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최종 확정 '주목'...교보 신창재 회장은 연임

김창수(좌)삼성생명,차남규(우)한화생명 대표


[투데이코리아=김창석 기자] 논란이 된 미지급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 결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대표이사에게 중징계인 문책경고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연임이 어렵게 됐다. 임기가 내년 3월인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이후엔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다.


반면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자살보험금 전체 계약 건(1858건, 672억원)에 대해 지급하겠다고 밝힌 교보생명은 중징계를 피했다. 경징계인 주의적경고를 받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생명 김창수 대표·한화생명 차남규 대표에게는 문책경고를, 교보생명 신창재 대표이사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의 제재를 내렸다.


또 삼성생명에는 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를 할 수 없는 영업 일부정지 3개월, 한화·교보생명에는 각각 2개월, 1개월의 영업 일부정지 처분을 결정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의결 사항을 금융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다. 문책경고가 확정될 경우 연임은 물론 3년간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되는 만큼 김창수 사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주의적 경고를 받은 신창재 대표는 회사 CEO 자리를 지키게 됐다. 이날 오후 11시 가까이 이어진 제재심의에서 삼성생명은 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 정지 처분을 3개월, 한화생명은 2개월, 교보생명은 1개월을 받았다. 금감원 제재 결정은 금감원장 결재나 금융위원회 부의를 거쳐 확정되지만 결과가 바뀌는 경우는 드물다.

수년을 끌어왔던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는 일단 마무리됐지만 새로운 논란거리를 남겼다. 제재 당일 자살보험금 지급을 약속한 교보생명의 백기 투항책이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그동안 빅3 생보사는 굳건하게 보조를 맞췄다. 금감원의 압박에도 법적으로 행정제재를 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건(미지급 보험금의 20% 내외)에 대해서만 지급하겠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날 교보생명은 변심을 했다. 오너인 신 회장 때문이다. 다른 보험사와 달리 교보생명은 지분 33.78%를 보유한 신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말 교보생명을 비롯한 삼성·한화생명에 중징계 방침을 예고했다. 기관에 대해선 영업 일부정지부터 인허가 취소까지, 임직원에 대해선 문책경고에서 해임권고까지 예상 제재 범위를 통보했다.


교보생명이 우려한 건 임직원 제재였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간, 해임권고를 받으면 5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될 수 없다. 다음달 대표이사 임기가 끝나는 신 회장이 중징계를 받는다면 연임을 못하고 3~5년간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버지 신용호 선대 회장이 1958년 창업하고, 신 회장이 96년 회사를 물려받은 뒤 첫 경영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를 우려해 교보생명은 최근 몇 차례의 이사회를 열어 자살보험금 지급 방침을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이번주 초 열린 이사회에선 중징계 시 회사 경영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지급으로 결론을 내렸다.


교보생명은 대신 물어줘야 하는 돈은 최대한으로 줄였다. 자살보험금 ‘전액’이 아니라 ‘전체 계약’으로 한정했다. 2007년 9월 대법원 판결 이전 보험 계약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자는 안 주고 보험금만 주기로 했다. 이자는 462억원에 이른다.


교보생명의 막판 ‘변심’에 삼성·한화생명은 당혹해했다. 이날 열린 삼성생명 이사회에선 자살보험금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김창수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연임이 결정됐지만 금감원의 제재로 연임이 쉽지 않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마지막 수단으로 금감원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감독당국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까지 난 마당에 법리로만 따지면 보험사가 충분히 이길 만하다”며 “다만 감독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보험사가 소송을 실제 제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생보 3사에 대한 제재 수위를 가른 것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다.


보험금청구 소멸시효 2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주지 않은 자살보험금 규모는 삼성생명이 1천608억원, 교보생명 1천134억원, 한화생명이 1천50억원가량이다.


금감원이 중징계를 예고하자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약관을 지키지 않은 보험사들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생긴 2011년 1월 24일이나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금감원 지도가 내려온 시점을 계산해서 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는 제재를 피해 보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교보생명이 167억원, 한화생명이 160억원, 삼성생명이 400억원 등 미지급 보험금 15∼25%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금감원의 입장은 강경했다.


약관에 자살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써놨는데 실제로는 고객에게 일반사망보험금만 줬기 때문에 그 자체가 보험업법 위반이라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보다 2∼3배 많다.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에서 "회사는 약관에 피보험자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기재하였음에도 해당 보험금을 고의적으로 지급하지 않았고 재해사망보험금 부지급 사유를 설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제재심 당일날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건을 지급하겠다고 백기를 든 교보생명에 대한 제재 수위만 일부 감경됐을 뿐 삼성·한화생명은 예고한 대로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소비자 단체에선 ‘관치’ 논란은 금감원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공동대표는 “2007년 대법원 지급 판결이 나왔을 때, 2010년 표준약관을 개정할 때, 2014년 보험사에 지급 명령을 내렸을 때 등 세 번의 기회가 금감원에 있었다”며 “그때 지금처럼 엄정하게 대응했다면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