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이동중지명령' 발령, 충북과 전북 14일 0시까지 7일간 반출금지

[투데이코리아=최고운 기자] AI쓰나미가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지 얼마 안돼 이번엔 구제역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AI는 지난해 11월 발견된 이후 불과 3개월이 지나지 않아 3천만마리 이상 땅에 묻어 달걀이 금달걀이 되고 먹을 달걀이 없어서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이어 지난 8일 경기도 연천의 한 젖소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전국 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구제역이 확진된 보은의 젖소 농장에서는 항체 검사를 실시한 20마리 중 항체가 형성된 젖소는 4마리로, 항체 형성률이 20%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접종 관리가 허술했던 것이 구제역 발병의 직접적 원인으로 나타났다.

정읍 농장은 한우 48마리를 사육하는 농가로 6마리가 침을 흘리는 등 이상 증상을 보여 농장주가 신고했다. 보은 농장의 젖소 195마리는 이날 모두 살처분됐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2014~2016년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5년 방글라데시 돼지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와 가장 가깝다고 밝혔다. 올해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3월 충남 홍성군에서 마지막으로 구제역이 생긴 후 11개월 만이다.

구제역이 급속도로 퍼지면 우유, 소, 돼지고기 공급에도 차질이 생겨 또 다른 ‘유통 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국내산 축산물 가격의 고공상승에 이어 구제역 사태까지 벌어지자 더욱 업체가 긴장하고 있다. 일단은 구제역 확산 우려로 소고기와 우유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육류가격 상승세는 무섭다. 앞서 3대 대형마트인 이마트ㆍ홈플러스ㆍ롯데마트는 9일부터 닭고기 제품 판매가를 최대 8% 인상했다. 이마트는 백숙용 생닭(1㎏) 가격을 기존 4980원에서 5280원으로, 롯데마트는 4900원에서 5200원으로 올렸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로 가격이 떨어졌지만, 설 연휴 이후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원상태로 회복한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번 되풀이 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게 안타깝지만, 구제역 피해 지역이 확산되고 소에 이어 돼지까지 번진다면 공급 감소로 인해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했다. 소, 돼지고기 가격이 잠시 떨어지다 방역당국이 AI 사태와 같이 구제역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급격하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국내산 대체재로 수입산을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유통가는 비상이다. 실제로 AI 확산으로 인한 계란 사태 당시 국산 계란 가격이 크게 뛰자 미국산 흰 계란이 인기리에 판매됐다.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구제역이 있었던 2010년 이후 한우의 시세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소고기 시장은 이미 수입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고기 자급률은 37.7%다. 지난해 호주ㆍ미국산 등 해외 소고기 수입량도 전년대비 21% 증가했다. 소고기 자급률이 4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36.3%였던 2003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구제역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전국에 ‘일시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전국에 구제역 스탠드스틸 발령은 처음이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100㎞ 이상 떨어진 보은과 정읍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검출돼 초기 대응이 중요한 때라는 판단하에 스탠드스틸을 발령했다”고 말했다.


스탠드스틸은 이날 오후 6시부터 8일 0시까지 30시간 동안 실시된다. 소·돼지 등 우제류의 이동이 전면 금지되며 사료 차량, 집유 차량(우유 모으는 차) 등 축산 관련 차량의 이동도 제한된다. 적용 대상은 전국 축산 농가와 도축장, 사료 공장, 축산 차량 등 22만곳(대)이다. 축산 관련 종사자의 축산 농장 출입도 금지된다. 충북과 전북에서는 타 시·도로 소·돼지 등 가축을 반출하는 일이 오는 14일 0시까지 7일간 금지된다. 방역당국은 또 전국에 사육 중인 소 330만마리에 대해 구제역 백신 일제 접종을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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