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근거 없다 '일축'..."외환보유액 3740억 4000만 달러, 경상수지 58개월흑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투데이코리아=최고운 기자]미국 정부가 한국산 합성고무에 대해 최대 44%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4월 위기설'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결정으로 LG화학은 11.63%, 금호석유화학은 44.3%의 덤핑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대미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업체들은 브라질(59.3%~69.4%)과 폴란드(40.4~44.8%), 멕시코(23.2%)에 대해서도 덤핑관세 부과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오는 4월 환율보고서에서 우리가 환율조작국이 되고 만기 도래하는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까지 겹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내용이 4월 위기설의 골자다. 정부는 “근거가 불확실한 시나리오”라고 하지만 대내외 환경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가 현실화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군다나 위기설의 배경 자체가 간단치 않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중국, 독일, 일본과 함께 한국을 잠재적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도 비슷하다. 그런 만큼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다분하며 그렇게 될 경우 우리에게도 불똥이 튈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보편적인 분석이다.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나이지라에 인도한 세계 최대 규모의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대우조선이 처한 상황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4월 만기되는 회사채 4400억원은 어떻게든 막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오는 7월(3000억원)과 11월(2000억원)에도 도미노처럼 만기분이 이어진다. 결국 한진해운처럼 대우조선 역시 파산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최근 자금지원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근본적인 유동성 해결책은 쉽지가 않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인 셈이다. 게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중국의 사드 보복, 소비절벽 등이 맞물려 위기설은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일 대우조선이 회사채 상환에 실패하면 결국 금융권 부실과 협력업체 연쇄 도산, 증시 붕괴 등이 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출이 지난달로 3달 연속 늘어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경상수지도 지난해 12월 기준 58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근거다. 외환보유액도 1월 말 현재 3740억 4000만 달러로 넉넉한 편이라고 한다.

◇'10년주기 위기설'에 위축되는 한국 경제

4월 위기설은 이미 지난 1997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것으로 ‘10년 위기설’과도 연결돼 있다.

지난 13일엔 일본 니케이 미디어로 넘어간 <파이낸셜타임스>가 "진짜 환율조작국은 중국과 일본이 아닌 대만과 한국"이라면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8%에 육박한다"는 공격적인 보도를 했다. 이 때문에 오는 4월 트럼프 정부의 재무부가 중국이나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의 통상법에 따라 일방적인 가혹한 보복조치가 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폭락하고 달러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증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여기에 미국의 4월 북한 선제공격설이 흘러나왔다.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트럼프가 즉각 "우리는 (북한을)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대두된 것이다.

하지만 4월 위기설을 현실화 시키는 악재는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국내 상황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탄핵정국이 4개월 가까이 계속되면서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고 꽁꽁 언 내수시장으로 4월 소비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11~12월 2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소비절벽'까지 가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설 효과가 끼어 있긴 하지만 지난 1월 국내 카드승인액, 할인점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7.1%, 13.4% 각각 증가했다.

아울러 정부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조기 재정집행을 진행하고 있다. 보통 재정이 민간에 2~3개월 격차를 두고 흘러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비를 견인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내수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기대선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87년 이후 대선과 그 직전 해의 거시경제 지표를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경제성장률과 민간소비 설비투자가 0.5~4.0%포인트 감소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제주체들이 소비 및 투자를 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는 가계소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계 소비 심리가 위축되기보다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소비가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16대(2002년), 17대(2007년) 대선 때도 민간소비가 늘어난 바 있다. 더군다나 올해 만일 조기대선이 실시될 경우 새 정부가 빨리 들어서서 경제심리가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4월 위기설'이 확산되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불확실성이 큰 것은 맞다"면서도 "4월 위기설에 동의하기 어렵고, 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어려움에는 대책을 마련하고 위기가 되지 않도록 잘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4월 위기설'의 근거가 되는 악재들이 불거진 배경의 공통점은 '위기 컨트롤타워 부재'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러 가지 대내외 변수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정부가 없는 나라에 조기 대선으로 신뢰할 만한 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한 앞으로 위기설은 계속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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