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우상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서울 서대문구갑)

“2%부족한 정치인, 우상호”

우상호 의원을 인터뷰한다고 했을 때 예전 운동권에 몸 담았던 한 선배가 던진 말이다. 그 말을 곰곰 생각해보니 우상호 의원에게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소위 386 운동권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그 세대의 운동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는 시위의 선봉에 서서 대중을 선동하던 선동가로 떠올려진다. 그들이 민주화에 기여한 공에 못지 않게 '목소리 톤이 높다, 소모적인 논쟁에 강하다, 냉소적이다' 라는 일면의 그릇된(?)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그는 강한 목소리 톤도 없었고, 냉소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소위 '386정치인'에게서 느껴지는 '반질함'보다는 그가 낸 책 제목 '촌놈'처럼 질박함이 물씬 배어난다. 그는 대통합신당의 대선 경선 때 손학규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다. 당시 타 후보 진영에서 소위 '버스떼기, 박스떼기'를 할 때 일부에서 “손 캠프도 '동원'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의 목소리에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얼굴을 붉히면서도 의연히 대처했다.

최근 그는 통합신당의 대선 참패에 대한 뼈저린 반성을 해야 한다며 당의 쇄신위에 동참하고 있다. 그의 대안은 손학규 대표-강금실 공천심사위원장(선대위원장) 투톱 체제로 국민들에게 새롭게 태어나는 신당의 변화된 모습을 말로만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이명박 새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특히 'MBC민영화 추진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매일 출근하고 있다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대문 사무실에서 지난 2일 그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MBC가 현재와 같은 공영과 상업방송 사이의 어정쩡한 위상으로 있어서는 안된다며, 공영방송으로 남으려면 2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내 놓은 국가기간방송법의 통제를 받든지 MBC지분의 국민주화나 (중소)기업들의 컨소시엄으로 민영화해야한다고 했다. 우 의원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정의원의 지적처럼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 않은가? 그런 부분과 우의원이 제기한대로 한나라당이 MBC의 '에리카김 인터뷰'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추진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닌가?

▲MBC 지분 중 정부 권력으로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은 70%밖에 안 된다. 그 70%를 중소기업 컨소시엄으로 지분을 나눈다면 온전히 30% 지분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가 최대 주주가 된다. 정수장학회는 사적인 재단이므로 정부가 강제로 처분하거나 (집행을)강제할 수 없다. MBC 소유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영화) 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방송광고시장에 대혼란이 온다. 민영화되면 광고단가가 상승될 것이고 그것은 곧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판도라 상자처럼 문제가 커지는 것이 MBC민영화 방안이다. 더불어 신문방송 겸업을 풀겠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문사 방송 컨소시엄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나리오다.

그리고 무엇보다 MBC의 자산 규모가 3조에서 5조에 달하는데 새 정부가 제시한 대로 어떤 중소기업이 그 정도 회사를 인수할 자금 여력이 있겠는가? 대자본에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아닌가? 새 정부가 은행과 방송을 대자본에 다 내 준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것을 잘 아는 새정부가 이같은 말을 하는 것은 명백히 MBC 길들이기로 볼 수밖에 없다.

-MBC 노조 측은 정수장학회가 30% 주주로 남아 있어 국민주로 전환한다면 박근혜 전 대표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이미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떠난 상황이라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하는데?

MBC민영화, 대기업 장악, 정수장악회 입김 우려 커

▲형식적으로는 그렇다. 최필립씨가 이사장을 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현 이사진이 박 전대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 아닌가. 법논리상으로는 분리됐지만 박대표의 장학회다. 따라서 실질적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박 전대표가 될 수 밖에 없다. 하나. 독재정권 때 박 정권이 찬탈했다는 의혹도 있는 정수장학회에 왜 1조 가까운 차익을 실현해 줘야하는 것인가.

-새 정권이 박 전 대표를 부자 만들어 주려고 하는건 아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계산이 깔렸다고 보는가?

▲MBC 길들이기를 통한 전체 방송 길들이기다. KBS는 '인사'로 MBC는 '민영화'로 길들이기하려는 것이다. 선거 끝나자 마자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사람들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 방송 언론 장악하려고 하는 것은 5공화국식 언론관 아닌가 한다. 이 당선인이 CEO 출신이라 해도, 자신에게 비판적 보도를 막기 위해 그룹 홍보실에서 하는 식의 방식으로 언론을 관리한다면,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겠는가? 권력 활용, 압력에 의한 방송장악......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협 받는 일로 심각하게 우려된다.

-방송사 사장 교체는 역대 정권도 다 관행적으로 그랬고 노 정권도 그랬지 않았나?

▲(잠시 생각에 잠겨서)내가 기억하기로는 김대중 정부 사람을 그대로 임기를 채운 것으로 알고 있다.

-진보 논객인 강준만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방송 중립성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 했다고 지적했다. 보수 언론을 방송을 통해 견제하고자 했다는 지적인데?

▲문광위 간사로서 2년간 지켜본 바로는 그 지적은 맞지 않다고 본다. 방송은 논조의 형평성을 유지했다고 본다. 노 정권에 대한 비판이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보다 훨씬 많았다. '조중동'처럼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한나라당이 말하는 중립성이고 객관성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 나갈 계획인가?

▲언론단체, 학계, 현업 언론인들과 같이 뜻을 같이 해 나갈 것이다.

-당 얘기로 들어가 보자. 신당이 대선 패배이후 상당히 혼란을 겪고 있다. 2월 3일 전당 대회를 앞두고 소장파 중심의 쇄신위가 나서서 당대표 추대를 관철했고, 우 의원은 그 대안으로 손 전지사를 추대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정대철 고문, 김한길 의원 측 등 반대도 만만치 않다.

▲쇄신위 안이 결정돼서 8일 최고 위원회에 올라간다. 쇄신위가 만든 것은 초안인데, 중앙위원회가 당의 최고 결정기구니까 따라야한다.

-손전지사가 추대된다면 대표직을 수락할 거라 생각하나?

▲당이 합의해 (당의) 짐을 지어 줄 구원투수로 나서달라고 요청하는 것에 거절하기는 힘들것이다.

참여정부 색채 없는 손학규가 쇄신에 적합

-꼭 손학규여야 하는 것 아니지 않나?

▲지난번 선거에서 엄청난 심판을 당했고, 반성해야 하는데 그 쇄신안이 '그 밥의 그 나물'이면 (국민들이) 전혀 쇄신했다 생각하지 않는다. 외부의 메시아 같은 분들이 있다면 좋겠지만 밖에서 오시겠다는 분이 없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누군가 했을 때 가장 적합한 답이 손 전 지사다. 이분에게 정치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인데, 의사를 모아서 그분을 모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신당은 싸울 때가 아니고 당을 쇄신하고 바꿔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권력 집중도가 너무 높다. 대통령부터 서울시는 시장, 25개 구청장 모두 한나라당이고 시의원도 95%, 구의원도 65%가량 차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이에 대한 견제를 반드시 해 줘야 한다.

우리가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이런 견제가 가능하다. 그래서 합의추대가 옳은 것이다. 경선하면 지역구 후보자의 대리전이 된다. 중앙은 친노계와 DY계간의 대리전 전쟁터가 된다. 이러면 국민들은 통합신당에게 전혀 호응없다. 절대적으로 단합하고 가야 한다. 가장 조직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것인데 경선에 쇄신하자는 것은 거짓말이다.

-손 전지사로는 당 장악이 어렵다고 하는 일부 우려가 있는데?

▲지금은 당 장악이 아니라 쇄신이다. 컨셉트가 다른 것이다.

-손 전 지사에 대해서 '한나라당 꼬리표'가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나?

▲그에 대한 것은 지난 대통령 선거 경선을 통해 다 치뤘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대선 후보가 못됐던 것 아닌가.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손 전 지사는 최선을 다했다. 같은 당에서 온 김부겸 의원이나 김영춘의원에게 그렇게 꼬리표 달아준 적이 있나? 그분들도 최고위원으로 다 나갔지만 한나라당 전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굳이 손 전지사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정치적 논리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87년 진보분열 실수 되풀이하지 말고 단결하자

-추대로 대표직을 맡았던 정세균 의원이 가장 훌륭히 당 대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추대로 손 전지사를 거론하는데 손 전지사의 리더십 역량은 어떻게 평가하나?

▲개인의 장점이라면 6,7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형성된 개혁적 가치가 있다. 비록 한나라당에서 보인 것이지만 경기지사로서 추진력과 새로운 세계에 변화하는 현실감각, 능력 등이 장점이다. 특유의 친화력과 깨끗한 이미지로 수도권 유권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이분에게 기회를 줘서 당의 쇄신 기회를 줬으면 한다. 손 전지사는 일관되게 새로운 정치를 표방해 왔고 그 시도를 해 보기를 희망한다. 쇄신은 새로운 도전이다.

-강금실 전 장관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는데?

▲당 내에서 강 전 장관 선대위장이나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손 전 지사의) 보완자로서 필요하다면 공천심사위원장으로서 공천 혁명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비례대표를 신선한 중량급 인재를 모아 새롭게 당 지도부를 구성한다면 국민들도 귀 기울여 줄 것이다.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비례대표 1번에 장애우이자 여성인 장향숙 의원을 배정했다. 당시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박수를 보냈나? 당 지도부는 계파 안배할 것 아니라 외부에서 모셔서 전체적인 면모를 일신해서 한 명이라도 더 당선 시킬 수 있다면 해야 한다.

지금은 총선에서 민주개혁 세력의 역사성 단절성 이 모든 것을 같이 해야 한다. 심판을 받았으면 주도권을 넘겨줘야 한다. 기사회생하려면 어떻게 국민의 닫힌 마음을 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내 것 네 것 따질 때가 아니다. 어두운 비오는 골목에서 국민들이 마음 열어 줄 때 까지 비맞고 기다려야 한다. 비 피할까하고 정치공학적 계산하면 다 죽는다.

-단일화를 추진하던 창조한국당도 지난 대선에서 독자 출마 했지만 어쨌든 선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단일화를 또 추진할 것인가?

▲창조한국당에 대한 불만이 많다. 골목 쓰레기 치울려면 손을 더렵혀야 한다. 지금의 창조한국당의 모습은 실천적인 자세가 아니다. 분열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마지막에 문국현 후보가 합류할 줄 알았다. (진보진영은) 87년 역사적 분열 때문에 그 책임을 지고 살았다. 한번의 분열이 얼마나 오랜 기간 우리를 괴롭혔나? 그럼에도 이번에 또 분열구도에 고착하는 것이 옳은 길인가? 잘못한 것이 있다고 총선 앞두고 또 분열을 거론하는 것은 비겁하다. 역사적 책임을 지겠다면 통합해야한다고 본다. 창조한국당은 신당의 한 분파로 들어와서 본인들 정치철학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려운 때 전략적 연합을 해 온 전통이 있다. 지금은 연대의 틀을 공고히 할 때라고 호소하고 싶다.

(사진=유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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