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으로 똘똘 뭉친 이스라엘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개막전 종료 후 한국팀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서다은 기자]‘FC 바르셀로나 홈경기'에 비교될 정도로 뜨거운 고척돔의 응원 열기도 이스라엘을 막지 못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A조 개막전을 치렀다.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2:1로 이스라엘이 승리했다.

안타 8개에 볼넷 9회를 얻고 2점을 낸 이스라엘은 숱한 찬스를 놓쳤다. 하지만 제리 와인스타인 감독의 뛰어난 전략과 ‘유대인’이라는 공통분모로 똘똘 뭉친 소속감으로 '다윗이 골리앗을 치는' 기적의 승리를 얻어냈다,

제리 와인스타인 감독은 호투하던 선발투수 제이슨 마르키스를 투구수 45개만에 내렸다. 마르키스는 3이닝 동안 12타자를 상대해 2안타 3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WBC 1라운드 제한 투구수는 65개다. 보통 선발 투수는 65개를 채우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승부수를 띄웠다. 4회 한국 중심타선 상대를 앞두고 투수 교체를 택했다. 와인스타인 감독은 경기 후 "전략의 일부였다. 마르키스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대로 던졌고,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고 말했다.

자이드는 마지막 투수로 3이닝을 던지며 선발 마르키수보다 많은 개수인 투구수 49개를 기록했다. 다음날 있을 대만전 등판을 포기하고 한국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하는 투수에게 마무리까지 맡긴 것이다. 자이드는 흔들림 없이 3이닝 1안타 4삼진 무실점의 승리투수가 됐다.

와인스타인 감독은 또한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아이크 데이비스를 제외했다. 뉴욕 양키스 소속인 데이비스는 이스라엘 타선의 핵심 선수 중 한명이다. 와인스타인 감독은 "데이비스가 좌투수에게 무척 약하기 때문에 라인업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데이비스는 8회초 1사 1루 찬스에 대타로 타석에 섰다. 그리고 임창민을 상대로 우전 2루타를 터트리며 한국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마무리 오승환을 불러내는 중요한 대타 안타를 쳤다.

대다수가 마이너리그 출신으로 응원 문화에 익숙지 않은 이스라엘 선수들은 한국의 응원 열기에 주목하기도 했다. 투수 슬로모 리페츠는 "경기 환경이 공평하지 않았다"며 홈 팬들의 응원을 지켜본 소감을 말했다. 이 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만5,545명으로, 국제 대회인 점을 고려하면 그리 눈에 띄는 관중 수는 아니다.

리페츠는 "우리는 유대인으로 하나로 뭉쳐서 싸우고 있다. 이스라엘 선수로 뛰는 건 여러분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했고, 켈리는 "최약체라는 평가, 어려운 환경을 이겨 내고 승리하려 했다"고 말했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참가국 중 세계랭킹이 41위로 가장 낮은 이스라엘이 본선 데뷔전에서 한국(3위)을 꺾은 것은 다윗이 골리앗을 꺾은 것과도 같은 ‘기적적인 승리’로 평가된다.

이스라엘은 등록된 야구선수가 800명도 되지 않는 야구 불모지다. WBC 대표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28명의 선수 가운데 슬로모 리페츠(28)만 유일하게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나머지 27명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 중 최소한 한 명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을 대표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갈 곳 없는 자유계약선수(FA)와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미국과 아시아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NYT는 7일(한국시간) 서울발 기사를 통해 "이스라엘의 승리는 이 팀이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더욱 믿기지 않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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