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으로 소 ·돼지고기 가격도 오를 가능성 높아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정부의 생활물가 안정 정책이 무색해지고 있다. 설 전후 밥상물가 안정에 적극 나섰음에도 농 ·축 ·수산물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현실화하면서 대형마트들은 일제히 닭고기 가격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구제역까지 겹쳐 밥상물가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9일부터 닭고기 제품 판매가를 6%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 방침을 정하고 시기를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마트는 현재 4980원인 백숙용 생닭 1kg 가격을 5200~5300원대로 올리는 등 주요 닭고기 상품 가격표를 바꾼다. 이마트 관계자는 "산지가가 큰 폭으로 올라 백숙용, 볶음용 등 많이 판매되는 닭고기 품목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도 백숙용 생닭 1kg 값을 4900원에서 5200원으로 올리는 등 일부 상품 가격 조정에 들어간다.


지난해 12월 AI가 전국적으로 퍼지자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 31일 4890원까지 떨어졌던 닭고기(도계 1kg) 소매가는 이달 들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날 가격은 5073원으로 1주일 새 4%가량 뛰었다. 지난달 말까지 1000~1100원대였던 육계 1kg 도매가는 설 연휴 뒤부터 닭고기 수요가 회복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가격이 급격히 올라 결국 AI 발생 전의 1500원대를 회복했다. 불과 1주일 만에 30% 이상 가격이 오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AI 사태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구제역까지 발생한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소고기, 돼지고기 수요가 닭고기로 몰릴 경우 닭고기 가격을 추가로 올릴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문제가 불거지면 당연히 가격 변동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소 ·돼지고기 가격 역시 잠시 떨어지다 오르는 닭고기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자칫 방역당국이 AI 사태와 같이 구제역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소 ·돼지고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실제로 역대 최대 피해를 낸 지난 2010~2011년 구제역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던 2011년 7월 당시 돼지고기 가격은 1년 전보다 41.2% 폭등했다.


그밖에 설연휴 이후 식료품, 가공식품, 공산품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 가격인상 바람은 새해 들어 ‘도미노’처럼 더욱 번져나가는 추세다. 그러나 정부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불황, 실질소득 감소, 가계부채 등으로 가뜩이나 팍팍해진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가격 인상은 업계 1위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라면시장 1위 업체 농심은 자사 라면 28종 중 18종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올렸고, 베이커리 1위 업체 파리바게뜨는 전체의 34%인 19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이보다 한 달 앞선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가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했으며, 한국코카콜라는 코카콜라와 환타의 출고가를 각각 5%가량 높였다. 또 화장품 업계에서는 로레알코리아가 랑콤, 입생로랑,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자사 계열 브랜드의 판매가격을 평균 6% 올렸고, 록시땅코리아도 주요 제품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품목의 가격인상이 해당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1위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1~2개월 간격을 두고 나머지 업체들이 뒤따르는 게 그동안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맥주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격인상은 2~3위 업체가 선제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며 1위 업체가 올리면 타 업체들이 따라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최근 들어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한 제품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최근 6개월 새에만 아이스크림, 과자, 주방세제, 건전지, 생리대 등 주로 식품과 공산품 분야에서 가격이 잇달아 올르면서 주부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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