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평등은 민주주의의 종착지



▲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2회 한국여성대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으로 행진, 도착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이준석 기자]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 1만 5천여명이 1908년 3월8일 뉴욕 러트거스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들을 기리며 작업환경의 개선, 10시간노동과 여성 참정권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여성의 날은 이와 같은 10시간 노동제와 참정권 등을 골자로 한 개선방안을 촉구한 데 뿌리를 두고 있다. 1910년 덴마크에서 열린 여성운동가 대회에서 제청돼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유엔은 1975년 세계여성의 해를 맞아 3월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고 기념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이 여성운동을 '빵과 장미(Bread and Roses)'라는 시로 표현한 바 있다. '빵과 장미'는 세계여성의 날의 상징이기도 한데 빵은 생계를 위해 일할 권리, 장미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의미한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여성 권익 증진과 양성 평등을 촉구하는 집회·행사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개최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청 다목적 홀에서 '제33회 한국여성대회'를 연다. 이번 여성대회는 1부 기념식과 2부 19대 대선 주자 초청 정책 토론회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 광화문에선 조기퇴근 행사도 열린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등 13개 여성·노동단체로 구성된 '3·8 조기퇴근시위 3시스톱(STOP) 공동기획단'은 오후 3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남녀 임금 격차 문제 의식을 행사를 연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서울(광화문광장·신촌·강남역)과 대구, 성남, 춘천 등지에서 1만여개 빵·장미꽃을 나눠주는 '여성폭력 인식 개선' 캠페인도 개최할 예정이다.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으로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괄목할만하게 향상됐다고 하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실제 한국 여성의 현실도 녹록지 않다. 경제활동 참여율은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안전성도 미흡하다.

최근 회계컨설팅업체 PwC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3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성경제활동 지수 2017'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 간 임금 격차는 한국이 가장 컸다. 남녀 간 임금 격차가 무려 36%였는데, 동일한 일을 하고 남성이 100만 원을 받는다면 여성은 64만 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조사 대상 평균은 16%로 한국은 이보다 두 배가 넘는다. 32위인 에스토니아도 29%로, 한국과 7%포인트 차이가 났다. PwC는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가 해소되려면 10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PwC가 남녀 간 임금 평등, 여성 구직 용이성, 여성고용 안정성, 정규직 근로자 여성 비율 등을 토대로 산출한 여성경제활동지수는 한국이 100점 만점에 37.3으로 32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1위보다 한 단계 밀린 것이다. 33개국 평균은 58.7이었으며 한국보다 떨어진 국가는 멕시코가 34.8로 유일했다.

지난해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도 한국은 25.0점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였다. 직장 내 여성차별의 정도를 측정하는 유리천장지수는 남녀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 고등교육 이수율, 고위직 여성 비율, 남녀 육아휴직 비율 등의 차이를 종합해 산출한다.

경제적 지위뿐 아니라 한국여성의 치안도 불안하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전국 성인남녀 7천2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 한 번이라도 신체적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의 비율은 21.3%로 5명에 1명꼴이었다.

봄을 맞아 다수의 국가에서 세계여성의 날은 첫 번째 축제로 치러진다.
1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더 나은 환경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투쟁했던 여성들.
올해로 109해째 되는 세계여성의 날은 이들의 수고를 희생을 기억하며 국내외 여성들의 현실을 돌아보고 개선 방안을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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