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비주얼 완벽 재현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1990년대 <신세기 에반게리온>(안노 히데아키)과 더불어 국내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재패니메이션 <공각기동대>(오시이 마모루)가 할리우드에서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 마니아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였었다. 특유의 무거운 주제는 차치하고라도 그 암울한 도시의 비주얼을 어떻게 구현해 낼 수 있을까가 주된 관심거리였다.

27일 드디어 실사 영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루퍼트 센더스)이 3D 버전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할리우드의 최첨단 영화 촬영 기술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비주얼이 실사로 완벽하게 구현됐다. 실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거의 모든 장면에 CG가 입혀져 원작을 능가하는 특유의 도시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1995년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바탕으로 한다. 엘리트 특수부대인 '섹션9'를 이끄는 리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가 테러 조직을 쫓던 중 잊었던 자신의 과거와 존재에 의심을 품게 된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경계가 모호해진 세계. 심지어는 유전자까지 바꿔줄 수 있다는 광고가 횡행하는 세계. 테러리스트이자 해커인 쿠제(마이클 피트)는 사이보그 제조 기업인 ‘한카 로보스틱스’를 해킹하고 고위직 간부들을 암살한다. 쿠제를 쫓던 메이저는 그로부터 자신의 기억이 조작됐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

기억과 유전자가 조작되는 시대인 만큼 살아있는 뇌에 깃든 고스트(Ghost; 영화에서 자기 정체성으로 풀이할 수 있다)는 이제 스스로 진화해 네트워크를 통해 해킹하고 어디든 갈 수 있다. 원작은 “네트워크는 광대해”라는 대사로 심오함을 더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좀 더 단순한 대사로 대체된다.

하지만 할리우드판 <공각기동대>의 성과는 사이버펑크적인 공간을 CG로 구현해냈다는 것에 있다. 사이버펑크는 SF 소설 장르로 과학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으며 스스로 언젠가는 멸망할 것이라는 식의 태도를 가지며 배경이 되는 미래도시는 암울함 그 자체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도 과거와 미래, 동서양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고 수많은 홀로그램과 조명으로 화려함을 뽐낸다. 하지만 지상으로 내려와 보면 습기로 가득 찬 어두운 지하세계, 더러운 슬럼가를 오가는 부랑자들이 보인다.

이 영화는 스토리를 따라가기 보다는 CG가 구현해낸 미래도시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암울하고 비관적 세계관은 오히려 원작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그럴듯하게 구현해 냈다는 평가가 나올 법 하다.

영화가 시각예술이라는 점에서 <공각기동대>가 보여주는 비주얼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다. 오는 29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다.

<사진=퍼스트룩 제공>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