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오승환 기자] “4만 9천900원에 모십니다”

지난해 9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백화점 식품코너와 대형마트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홍보 멘트다. 이 멘트 하나가 국내 축산 농민에게는 송곳이 되어 가슴에 박힌다.

한우 가격 폭락, 전국 평균가격 14.1%나 하락

지난 16일, 농협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한우의 전국 평균 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김영란법 최초 시행 당시 kg당 1만8743원에 거래된 한우의 전국 평균 경매가격이 최근에는 1만6101원으로 14.1%나 하락한 것이다.

한우 판매로 인해 농가에서 올리는 수익도 1마리당 평균 576만원으로, 671만원을 수령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약 100만원이 감소했다.

특히 한우 소비가 줄어들고, 저렴한 수입쇠고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2016년 국내 한우자급률은 겨우 37.7%에 불과했다.
▲ 김영란법으로 인해 한우의 평균가격이 14.1%나 폭락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 ‘김영란법’ 개정은 불가피

현행 김영란법 시행령에서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의 범위를 ‘5만원’ 이하로 한정,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광범위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 2015년 설 명절 한우세트 중 ‘5만원’ 이하 품목이 단 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국내 축산농가가 받았을 타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축산품뿐이 아니다. 과일을 비롯한 수산물 선물 세트도 마찬가지였다. ‘5만원’ 이상 품목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던 ‘국내산’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추거나 양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필요는 없다. 정부의 조속한 대책 필요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소비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는 2014년도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 소득의 60.3%에 불과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상대적 약자인 농가에 대한 ‘복지’도 신경 써야한다.

값싼 수입산 농·축·수산물과의 치열한 가격경쟁만으로로 개별 농가는 힘에 버거워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부정청탁과 뇌물은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필요는 없다.
애초 조금 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법안을 발의했더라면 ‘소’키우는 국민들도 ‘소’가 되어 희생할 필요 없이, 모두가 공존하는 해법이 존재했을 것이다.

현재, 김종태 의원의 개정안을 비롯해 11건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앞서 정부와 농협은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400억원 규모의 사료가격 인하와 할인을 추진하고 직거래장터 및 소비촉진 행사 등을 시행하였으나 이는 한시적인 효과에 불과했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 지난해 9월, 김영란법 영향 최소화 대책 회의에 참석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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