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협조거부,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부상한 황 대행 행보에 영향 미칠까

예상했던 대로 무소불위의 청와대 방패는 견고했다. 3일 오전 10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 집행은 결국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청와대 앞 특검차량. 특검은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그동안 최순실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서 활용하려던 특검의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특검은 3일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3개의 영장을 들고 청와대를 찾았지만 청와대는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와 111조(공무상 비밀과 압수)를 근거로 압수수색 집행을 거부했다. 특검은 5시간여 만에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 특검의 입장에서는 이미 청와대의 버티기를 충분히 예견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특검은 청와대가 거부할 경우 강제집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제 집행에서 실패한 특검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결국 황교안 대통령권대행을 통한 우회로와 여론전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황 대행의 재가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황 대행 측은 "대통령비서실장, 경호실장이 관련 법령에 따라 특검의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에 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법령'을 내세워 사실상 협조 거부의사를 밝힌 것이다.

특검의 수사연장 역시 황 대행이 키를 쥐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서는 황 대행의 결심이 우선되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시스템은 특검보다 청와대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는 특검의 압수수색 집행 시도에 대해 "무리한 수사를 실시하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므로 심히 유감"이라며 "불소추특권은 대통령이 재직 중 국가를 대표하면서 그 신분과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헌법상 보호조치"라고 주장했다. 향후에도 특검의 경내진입 불가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렇게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난항을 겪으면서 남은 방법은 여론에 기댄 청와대 압박과 검찰과 마찬가지로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는 방안이 남아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여론을 의식해 압수수색에 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청와대 경내진입을 시도했던 검찰 특별수사팀의 임의제출 선례가 가장 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임의제출의 경우에도 청와대의 비협조가 예상되는 만큼 얼마나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청와대가 보안 등을 이유로 내세워 검찰 때와 마찬가지로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자료들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압수수색 대상장소가 10곳이 넘는 만큼 자료의 양도 방대한데다, 청와대가 이를 선별한다는 구실로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형식적인 퍼포먼스에 그칠 공산이 커진만큼 황교안 대행의 정치적 부담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과 함께 여권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르자 야권의 집중포화가 시작되었다.

실제 이날 야권은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을 일제히 질타하면서 황 대행이 특검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간 국정을 농단하고 헌정을 유린했던 세력들이 검찰수사도 거부하고 특검도 거부하고, 탄핵 재판을 지연시키려 해서 정당한 법 절차를 방해하고 그 것을 통해 탄핵을 모면하고 사법처리를 모면하려는 행태를 하고 있다"며 "황 대행은 즉시 청와대가 협조하도록 직권을 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황 대행은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에 협조하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해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법과 원칙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뜩이나 황 대행은 박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총리이자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에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 특검의 압수수색에 대한 비협조는 여론 악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또한 대권주자로서 지금의 여론을 무시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 앞으로 황대행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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