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원 초콜릿, 6천만원 시계 등 상위 1%의 이벤트

오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본격적인 상술경쟁이 시작됐다. 유통 업체들이 ‘데이마케팅’의 일환으로 각종 행사와 프로모션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데이 마케팅’이란 특정 일을 골라 관련 업체들이 하는 홍보활동을 말한다. 매월 14일의 경우 10대들이 주도하는 기념일이라고 해서 흔히 ‘포틴데이’라 부른다. 기존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밸런타인데이’를 본 딴 것으로 1990년대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이어리데이(1월 14일)와 화이트데이(3월 14일), 블랙데이(4월 14일), 로즈데이(5월 14일), 키스데이(6월 14일), 실버데이(7월 14일), 그린데이(8월 14일), 포토데이(9월 14일), 와인데이(10월 14일), 무비데이(11월 14일), 머니데이(12월 14일) 등 매달 14일이 모두 기념일로 정착됐다.

그중 이달에 있는 발렌타인데이는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이라는 의미가 있다.

일본 제과업체들이 만들어 한국에 유행시킨 밸런타인데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인식해야 할 역사적 사실이 묻혀버렸다.

바로 2월 14일은 대한민국 국권 침탈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은 날이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 잠입해서 이토를 사살하는 데 성공한 안 의사는 현장에서 체포됐고 일본 측에 넘겨져 뤼순(旅順) 감옥에 갇혔다. 그리고 1910년 2월14일 사형을 선고받았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의 윤원태 사무국장은 “2월 14일이 선생님의 사형선고일이지만 그보다 3월 26일 순국일이 더 중요하고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또 “안 의사는 그해 3월26일 순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동양평화를 위해서 만세를 부르고 싶다고 했으나 끝내 부르지 못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며 “이런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일본과 한국 식품업계 등이 매년 대대적으로 벌이는 발렌타인데이 상술 때문이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밸런타인데이 대목'을 노린 유통업계는 몇만 원대에 달하는 고급 초콜릿을 비롯해 케이크, 쿠키, 와인, 화장품 등 연인들이 선물로 고를 만한 상품을 대거 선보였다. 다양한 할인 혜택과 이벤트도 등장했다.

서울 등 각지의 고급 호텔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 상품을 마련해 고객을 앞다퉈 모으고 있다. 고급 식사에 와인, 초콜릿을 제공하거나 꽃과 풍선 등으로 꾸민 객실을 마련하는 등 마케팅이 치열하다.

미니스톱을 비롯해 편의점에서 발렌타인데이 기획상품을 판매한다. CU는 고디바, 기라델리, 기네스 초콜릿 등 프리미엄 고급 초콜릿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압구정본점에 단 1개 입고됐으며 가격은 6천50만원짜리 시계

그밖에 부자들을 위한 밸런타인데이 행사에 나온 제품 중 '라메종뒤쇼콜라'의 햇(HAT) 박스패키지는 초콜릿, 마카롱 등 고객이 원하는 품목으로 구성하는 세트상품으로, 가격은 품목에 따라 30만~50만원대다.

'위고에빅토르'에서는 천연과즙이 들어간 '스피어 초콜릿'(72개입)을 28만8천원에 판매한다.스위스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는 올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붉은색 시곗줄에 시계의 앞면에는 다이아몬드 420개를 세팅한 특별 한정 상품을 출시했다.

압구정본점에 단 1개 입고됐으며 가격은 6천50만원이다. 이처럼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마케팅이 백화점과 길거리에 넘쳐나 소비심리를 자극 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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