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와 달리 값싼 욕조 설치해 주민 분노

국내 대형 건설회사가 서울의 한 지역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처음 계약내용과는 달리 값싼 마감재를 사용해 입주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곳은 현대건설이 서울 장안동에 위치한 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뒤 분양한 총 859세대의 '장안 힐스테이트' 아파트.

아파트 입주민들에 따르면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납품업체와 계약한 내용에는 욕조 설치시 보온성이 뛰어나 반신욕에 좋은 신소재 '채폼' 욕조를 설치하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값이 싼 '세라믹' 욕조를 설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 기사를 첫 보도한 YTN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욕조 납품 업체간에 맺은 계약서에 반신욕에 좋다는 '채폼'이라는 신소재로 설치하기로 적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현대건설 관계자도 "계약서상에 '채폼'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 설치된 욕조는 계약서에 명시된 채폼이 아닌 이보다 값이 싼 세라믹 제품이다.

욕조 납품 업체 관계자도 설치된 욕조가 세라믹 제품이라는 것을 확인해줬다. 두 제품은 약 3만원 정도의 가격차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YTN 화면캡쳐>

◆과거 재건축 비리 조사 받기도=

이 아파트는 현대건설이 지난 2002년 4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시영 2단지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사업승인을 거쳐 지난해 8월 입주가 이뤄졌다.

현대건설은 2006년 말 '고품격 명품아파트'를 표방하며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 공과대학과 디자인 업무 제휴를 맺고 '장안 힐스테이트'의 단지 조경과 야간 조명을 차별화·고급화한다며 유럽식 단지 조경을 비롯한 주동 출입구, 건물 외관 등에 노틸러스(Nautilus·앵무조개) 형태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모 경제TV가 주최한 '대한민국 아파트 대상'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안 힐스테이트'는 당시 총 38개 출품작 가운데 14개 평가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강북지역 재건축 단지 중 하나인 기존의 장안시영2단지 아파트를 최상의 아파트로 탈바꿈시켜 강북지역의 주거문화를 격상시켰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재건축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05년 당시 정부는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재건축 비리에 대한 검찰·경찰과 공정위의 전방위적인 수사와 행정기관의 분양승인 보류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던 중이었다.

그런 가운데 2005년 4월 서울지법 북부지원과 서울지방경찰청은 공사가 진행중인 장안시영2단지 재건축조합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 본격적인 내사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전 조합장과 전 조합 주요임원을 비롯, 시공사인 현대건설까지 재건축 추진과정에서 도시정비 및 주거환경 개선법 위반 및 업무상 배임혐의로 조사받은 바 있다.

◆"대형 건설사라 믿었는데…"=

이런 가운데 이번 '장안 힐스테이트' 입주민들이 현대건설을 상대로 당초 계약서와 다른 욕조를 설치한데 따른 불만을 제기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입주민들은 현대건설이 특허를 받은 신소재 욕조라면서 해당 욕조 납품업체와 수의계약을 했지만 실제로는 값싼 욕조를 설치하는 것을 묵인했다면서 시공사와 납품업체 간 유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당시 어떤 경위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감사팀을 꾸려 조사에 나선 상태"라고 밝히고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에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아파트 대상'에서 '장안 힐스테이트' 입주민 대표는 "조합과 현대건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오늘의 영광을 가져다줬다"며 현대건설의 시공과 결과물에 만족해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도 "모든 부분에서 토털서비스를 제공해 입주민들에게 더 좋은 아파트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해 입주민과 시공사간 상호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믿음의 관계는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 갈등으로 그간 고급 아파트에 산다는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던 입주민들은 대형 건설사인 현대건설에 대한 믿음이 깨져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에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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