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영장집행에 1시간30분 '공성전'.. 떳떳하지 못할 이유 있었나

▲ 검찰에 긴급체포된 고영태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 사례1. A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자수성가한 강남 주식부자'로 유명세를 떨쳤다. 많은 언론이 그의 '신화'를 앞다퉈 보도했다. A는 이를 바탕으로 저변을 점차 넓혀나갔다. 자연히 더 많은 자본이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A는 2016년 9월 돌연 검찰에 체포돼 구속됐다. 혐의는 '사기'였다. 검찰에 따르면 A는 유료회원을 모집한 뒤 대출까지 알선하면서 비상장 장외주식을 사도록 유도해 상장 시 '100~1000배 수익'을 보장했다. 혹시나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그 주식을 자신이 다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휴지조각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빚더미에 앉아 파산으로 내몰렸다. 피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검찰 체포 전까지만 해도 언론이 '쉬쉬' 했기에 A는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신화적 인물'이었다.


# 사례2. 2012년 3월 라면 생산업체 S사는 10년 전부터 라면업체들이 가격담합을 한 사실을 폭로했다. "시장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건전한 가격질서를 만들기 위해 자진신고했다"고 밝혀 분노한 소비자들로부터 찬사를 이끌어냈다.


결국 S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벌금폭탄을 맞았다. N사가 1천억 원, 다른 업체 세 곳이 합쳐서 1천억 원을 낼 때 S사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S사의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급상승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폭로 뒷면에 가려져 있던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S사가 '정의감'에서 자진신고한 것이 아니라 공권력 수사착수 낌새를 채고 '선수'를 쳤다는 것이었다.


자진신고자 감면제도(leniency program)를 이용하면 처벌도 피할 수 있고 나아가 브랜드 가치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계산 하에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S사의 호황도 잠시, 진실을 깨달은 소비자들은 불매로 S사의 '꼼수'를 응징했다.


▲ 서울역에서 법원에 출두한 박근혜 前 대통령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


인간은 이분법(二分法)적 사고의 유혹에 취약하다. 능동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것이 편하기에 여론의 움직임에, 언론의 보도에 쉽게 넘어간다.


진위여부와는 상관 없이 여론이 특정인물을 '악인(惡人)'으로 낙인찍으면 그는 악인인 것이고, 언론이 특정인물을 '의인(義人)'으로 평가하면 그는 의인이 된다. 때문에 혹자는 이러한 군중심리(mob psychology)의 약점을 악용해 여론선동에 나서기도 한다.


2017년 4월 11일, '의인' '내부고발자'로 여론과 언론의 칭송을 한 몸에 받던 고영태가 돌연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고영태는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폭로한 인물로 주목받았다.


여론·언론의 편파적인 평가 아래 고영태에 대해 일말(一抹)의 의심이라도 갖는 건 곧 '사회적 낙오'를 의미했다. 자연히 '고영태 녹음파일'의 존재도, 그가 한 때 최순실의 오른팔이었다는 점도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는 공공연한 비밀 수준으로 전락했다.


때문에 이번 고영태 체포는 대통령 탄핵사태 '진실 규명'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모두가 외면하던 진실들이 한꺼번에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영태와 그 측근들은 사익(私益) 및 특정정당과의 결탁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목표로 최순실 사태를 터트렸음이 '고영태 녹음파일'에서 드러났다. 이를 위해 '검사'를 '꽂아넣기 위해' 찾아다니는가 하면 휴대전화 단말기 등 증거들을 모두 인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盜之就拿 厥足自麻)'고, 13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러한 혐의를 스스로 자인하기라도 하는 듯 고영태는 11일 검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자택을 방문하자 무려 '1시간 30분' 가량 문을 걸어잠그고 '공성전'에 돌입했다.


만약 그가 떳떳하다면 자기 발로 걸어나와 응했을 것이었다. 이미 그는 Y법무법인 등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었기에 그의 '무죄'를 입증해 줄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고영태는 증거인멸에 나선 것인지, 정치권 청탁전화에 나선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결국 검찰은 절차에 따라 소방서 직원을 호출해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안에 숨어있던 고영태를 체포했다.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일단은 알선수재 및 사기다. 관세청 인사에 개입해 K씨를 인천본부세관장 자리에 앉히는가 하면 인사청탁 대가로 2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사실 고영태는 앞서 지난 2월 최순실 형사재판 증인 출석 자리에서 알선수재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정농단'을 '폭로'한 '의인'답게 자신이 아닌 최순실이 K씨 청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국정농단 주체'의 목소리는 '거짓'으로 단정됐다. 반면 '의인'의 '내부고발'은 100% 진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 검찰 긴급체포와 "2천만 원 수수" 혐의, 그리고 고영태 자신의 '1시간 30분 공성전'으로 고영태 증언은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앞서 사례에서 언급한 라면 생산업체 S사처럼 '믿던 존재에게 배신당할 경우' 여론은 한 층 격렬한 분노에 젖게 된다. 그리고 '진실(truth)'을 요구하게 된다. 고영태는 다름아닌 그 자신이 국정농단 주범임이 입증될 경우 대한민국 헌정(憲政)에 정면도전한 '역적'으로서 역사에 기록될 중형을 면치 못하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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