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김연아가 있다면 우크라이나에는 세르게이 폴루닌이 있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카메라가 애무하듯 담아낸 세르게이 폴루닌의 완벽한 몸!”. 마이에미 뉴 타임즈가 극찬한 10자 평이다. 이보다 더 이 영화의 핵심을 짚어내는 문구가 또 어디 있을까. 영화 <댄서>(스티븐 캔더, 2016)는 19세에 영국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무용수가 된 후 단 2년 만에 탈단을 선언한 세르게이 폴루닌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우크라이나 출신에 1989년생 현재 나이 27세의 예술가를 다루는 것은 인물 다큐 영화 흐름에서 이례적이라고 할 만 하다.
▲ 영화 '댄서' 메인포스터. 사진=(주)옛나인필름 제공

발레 역사상 가장 뛰어나고 독특한 무용수로 평가받는 세르게이는 언론에 ‘배드보이’, ‘발레계 제임스 딘’, ‘파티광’, ‘약물남용’, ‘문신’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춰져왔다.


그러나 스티븐 캔터 감독이 4년 전 실제로 만나본 그는 오히려 착하고 사려 깊은 단지 잘 살아보려는 20대 평범한 청년이었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됐다. 장래가 보장된 자리를 왜 박차고 나왔는지. 그가 지금 겪고 있는 고뇌는 무엇인지.


영화는 사실적인 현재의 모습과 열정적인 춤 시퀀스, 그리고 세르게이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기승전결을 엮어 간다. 뿐만 아니라 세르게이의 엄마인 갈리나가 촬영한 어린 시절 영상들과 가족사진 등 실제 기록들이 담겨 있다.


영화 속 인터뷰에서 세르게이는 “9살 때 키예프 국립 발레 학교에 입학한 후 행복한 시절은 끝났다”고 말한다. 가족과 다시 만나기 위해 발레에 미친 듯이 몰두하고 매달렸지만 결국은 발레로 인해 헤어져야만 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은 부모님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멀리 외국에서 전해 들었을 때라고 회고한다.

영화는 덤덤하게 그의 안타까운 가족사를 그려내는 동시에 그의 예술적 재능과 춤에 대한 사랑을 묘사한 후 어떤 전율을 느끼게 하는 하나의 영상을 향해 서서히 발걸음을 옮긴다.
▲ 영화 '댄서'의 스틸 컷. 'Take me to Church' 영상의 첫 시작 장면. 사진=(주)옛나인필름 제공.

사실 전 세계에 세르게이 폴루닌 열풍을 끌어냈던 것은 호지어(Hozier)의 노래 ‘Take me to Church'에 맞춰 춤추는 4분짜리 유튜브 영상 때문이었다. 영화는 이 영상을 찍는 과정을 그대로 담았다. 그러나 영화 개봉 전에 이 영상을 연출한 데이비드 라샤펠이 감독의 의도와는 다르게 온라인에 업로드 한 것. 그 이후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조회 수가 단숨에 1000만을 넘기고 새로 생긴 팬들이 그의 춤을 따라하는 패러디 영상까지 줄을 이었다.


마치 천국을 연상케 하는 공간 속에서 중력을 무시한 채 날아다니는 세르게이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몸짓은 보는 이에게 강한 전율을 일으킬 만 했다. 이 영상은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며 공연장 앞줄에서도 느낄 수 없는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 밖 인터뷰에서 세르게이는 “이 영상을 촬영하는 9시간동안 내내 눈물이 났다. 정말 내가 발레를 그만둬도 되는지. 사실 이 순간이 발레의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감정과 내가 배운 스텝들을 다 넣었다. 20년간의 연습이 모두 담긴 작품”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의 인생은 크게 세 번 휘었다. 처음엔 가족과 떨어져 홀로 키예프에 갔을 때, 다음에는 부모가 이혼했을 때, 로열 발레단을 나왔을 때다. 그리고 그는 현재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방황하며 자기 존재를 찾으려 애쓴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보통 어떤 일이든 후회를 하지 않는다. 이미 나는 행동 했고, 그 길이 나가 할 줄 아는 길이기도 했다. 나는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 영화 스틸 컷. 세르게이와(가운데)가 부모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주)옛나인필름 제공.

영화 <댄서> 혹은 세르게이 폴루닌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가족은 늘 함께여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천부적으로 예술가일 수밖에 없는 청년의 완벽한 몸이 보여주는 그저 황홀한 아름다움이다.


오는 13일 개봉하기 전, 반드시 ‘Take me to Church' 영상을 꼭 보고 갈 것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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