 순수한 뜻이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1월12일 귀국한 후 여러 지방 도시를 방문한 후 다양한 계층의 국민들을 만나고 민심을 들을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한 종교사회, 학계 및 정치분야의 여러 지도자를 두루 만나 그분들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만난 모든 분들은 이 나라가 정치, 안보, 경제, 사회의 모든 면에 있어서 위기에 처해있으며 오랫동안 잘못된 정치로 쌓여온 적폐가 더이상은 외면하거나 방치해둘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들을 토로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인한 국가 리더십의 위기도 겹쳤습니다.

경제 위기라는 난국 앞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들이 맡긴 의무를 저버리고, 목전의 이해관계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여 많은 분들이 개탄과 좌절감을 표명했습니다.

제가 10년 간 나라 밖에서 보인 우려가 피부로 와닿는 시간이었습니다. 전세계를 돌며 성공한 나라와 실패한 나라를 돌아보고 그들의 지도자들을 본 저로서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데 미력하나마 몸을 던지겠다는 일념에서 정치에 투신할 것을 심각히 고려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분열된 국론을 모아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협치와 분권, 정치문화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말씀 드린 것입니다.

이것이 제 몸과 마음을 바친 지난 3주간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순수한 포부를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정치교체의 명분은 실종되면서 오히려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은 국민들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습니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현 상황에 비추어 저는 제가 주도하여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의 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습니다.

저 자신에게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결정으로 그동안 저를 열렬히 지지해주신 많은 국민 여러분과 그간 제게 따뜻하게 함께 가까이서 일해 온 많은 분들의 실망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하며 어떤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안고 있는 문제들은 '나 아니면 안된다'는 유아독존식 태도를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후세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10년 동안의 유엔사무총장의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 헌신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가정에 부디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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