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총력’ 文공약과 상충,...인터넷은행 반쪽 출범 초래

황창규 KT 회장


[투데이코리아=김창석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달 중 K뱅크를 시작으로 본격 영업에 나서지만 야당의 ‘은산(銀産)분리 규제’ 프레임에 갇혀 ‘반쪽 출발’이 불가피하게 됐다. 유력 야권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재벌 개혁’을 외치는 가운데,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활주로”라고 밝힌 문 전 대표의 정책 방향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KT(회장 황창규)가 주축인 K뱅크가 지난해 12월 1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으며 1992년 평화은행 후 무려 24년만에 새로운 방식의 은행 탄생을 알리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핵심인 카카오뱅크도 올해 1분기 본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지만, 핵심인 은산분리 원칙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팽팽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꿈이룸학교에서 인이어마이크를 착용한 채 기조연설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에 맞춰 애플공동창업자인 스티브잡스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인터넷전문은행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주장과 굳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은 기정사실이며, 국내 핀테크 사업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전제는 모두가 공감한 상태지만 최초 발화점에 대한 인식은 각자 180도 다르다.


지난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전해철(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은산분리, 원칙인가? 족쇄인가?’라는 주제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의 핵심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축은행 사태를 사례로 들어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주주(재벌)의 사금고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예외로 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해 경영할 수 있도록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한도를 4%로 제한한 현행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재벌의 사금고화 방지를 위해 ‘총수 있는 대기업집단’의 은행 지분 소유금지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 특별법도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관련 법을 논의할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민주당 간사인 이 의원이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데다, 전 의원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재벌개혁 의지 표명이라는 정치적 이유 때문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앞서 10일 문 전 대표는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 된다”며 “금산분리를 통해 재벌과 금융을 분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진보성향 학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조차 “진보진영도 이젠 30년 넘은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은산분리는 중요한 원칙이지만 한 자도 고칠 수 없는 금과옥조도 아니며,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잠재력을 지닌 인터넷전문은행을 시도도 안 해보고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