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창석 기자] 18일 EBS '주말 세계의 명화'는‘K-19 위도우메이커’가 방송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 리암 니슨 두 남자는 각자의 입장에서 정치적 계산, 리더로서의 책임감, 함장으로서의 고뇌 등을 모두 끌어안고 다른 형태로 갈등하거나 의견을 모은다.


낙하산 함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싶은 알렉세이는 더욱 강경하게 자신의 능력과 위엄을 과시하려 하고 은근히 함장 자리를 뺏겼다는 불만을 품은 폴레닌은 알렉세이의 과한 행동력을 고까워한다. 어디도 도망칠 수 없는 완전한 밀실에서 두 리더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선원들은 불안과 무력감에 휩싸인다.


이 영화가 던지는'위기속 리더십'이란 명제는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과 유사한 위기 속에 진정한 리더십이란 어떠한 가를 생각하게 해 준다. 감독 캐서린 비글로는 섬세한 고증을 거친 세트와 현장에서 촬영을 감행했음에도 물리적 스펙터클에 의존하는 대신 두 가지 리더십이 맞붙는 드라마에 치중해 감정적 갈등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다.


실화를 바탕에 두긴 했지만 ‘K-19 위도우메이커’는 영화적 모험 대신 할리우드식 영웅주의와 안정적인 드라마를 택한다. 영미권 배우들이 영어로 소련 장교 연기를 하는 것도 배우들의 호연과 관계없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감독의 선택은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겠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28년 동안 숨겨진 냉전 시대의 비밀. 1961년, 소련은 자국 최초의 핵잠수함 K-19을 완성한다. K-19은 진수 과정 중 ‘widowmaker(과부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저주받은 잠수함이었다.


K-19은 핵미사일 발사 테스트 임무를 받고 출정한다. 국가는 원래 잠수함을 몰던 함장 폴레닌 미하일(리암 니슨)을 부함장 자리에 앉히고 알렉세이 보스트리코브(해리슨 포드)를 새 함장으로 임명한다.


연대 의식과 수평적 리더십을 견지한 폴레닌과 달리, 완고한 군인인 알렉세이는 수직적 상하 관계, 국가에 대한 충성심, 강도 높은 훈련을 중시한다. 설상가상으로 알렉세이는 원자로를 책임질 담당관으로, 성적은 우수하지만 경험없는 청년 바딤 레드친코(피터 사스가드)를 기용한다. 폴레닌은 불안해하지만 상관의 명령을 따른다.


알렉세이와 폴레닌은 출정 무렵부터 성격 차이로 숱한 갈등을 빚는다. 알렉세이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잠수함과 선원들을 한계로 몰아가는 고강도의 훈련을 거듭하고 폴레닌은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하는 알렉세이의 리더십을 납득하기 어려워한다. 극도로 긴장된 상황에서 발사 테스트에 성공한 뒤 알렉세이와 폴레닌, 선원들은 기뻐한다.


그러나 항해 도중 노르웨이 해안 근처 북해 한가운데에서 원자로 냉각기에 균열이 생긴다. 원자로의 온도가 마구 올라가고 선원들은 두려워한다. 위치는 NATO 기지로부터 1마일 남짓 떨어진 곳, 함내의 핵미사일이 폭발하기라도 하면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정도의 위기다.


하필 본국과의 교신마저 끊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알렉세이와 폴레닌은 피폭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2명이 한조로 10분씩 원자로 내부로 들어가 냉각수를 공급해 온도를 낮추자는 대안을 내놓는다.


몇몇 선원의 희생 덕에 가까스로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는 했지만 심각하게 퍼져버린 방사능으로 인해 이미 잠수함 내부는 오염될 대로 오염된 상태다. 피폭 정도가 심한 선원들은 실시간으로 죽어가고 있고 원자로는 다시 망가져 버린다. 폴레닌은 근처에 있는 미군에게라도 구조 요청을 하자는 의견을 피력하지만 알렉세이는 비밀리에 건조한 잠수함과 군사 기밀을 미군에 내줄 수는 없고, 다시 원자로를 수리하려면 잠항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앞날이 불안해지자 잔뜩 흥분한 일부 선원들은 알렉세이에게 반기를 들고 총으로 그를 위협해 지휘권을 박탈한다. 그들은 폴레닌에게 새 함장이 되어달라고 하지만 폴레닌은 함내 질서를 어지럽힐 수는 없다며 쿠데타를 일으킨 선원들을 진압하고 무장 해제한 뒤 알렉세이에게 다시 함장의 권한을 돌려준다.


알렉세이는 폴레닌의 의견을 들어 선원들을 감정적으로 설득하고 K-19은 잠항해 원자로 수리에 성공한다. 알렉세이는 남은 선원들의 목숨이라도 살리고자 미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선원들이 전부 미군의 배에 옮겨 타고 나면 자신은 함장으로서 미군엔 내줄 수 없는 K-19과 함께 가라앉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운좋게도 소련의 구조정이 K-19을 먼저 발견해 모두 구조된다. 원자로를 수리한 7명의 선원은 얼마 가지 않아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사망했고, 다른 선원들도 오염 정도가 심각해 오래 살지 못하고 대부분 죽고 만다.


알렉세이와 폴레닌, 남은 선원들은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동료의 묘소를 참배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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