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合從 성패 사례로 본 19대 대선 政局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맨 오른쪽)


[투데이코리아=이준호 기자] 1939년, 인류역사상 최대규모의 병력이 동원되고 최다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나치(Nazis)독일의 기세는 무서웠다. 폴란드를 단번에 점령한 독일군 기갑사단은 핀란드에 이어 프랑스까지 침공했다.

핀란드는 영토와 인구의 10여%가 독일에 흡수당하는 결과를 맞았다. 주력이 투입된 프랑스는 아예 나라가 통째로 넘어갔다.

한 때 나폴레옹 1세(Napoleon I)의 지휘 아래 초일류 강대국으로 군림했던 프랑스는 드골(De Gaulle) 망명정부만이 존속하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다.

나치독일의 파상공세 앞에 유럽은 각개격파(各個擊破) 당했다. 영국, 소련 등 소수만을 제외하고 모두 히틀러(Adolf Hitler)의 식민지가 되거나 이탈리아, 스페인처럼 동맹국이 됐다.

영국 등도 무사했던 건 아니다. 독일과 불가침협정을 맺었던 소련도 침공당해 230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영제국의 영화(榮華)를 누렸던 영국은 도버(Dover)해협에 의지해 간신히 버티면서 독일군 폭격으로 런던이 불타오르는 장면을 지켜봤다.

유럽 전역이 나치독일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멀리 미국마저도 나치독일의 동맹국인 일본제국의 진주만 기습으로 큰 타격을 입고 본토 침공 위협에 노출되고 있었다.

그런데 반전이 발생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미 대통령과 처칠(Winston Churchill) 영국 총리, 그리고 장제스(蔣介石) 중화민국 총통이 회담을 갖고 '합종(合從)'을 선언한 것이다.

이들은 미영(美英) 연합군의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및 중일(中日)전쟁 참전에 합의하고 카이로 선언을 발표했다.

튼튼한 강골(強骨)의 추축국과 덩치는 크지만 영양실조에 걸린 연합군 간 승패는 누가 봐도 추축국의 승리였다. 게다가 영국과 프랑스는 '백년전쟁'까지 벌일 정도로 '원수 중의 원수지간'이라 합종이 애초에 이뤄질 가망도 적어보였다.

하지만 합종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근대판 만리장성(萬里長城)으로 지칭되던 길이 약 4천km의 대서양방벽(Atlantic Wall)은 미영 연합군 상륙이 시작된지 단 몇 시간만에 뚫렸다. 연합군은 그 길로 프랑스를 해방시키고 베를린으로 쾌속진격했다.

아시아에서도 정세는 마찬가지였다. 중화민국이 대륙에서 일본 육군의 발목을 잡는 사이 미 해군은 미드웨이(Midway) 해전에서 일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을 극적으로 격파하고 도쿄(東京)로 나아갔다.

그 사이 해방되거나 침략 받던 국가들이 합종에 속속 참여하면서 연합군의 군세(軍勢)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했다. 결국 '제국의 심장부'는 차례차례 무너졌다. 실로 기적 같은 '합종의 승리'였다.


청와대


바야흐로 대선 시즌이 가까워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각하 또는 기각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대선은 예정대로 올 12월 열릴 가능성이 크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연상케한다.

친문(親文)이라는 거대세력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 라이벌들을 차례차례 무너뜨리면서 세를 불리고 있다.

심지어 '유언비어 살포' 등 대권(大權)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는 친문계, 그리고 마찬가지로 패권(覇權)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정복에 나섰던 나치독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율은 36.4%로 독보적인 1위를 달렸다. 반면 여권 성적표는 우울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지지율은 14.9%에 그쳤다. 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황 권한대행을 제외한 나머지 여권 주자들의 성적은 한 층 심각하다. 한 자릿수에서 헤매면서 외연확장에 실패하고 있다.

설상가상 여권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두 패로 갈리어 내홍을 겪고 있다. 반문(反文)연대 형성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복잡한 셈법에 휩싸인, 친문을 제외한 각 정파(政派)들은 좀처럼 합종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바로 '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연횡(連衡)책이 합종책을 분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술했듯 탄핵심판은 이미 각하 또는 기각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제는 각 정파도 연횡에 휘둘리는 대신 현실을 인정하고 합종에 적극 나서야하지 않을까 싶다.

합종책의 대표적 실패 사례인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에서의 진나라 통일은 합종에 소극적이었던 세력의 최후를 보여준다.

고금(古今)에 보기 드문 권력을 거머쥐고 황제에 등극한 진시황(秦始皇)은 그제서야 본색을 드러내 합종을 거부하고 여지껏 자신에게 충성하던 나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항우(項羽)의 본국이었던 초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History repeats itself)"고 했다. 돌덩이가 고층아파트가 되고 쇳덩어리가 스마트폰이 되었을지언정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人間事)는 변함없음을 생각할 때, 여권 주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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