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운항 계획 '변경'…센다이서 日승객 수송키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조종사노조 강력반발 "친일기업 낙인 우려"


[투데이코리아=이재명 기자] 애경그룹 계열 제주항공이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부정기편 운항 계획을 변경했다. 방사능 노출 등 건강문제를 우려한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운항을 강행키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출발지를 후쿠시마에서 센다이로 바꾼 것이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4일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제주항공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사진)이 제주항공을 LCC(저가 항공사)에서 벗어나 국내 빅3 항공사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무리한 확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이 운항 계획을 변경하면서도 "후쿠시마 전세기 운항이 취소돼 많이 아쉽다"며 "이번 취소 결정에도 양국간 인적 교류의 초석이 되기 위한 제주항공의 한일 노선 확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도 채 부회장의 야심에 부응한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조종사노조는 "최 사장의 이번 발언으로 제주항공에 '친일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심히 우려스럽다"며 "회사의 센다이 운항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


최규남 제주항공 사장은 24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CEO레터에서 "최근 후쿠시마 부정기편 운항계획과 관련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제주항공 가족 여러분들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해 후쿠시마 전세기 운항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제주항공 내부 직원의 말에 따르면 조종사와 객실승무원들 대다수가 후쿠시마행 항공기에 탑승하는 것을 꺼려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운항이 계획된 내달 18일과 20일 스케줄이 비어있는 직원들은 이미 휴가를 내놓은 상태다.


제주항공은 매달 25일 승무원 운항스케줄을 발표하는데 이런 문제 때문에 이달은 오는 28일에나 스케줄이 확정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최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전세기 운항 취소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며 "이번 전세기는 우리 국민이 아닌 100%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단발성 상품"이라고 말했다.


또 "한일 노선은 회사가 지속 성장을 위해 반드시 확대해야하는 곳"이라며 "이번 운항 취소 결정에도 양국간 인적 교류의 초석이 되기 위한 한일노선 확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사장은 "이번 비운항 결정으로 인해 서울여행에 차질을 받으실 후쿠시마 시민들께는 죄송스럽다"는 뜻도 보였다.


제주항공 조종사노조는 최 사장의 이같은 발언들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방사능 논란도 문제거리지만 회사가 친일기업을 자처하는 것 같아 당황스럽다"며 "조종사노조는 센다이도 운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겠다"고 했다.



제주항공은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의 통계를 활용해 한일노선에 취항하고 있는 13개 항공사의 지난해 수송실적을 분석한 결과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6개의 LCC가 수송한 유임여객(환승여객 제외)은 574만5300명으로 전체 1419만5900명 가운데 40.5%를 수송했다.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이 25.4%, 아시아나항공이 20.6%를 차지했다. 제주항공은 166만명을 수송하며 11.7%의 비중을 차지해 LCC 가운데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일 노선 중 LCC 비중 증가는 적극적인 노선 개설과 증편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제주항공은 작년 인천-삿포로 노선 취항으로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 일본 6대 도시에 모두 취항한 데 이어 인천, 김포에 이어 부산발로 공급석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한국 항공사들의 부정기 항공편(전세기) 운항 신청을 모두 불허하면서 제주항공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선 제주항공은 기존 부정기 항공편 6편 등 공백타격을 오사카와 나고야 등 인기노선의 임시편 편성으로 메우기로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2015년 일본노선에 133만7000석을 공급했으며 작년엔 196만6000석을 공급해 공급석 증가율이 47%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대적인 공급석 확대에도 한일노선 평균 탑승률은 85%를 넘는 등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한일노선 시장구도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국적LCC 취항이후 일본여행에 대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환율 하락으로 인한 구매력 확대 등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환승을 제외하고 단순히 두 나라를 여행하려는 수요는 이미 LCC에 집중돼 시장 자체가 LCC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이 일본에 취항하는 외국 LCC(저비용항공사) 중에 1위에 올랐다. 글로벌 항공정보 제공업체 OAG의 최근 발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일본에 취항한 전 세계 LCC 가운데 좌석공급에서 일본 피치항공에 이어 제주항공이 2위에 올랐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인천, 김포, 부산을 기점으로 일본 6개 도시 11개 노선에 196만6000여석을 공급, 일본기점 국제선에 취항한 18개 해외 LCC 가운데 1위다. 제주항공에 이어 중국의 춘추항공과 홍콩익스프레스, 우리나라의 에어부산와 진에어가 뒤를 이었다. OAG는 보고서에서 “일본 4개 LCC의 좌석분담률이 22%인데 반해 한국 LCC 분담률은 29%에 달한다”며 “제주항공의 2016년 공급석 증가율은 47%로 일본 피치항공의 44%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제주항공은 올해도 일본노선에 대한 좌석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이미 1월부터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의 노선에 증편을 한데 이어, 주14회 운항하던 인천-후쿠오카 노선을 2월 중에 주2회, 3월 중에는 주3회 추가 운항한다. 오사카 노선도 2∼3월 중에 기존 주14회에서 주19회로 늘리고, 인천-나고야 노선은 3월 중에 주14회로 늘려 하루 두 차례 운항한다.

OAG는 전세계적으로 LCC의 수송 분담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도 국제선에서 올해 말 2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경우, 2016년 국적 LCC의 국제선 분담률이 사상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