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을 목표로 실효성 있는 정책 제시와 대기업 상생 노력 지원해야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대선 후보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책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실현 방법들이 빠져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 할 때마다 관련 정책이 실시됐지만 피부에 와 닿는 효과가 없었고 이번 정부에서도 공수표만 남발하는 격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IMF 이후 한국 유통시장이 현대화·규모화 되면서 대기업들이 시장, 식당, 거피숍, 빵 등 분야에 진출하면서부터 이른바 ‘골목상권’ 화두는 시작됐다. 영세 상인들이 설 자리가 거대화한 기업들에 의해 빼앗기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도 흔하게 일어나는 ‘갑질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도 심각하다.

▲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관련 단체 단체장들이 모여 카드 수수료 인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제공.

소상공인연합회 ‘10대 정책과제’ 만들어 후보들에게 제시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9일 ‘2017년도 제1차 소상공인연합회 업종별 대표자 회의’에서 “진정성 있는 소상공인 정책을 내놓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소상공인연합회는 ‘차기 정부 소상공인 핵심 10대 정책과제’(이하 10대 과제)를 발표하고 각 당 및 대선 캠프에 제시한 바 있다. 이 내용을 보면 현재 정책과 제도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소상공인 관련 정책)사전 영향평가제 실시 ▲소상공인 임대차 보호 등 영업권 보호(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소상공인 온라인 상권 공정화 지원(인터넷포털기업 규제법 제정) ▲가맹점·대리점 불공정 개선(가맹거래법·대리점법 개정)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법률 제정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보완 ▲소상공인 지원 행정체계 개편(중소상공인기업부 설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소상공인 법률 체계 개선(소상공인기본법 제정) ▲전안법 개정 등의 내용이다.


이들이 이런 정책을 스스로 제시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 정책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지금까지 실시됐던 정책의 일례를 살펴보면, 2006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제정 이후 21차례 개정됨)이 제정됐고 2010년에는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구성되기도 했다. 2011년부터 실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이 사업하기에 적합한 업종과 품목을 선정해 대기업들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10대 과제는 이 법률의 맹점을 지적한다. 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민간의 자율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고 합의사상에 대한 공표 및 이행 권고 등을 하고 있으나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실례로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분류에 따라 대기업으로 지정됐던 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2015년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동반위의 규제를 합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됐다. 이런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 생계형적합업종 법률’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요구 반영 그러나 구체적 방법 빠진 공약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문제인 후보는 문어발 재벌의 경제력 집중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는 현재 74개인 적합업종·품목을 고유업종으로 전환하고 업종 품목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카드 수수료는 현행 2.5% 상한을 1%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및 자영업자의 권인 보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수수료 없는 현금 IC 카드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도 제고하겠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비교적 구체적인 공약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분쟁 발생 시 지역 사정에 밝은 지자체별 분쟁조정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카드 우대수수료 적용을 받는 영세가맹점 매출 기준액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자영업자의 4대 사회보험가입을 지원하는 등 자영업자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홍준표 후보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한다는 전략이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기준 조정을 약속했고 소상공인 대출 확대, 전통시장 활력을 위한 정책지원 확대, 소상공인과 골목상원 보호를 위한 지원 강화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섯 명의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대기업의 영세 업종 진출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 이마트가 충남 당진에 운영하고 있는 상생스토어 전경. 사진=이마트 제공.

그런데 이러한 공약들을 발표했음에도 소상공인 단체들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아직까지는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대외협력팀 과장은 “후보들이 제출한 공약을 바탕으로 진정성과 적합성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후보들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한 규제 일변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통업계에선 상생 발전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강화한다는 공약이 발표되자 자칫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충남 당진에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형 점포인 ‘노브랜드 당진 상생스토어’ 운영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인 ‘2016넌 유통업 상생·협력문화 확산사업 유공’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이광림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기획관리팀 팀장은 “유통업 관련 공약들을 보면 소비자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면서 “영업일 수 규제의 경우 시행 5년이 지났지만 규제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소비위축으로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마트에 갔는데 문을 닫았을 경우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은 보통 세 가지 행동을 보이는데 대부분 ‘구매포기’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팀장은 “일방적인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규제 보다는 상생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은 계속 겉돌아서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영세기업인들과 대기업들 간의 갈등만 조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로 들어설 차기 정부는 구호뿐인 상생 말고 실효성 있는 동반성장 정책을 통한 상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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