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공사 인허가 특혜 의혹, 호화판 논란, 6년째 흉물로 전락 공정률 45%

▲북한산 자락에 세워질 예정이던 더 파인트리 리조트의 조감도 모습


[투데이코리아=최고운 기자] 쌍용건설이 지난 2009년부터 시작해 2012년 5월 공사가 전면 중단된 '더 파인트리 앤 스파'에 대한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흉물로 전락했다.

바로 옆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우이경전철 종점부에선 7월 말 개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것과는 대조적이다. 벌써 6년째 짓다 만 5~7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열네 동이 뼈대만 드러낸 모습으로 서 있다. 건물들이 6년째 북한산 백운대, 인수봉을 가리고 있어 등산객들과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당시 홍보하던 내용을 보면 더 파인트리는 북한산 사계의 아름다움을 담아 자연과 어울리는 산장형 아스펜(Aspen) 스타일의 설계와 특급 호텔 수준의 부대시설 및 다양한 서비스로 구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중대형 이상 객실의 발코니에는 월풀 욕조가 설치되어 있어 북한산을 조망하면서 색다른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법인을 위한 최고급 연회장과 550석 규모의 컨퍼런스홀, 비즈니스센터, 세미나룸 등은 기업 및 각종 행사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전세계 26개국에서 리조트 및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트룬 골프에서 선보이는 선진국형 관리시스템인 프리베 레지던스도 제공된다.


이렇게 도시 속 고급 휴양지를 표방했던 이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이던 2009년 시행사인 더파인트리가 시작했다.

'더 파인트리'는 서울 북한산 자락에 지어지는 서울 최초의 콘도로, 전체 26만7306㎡ 부지 중 사업면적은 약 8만㎡이다. 이 중 64~504㎡로 지하 3층 지상 5~7층 총 14개 동 규모 332객실을 갖춰 사업비만 6300억원 규모였다.

그런데 2011년 인허가 과정에서 '시와 강북구가 고도 제한을 완화하고, 산을 깎는 진입 도로를 허가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11년 10월 부임한 박원순 신임 시장도 이듬해 1월 건설 현장을 찾아 "특혜가 있었는지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객실당 분양가가 20억~40억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화판' 논란까지 겹쳤다.

결국 공사는 2012년 5월 공정률 45% 상태에서 무기한 중단됐다. 분양을 하지 못한 시행사가 부도를 내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자금난에 빠졌고, 결국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인허가와 관련한 특혜는 없었다는 시 감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공사를 재개할 힘을 잃었던 쌍용건설 측은 사업의 새 주인을 찾으려고 여러 차례 공매에 나섰다. 2015년 초엔 1600억원을 제시한 이랜드와 매매 계약까지 체결했는데, 그해 말 돌연 계약이 깨졌다.

이미 사업비 3300억원을 투입한 쌍용건설 등 채권단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사업을 정리하려고 작년 말까지 총 여섯 차례 공매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리조트의 매매가는 1500억원 정도까지 떨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우이동 지역에선 '흉물'로 전락한 파인트리 사태를 풀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와 시의회는 작년 7월 전담팀을 꾸렸으나 한 번 회의를 여는 데 그쳤다. 시는 "민간사업에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사업자가 나타나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인허가 변경 등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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