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성공할까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멋진 수트 차림의 남자들이 영화관에 나타났다. 10일 영화 <석조저택살인사건>의 제작발표회가 열린 GGV압구정에 고수, 김주혁, 박성웅 세 배우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정장을 차려입고 무대에 섰다. 반면 문성근과 마지막 후반작업을 하다 참석한 김휘 감독은 편안한 차림으로 등장해 대조를 보였다.
▲ 10일 CGV압구정에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배우 (왼쪽부터)박성웅, 김주혁, 고수, 문성근과 김휘 감독(가운데)이 참석했다. 사진=노철중 기자.

영화 <석조저택살인사건>은 1947년 경성에서 시체는 사라지고 유일하게 손가락 한 토막만 남은 희귀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다.


최초 신고자의 전화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고 운전수 최승만(고수 분)을 살해한 혐의로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 분)이 체포된다. 미스터리한 석조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두고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사 송태석(박성웅 분)과 사건을 무마하려는 변호사 윤영환(문성근 분)이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진다. 한편으로 최승만이 살해되기 전까지 남도진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동안 비밀을 밝히려는 쪽과 감추려는 쪽의 팽팽한 대립이 펼쳐진다.


이제까지 한국에서는 없었던 정통 서스펜스 스릴러임을 강조하면서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특유의 긴장감을 전면에 내세워 관객몰이를 한다는 전략을 가진 영화다.


배우들의 의상에서 엿볼 수 있듯 영화 분위기는 고풍스럽다. 거대한 석조 저택, 신사들, 법률가 등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설정은 고전 필름느와르 장르의 전형이다.
▲영화 속 한 장면. 고수가 연기하는 최승만. 사진=(주) 영화인 제공.

이날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는 장르가 장르인 만큼 배우들은 말 한마디에 스포일러가 생길까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고수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조심스럽다”고 말해 평소 진지하기로 알려진 그의 모습과 잘 어울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주혁은 “석조저택 세트 규모가 엄청났다”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들어간 듯 한 느낌을 받았다”며 영화의 대체적인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어 그는 사회자(박경림)의 전작 <공조>에서 연기했던 차기성 악역과 이번에 연기한 남도진 악역이 어떻게 다른가라는 질문에 “이번엔 악역이 아니고 단지 용의자 일뿐”이라고 말해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고풍스런 분위기와는 달리 영화에는 격렬한 액션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 고수와 김주혁은 “서로 상대방이 힘이 너무 세서 연기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진짜 액션배우 박성웅이 “액션 연기는 힘을 빼고 해야한다”고 충고해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 영화 속 한 장면. 박성웅이 연기하는 송태석 검사. 사진=(주) 영화인 제공.

오직 말로써 논리적으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법정도 이 영화의 메인 무대다. 문성근은 “TV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한 경험이 이번 촬영에서 많이 도움이 됐다. 법정 세트도 고증에 의존하기 보다는 영화에 맞게 새로운 구조로 재구성해 관객들이 마치 법정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대부분의 살인 사건은 ‘치정’, ‘돈’, ‘정신병’ 세 가지 중 하나를 동기로 갖는다”며 결말에 대한 미묘한 힌트를 던지기도 했다.


이번에 변호사로 신분 상승한 박성웅은 “머릿속으로 실제로 액션을 하고 있다고 상상했다. 그만큼 법정 다툼을 몸으로 싸우듯 연기해 긴장을 많이 한 상태로 촬영했다”고 말해 법정 장면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서스펜스 소설의 대가로 잘 알려진 빌 벨린저가 1955년 발표한 소설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의 배경이 1950년대 뉴욕이 1947년 경성으로 바뀌었다.
▲ 영화 속 한 장면. 김주혁이 연기하는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 사진=(주)영화인 제공.

김휘 감독은 “해방 직후 한국은 극렬한 이념 대립과 정치적 갈등으로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서스펜스 영화의 배경으로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배경 설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시대적 상황이 얼마만큼 반영될지 궁금증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영화 <이웃사람>으로 한국 특유의 정서와 이웃사람이 가지는 이중성, 그리고 스릴러 장르로써의 미학을 완벽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두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합쳐지는 독특한 이야기 구조와 '고수 vs 김주혁‘, ’문성근 vs 박성웅‘ 연기 고수들의 캐릭터 앙상블이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에서 과연 어떤 빛을 발할 것인가가 주목되는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오는 5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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