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논설위원 >
연초부터 한반도 대운하 논쟁이 뜨겁다. 대선 당시의 논쟁만큼이나 뜨겁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는 대운하를 밀어 붙이려 하고 환경단체와 통합신당 등에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다 대운하를 따라 나라가 갈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반도 대운하처럼 뜨거운 감자는 '식혀서 먹는 게 최고'다. 뜨거운 감자를 덥석 입에 넣어봐야 입천장과 목구멍만 델뿐 아무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목구멍을 데면 나만 손해라는 것, 설령 감자가 식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먹어치울 사람도 없다는 것을 한나라당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측은 알아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정부가 움켜쥔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오는 4월 총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어찌보면 'BBK 이명박 특검'보다 더 시끄러울 수도 있다. BBK 특검은 이 당선자와 통합신당과의 단촐한 싸움이지만 대운하는 이 당선자와 이를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한반도운하 태스크포스팀 (FT)을 중심으로 운하추진 작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삼성 현대 등 5개 건설업체 사장들과의 만남도 있었다. 이에 일부 건설사는 큰 건설업체들이 다 해먹는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에 맞서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 등 180여개 환경단체는 경부운하 저지를 들고 나왔다. 한반도 운하 FT를 해체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발이 만만치 않다.

논쟁이 일자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국민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우리가 그냥 과욕으로 밀어 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불을 좀 끄고 보자는 것이다. 반발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한반도 운하는 이명박 당선자의 대선공약이었다. 하지만 대선 공약이라고 해서 급하게 밀어 붙일 필요는 없다. 국민 여론이 운하를 서둘지 말고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자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운하는 자칫 이명박 정부의 초기 경제 정책을 갈등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당선자 측과 환경단체 등 반대 세력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보냈던 지지가 이탈할 수도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반도 운하 문제로 반대 세력과 갈등을 빚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설령 법적으로, 힘으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갈등과 싸우는 모습은 전혀 덕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언론과의 싸움으로 임기 내내 갈등을 빚었는데 이명박 정부는 자칫 한반도 운하로 뜻하지 않은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싸움과 시비는 양쪽에 다 이득이 되지 않는다.

또 3면이 바다로 싸인 우리나라에서 대운하가 필요한지도 실제로 따져봐야 한다. 최소 15조원에서 최대 50조원까지 들어가는 것에 비해 효율성이 얼마나 될지도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공약이니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득실과 효율성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검증 결과 효율성이 떨어지면 아무리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과감히 접으면 된다. 국민들의 의견이 반반이거나 효율성이 확인되면 그 때가서 추진하면 된다. 서둘게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매듭짓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하고 다음 정부에서 매듭되어도 아무 지장이 없다. 생각을 크게 가져야 한다.

한나라당이나 인수위는 감자가 뜨거울수록 식혀서 먹어야 한다는 진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설령 감자가 식어도 누가 날름 채 먹을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뜨거울수록, 논쟁이 클수록, 서둘지 않는 것이 지도자의 길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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