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정책을 입안하고 관리·감독 주체인 정부 그동안 무엇을 했나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새삼스럽기도 하지만 또 새삼스럽지 않은 문제가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3월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동반성장국가혁신포럼 창립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동반성장’이다. 이 말은 참 가슴 아픈 말이다. 심상정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7일 구로디지털단지 유세 현장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11위 경제 대국을 이룬, 피땀 흘려 이룬 성과 다 어디로 갔냐”며 특정 계층에만 부가 집중돼 있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부의 불균형’, ‘부익부 빈익빈’ 등은 바로 ‘동반성장’이라는 말의 토양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도 위협받고 있다. 부의 많고 적음으로 위계질서가 재편돼 부자는 ‘갑’이 되고 가난한 자는 ‘을’이 된다.


어느 백화점 주차요원은 VIP 고객에게 친절하지 못 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 무릎을 꿇고 사과까지 해야 했다. 어느 대기업의 대리점주는 회사 영업사원으로부터 입에 담기에도 험한 폭언을 들어야 했다. 어느 대기업 사장의 운전기사는 늘 폭행과 막말에 시달리면서도 꾹 참아야 하는 처지다.


이러한 ‘갑질논란’은 개인의 윤리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서는 좀 더 복잡해지고 생계와 연결된다.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경제 상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책을 재안하고 법을 개정하고 있지만 이 관계가 나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열일하는 동반위·공정위-시큰둥한 기업들-방관하는 정부 ···> 실효성 제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현재까지 모두 21차례 개정됐다. 2010년에는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구성됐고 2011년부터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이 사업하기에 적합한 업종과 품목을 선정해 대기업들이 진출하지 못 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또한 2013년부터는 동반위 주도로 대기업과 공기업이 협력기업과 자율적 동반성장 협약(이하 상생협약)을 체결하도록 지원하고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모두 동반위가 하는 일들이다.


동반위에 따르면 2013년에 5건, 2014년부터 1016년까지 해마다 10건 씩 총 35건의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 동반성장위원회가 본지에 제출한 동반성장협약 추진 실적.


지난 26일 동반위는 학계와 연구계 전문가 170여 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의 발전 정도를 파악하는 ‘2017 동반성장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의 87%가 현재보다 동반성장 정책이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고 동반성장을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는 ‘공정한 거래 질서 준수’가 43%, ‘동반성장 실천 노력’이 22%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동반위 관계자는 “전문가들은 공정거래확립이 동반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대·중소기업 간에 소위 ‘갑을문화’가 남아있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동반성장 노력은 5점 기준으로 봤을 때 대기업이 2.79점을, 중소기업이 3.08점을 받아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노력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지난 6년 동안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 기여도에 대한 조사에서는 65%(‘매우 그렇다’ 14%, ‘그렇다 51%)가 긍정적으로 답해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동반위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전문가 대상 '2017 동반성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의 65%가 기업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대로라면 동반위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기업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 우리나라 동반성장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제로 동반위가 제출한 ‘동반성장협약 현황’에 따르면 협약 건 수 총 35건 중 13건 만이 일반 대기업들이고 나머지는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공기업이거나 경기도와 같은 지방자체단체들이다. 2016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 대기업들은 총 169개였다.


그동안 ‘갑질논란’의 온상으로 대중들에게 인식 돼왔던 프랜차이즈업계에도 이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4년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공정거래협약제도가 도입된 뒤 공정거래위원회 주관으로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하는 ‘상생협약식’ 사진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상생협약을 체결한 업체는 CJ푸드빌, 파리크라상, 롯데리아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가만히 살펴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그 산하 공정거래조정원도 굉장히 열성적으로 맡은 책임을 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27일)도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편의점 가맹점 사업자 6개 업체(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위드미, 365플러스)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여기서 답은 하나다. 정부가 문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책이 바뀌었다. 법안은 21차례나 개정됐다. 2011년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최중경 지식경제부장관이 동반위의 역할을 한정한 것과 관련 “동반성장위원회는 지경부의 하청업체가 아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대선주자들은 공약으로 동반성장을 외치고 있다. 과연 이번에 들어서는 새 정부에서는 동반성장이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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