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보고 내용이 위원장도 모르게 언론에 유출되다니...

<정우택 논설위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보고내용이 보안이 지켜지지 않고, 순식간에 언론에 새나가 이명박 당선자가 역정을 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당선자는 7일 자신에게 보고한 정부 조직개편 내용이 불과 몇 시간만에 언론에 보도되자 역정을 내고, 유출자를 찾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이경숙 인수위원장도 이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 일이 터지기 전에도 누차 인수위원들에게 입조심 할 것을 당부했다. 결정되지도 않은 개인 생각을 마치 정책인양 말하고 다니지 않도록 했다.

이 당선자는 8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수위에서 나오는 얘기는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얼마나 얼굴을 깎아먹는 일인가.

인수위원들은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 교수, 정부의 관리 또는 이명박 당선자나 하나라당의 고위 당직자들과 가까운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다.

항간에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명박 당선자는 인수위원들이 오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원 개인의 생각을 마치 인수위 결정 사항처럼, 정부의 정책처럼 말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의 보고내용 유출자를 찾으라고 지시하자 인수위원들이 말을 아끼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인수위원은 전화를 꺼놓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이라는 사람이 개인적인 생각을 떠들고 다니고, 보고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전화도 받는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해당 되는 인수위원이 과연 자격이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실제로 인수위원들이 말한 것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무슨 내용이 바뀌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신문을 보고 방송 뉴스를 듣다 보면 내용이 자주 바뀌는 것을 볼 것이다.

인수위원들은 자신을 한번 돌아봤으면 한다. 내가 한 말로 인해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지는 않는지, 내가 말한 것이 실제로 추진되고, 또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혹 인수위원이라고 해서 우쭐한 생각에 빠진 것은 아닌지도 스스로 짚어보기 바란다.

이명박 당선자가 인수위원들의 처신으로 역정을 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 당선자를 도와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일을 벌이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입이 가벼운 사람은 인수위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도 이명박 당선자를 돕는 길이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언론에 이름이 나오고 사진이 실리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그런 인수위원도 스스로 물러나는 게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일이다.

인수위에서 물러나기 싫으면 인수위 활동이 끝날 때 까지 입을 꼭 다물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 명박 당선자를 화나게 하지 않는다.


정우택 논설위원 chungwootae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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