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으로 대출자 몰려, 여신 잔액 43조4천646억원 증가세 뚜렷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3월부터 사실상 의무화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은행문턱을 높여 서민들의 부담을 더욱 증가 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계부채 관리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능력만큼 빌리고 나눠서 갚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주택담보대출의 소득 심사를 강화하고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사실상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하는 이유는 본격적인 금리인상을 앞두고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묶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010년 843조1천896억원, 2011년 916조1천622억원, 2012년 963조7천944억원, 2013년 1천19조405억원, 2014년 1천85조2천592억원, 2015년 1천203조992억원, 2016년 9월 말 1천295조7천531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이미 1천300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6.4%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5년 10.9%로 확대됐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은 10%내외로 예상된다.
올해도 가계부채는 최대 1천500조원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고 한계가구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이전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돈을 빌려주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도록 한 것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p) 오르면 잠재적 위험가구가 32만4천가구에서 36만5천가구로 4만1천가구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금융부채는 54조4천억원에서 62조3천억원으로 7조9천억원 증가할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잠재적 위험가구는 소득에서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 이상이면서 금융대출이 유동자산(금융자산의 100%와 부동산자산의 60%)보다 많은 가구다.

은행, 보험에 이어 상호금융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확대되면서 대출 수요가 비은행금융기관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724조1천358억원으로 1년 전보다 87조3천515억원(13.7%) 늘어났다. 사상 최대 증가 폭이다. 비은행금융기관에는 보험, 상호금융도 포함돼 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확대되면 소득 수준이 낮거나 정기적 소득이 없는 금융소비자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받기가 쉽지 않다.

또 대출을 받으면서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해 이자만 내다가 일정 기간 이후 원금을 갚는 거치식보다 상환 부담도 커진다.

소득이 많지 않거나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 서민이나 영세 자영업자가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기 쉽지 않고 기존 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을 구하기도 더 어려워진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대출문턱이 높아지면 신용도가 낮고 소득이 적은 취약계층은 돈을 빌릴 수 있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로 몰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면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금융사를 찾을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금융권은 저축은행, 신용카드, 대부업체 등이다. 이들 업체는 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을 많이 취급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으로 대출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43조4천6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5%(7조8천808억원) 늘었다. 이는 2004년(24.0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상호금융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확대돼 풍선효과가 어느 정도 축소는 되겠지만, 저축은행 등으로 풍선효과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위험한 것은 저축은행, 신용카드, 대부업체의 대출금리가 은행, 상호금융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이들 업체에서 발생한 대출의 연체가 커져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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