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군림한 세상과 마주한 ‘어느 독재자’ 이야기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제 그 최고 권력자는 죄수복을 입을 위기에 처해있다. 탄핵 정국이 한창이던 때, 권력자를 정면에 내세운 한국영화들이 연달아 개봉했고 특히 <더킹>(한재림, 2016)은 누적관객 수 500만 명 이상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이번엔 멀리 이란에서 온 영화 <어느 독재자>(모흐센 마흐말바프, 2014)가 오는 4월 6일 권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얘기한다. 권력이란 어떤 것이며 독재자의 민낯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탄핵 이후를 맞은 한국 관객들에게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되는 작품이다.

<어느 독재자>는 하루아침에 몰락한 독재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손자와 망명을 위해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며 자신이 군림했던 세상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는 로드무비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독재자의 ‘전화 명령’ 장면은 ‘권력무상’ 그리고 주인공 독재자의 앞날을 예감케 한다. 화려한 불빛의 휘황찬란한 야경이지만 전화 한 통으로 모든 불빛이 꺼진다. 이는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쥔 독재자가 하루아침에 자신이 다스리던 나라 국민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는 과정을 빗대어 표현한 것.

쫓기는 과정에서 독재자가 살기위해 우스꽝스런 가발을 쓰기도 하고 얼굴에 검은 칠을 하는 등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고 때로는 허수아비로 분장해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영화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반전은 이 영화의 최고 명장면으로 영화 관객들의 가슴 속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함께 보면 좋은 옛날 영화 두 편도 눈길을 끈다. 18년 장기 집권하고 부하의 총탄에 유명을 달리 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여성 편력과 측근들이 벌인 치졸한 권력 투쟁을 그린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2005)은 지금의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 된다.

<부러진 화살>(정지영, 2011)은 2007년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대학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자 담당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보복한 사건을 그린 영화다. 한 개인이 사법 권력에 맞선 싸움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렇듯 권력에 대한 날 선 비판을 넘어,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의 공감대를 형성시킨 영화를 감상하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사진=(주)디씨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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