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3일 오후 자살보험금 미지급 보험사 제재심 열어 징계수위 결정



[투데이코리아=김창석 기자] 금감원이 보험왕의 불완전판매 여부와 관련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머니투데이가 23일 단독보도했다. 여기엔 금감원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인 삼성생명,교보생명,한화생명에 대한 제재성격도 띠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머니투데이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생명·손해보험사 50여곳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 중 연간 계약규모가 많은 고액 설계사를 대상으로 영업실태 점검을 시작했다.


각 보험사는 금감원이 준 35개 체크리스트와 보험사 자체적으로 선정한 15개 체크리스트를 합쳐 총 50개 항목에 대해 고액 설계사를 대상으로 자체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점검을 실시한 뒤 설계사별로 점수를 매겨 오는 4월까지 금감원에 통보해야 한다.


조사 항목에는 △보험료 횡령과 유용 △특별이익(리베이트) 제공 △허위·가공·경유 계약 등 모집질서 위반 △내부통제 위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왕'들이 보험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실적을 늘리려 불완전판매를 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매년 연도대상을 열어 실적이 좋은 고액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해외여행이나 상금을 내걸고 보험왕 상을 주고 있다"며 "설계사들이 보험왕이 되려고 무리하게 영업한 것은 아닌지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에서 점검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는 생보사는 11만명, 손보사는 8만명 등 총 19만명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매년 2~3월께 연도대상을 열어 실적이 좋은 순으로 보험왕 상을 수여해왔다. 대형사의 경우는 연간 신규 실적이 50억원이 넘는 고액 설계사가 수십명에 달한다. 보험왕들은 수수료 수입만 연간 수억원에 달하고 개인비서를 둘 만큼 왕성한 영업활동을 한다. 보험사들은 이들을 '여왕'으로 부르며 특별 관리한다.


문제는 설계사들이 보험왕이 되려고 허위계약을 작성하거나 계약 성사를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설계사들이 무리하게 영업하다 제재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3년에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보험왕이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리됐지만 금감원은 2013년에 보험왕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금감원은 오는 4월말까지 실태조사를 벌인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보험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문제의 보험왕이 소속된 영업점에 대해서도 검사를 나가기로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무리하게 영업하는 설계사가 있을 수 있지만 성실하게 영업하는 보험왕들은 이번 조사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경기 부진으로 영업이 어려운데 더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자료


한편 3년여간 끌어온 자살보험금 논란이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를 열고 재해사망특약의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3곳에 대해 징계수위를 결정한다.


재해사망특약 상품을 판매한 14개 생명보험사 중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제외한 11개 사는 모두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3개사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고 버텼다. 다만 보험업법상 약관 위반에 대한 제재 조항이 생긴 시점을 기준으로 일부는 소멸시효가 지난 건도 자살보험금을 지급했다.


제재심의 관건은 제재 수위다. 금감원은 이미 해당 생보사에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상태다. 기관에 대해서는 영업 일부 정지에서부터 인허가 취소까지, 임직원에 대해선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까지 예상제재 범위를 통보하고 해당 보험사의 소명을 들었다.


특히 이번 제재심에서는 대표이사까지 징계 대상에 포함돼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대표이사가 주의보다 더 높은 문책경고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되고 해임권고를 받으면 이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난다.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 1월 임기가 만료됐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오는 3월에 끝난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김 사장과 신 회장은 중징계를 받을 경우 당장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처지다. 다만 중징계는 금융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종 징계 확정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금감원이 이미 엄중한 제재를 공언한 데다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한 생보사들도 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징계 수위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해당 생보사들은 징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 파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단, 이날 제재심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보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제재심은 12명의 민간위원 중 6명이 선정돼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데 민감한 사안은 결정을 바로 하지 못하고 '장고'를 하는 경우도 많다. 제재심은 매월 첫째, 셋째주 목요일에 열린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KB금융지주 전·현직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제재심 등도 수차례 연기된 바 있다"며 "제재 대상에 대표이사가 포함된 굵직한 사안인 만큼 한번에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자살보험금 논란은 2014년 금감원이 자살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ING생명을 제재하며 불거졌다. ING생명을 비롯한 생보사들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수차례 법정공방을 거친 끝에 '빅3'가 최종 제재심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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