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범죄자 웃음 짓는 위험한 비트코인, 신종범죄 갈수록 늘어

[투데이코리아=차지연 기자] 국내 비트코인 투자자가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투자의 위험성이나 거래의 익명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등 비트코인의 부정적인 측면은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고 있다. 이번 회에서 본지는 비트코인으로 야기되는 신종 범죄 수법과 범죄자에게 유리한 비트코인의 시스템 특성을 심층취재 집중보도 한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출처=droitdunet)


2008년 한 프로그래머에 의해 창시된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지난 4년간 거래금액이 100배 이상 폭등하며 한국인들 사이에서 주식이나 채권보다도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 중이다.

국내 대표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 ‘코빗’, ‘코인원’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투자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거래 가격 역시 동반 상승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가격 불안정으로 인한 자체 리스크는 물론이고, 익명성으로 인한 범죄 자금원 역할, 해킹 피해 위험성, 소비자 보호 정책 부진 등 위험요소가 곳곳에 포진해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의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않은 채, 수익성 측면만 집중하고 있어 사회적 관심이 촉구된다. 피해를 예방하려면 비트코인으로 야기될 수 있는 문제들을 상세히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범죄자들의 자금 창구로 이용

비트코인 거래는 은행과 같은 중개기관 개입 없이 P2P 방식으로 진행되며, 인터넷 가능 존이라면 장소나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또한 계좌(지갑) 생성 시 개인 정보를 입력할 필요가 없어 절차가 간단하고,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 사진=투데이코리아 DB


그러나 비트코인의 장점이라고 꼽히는 ‘익명성’은 오히려 각종 범죄 행위의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카네기 멜론대 정보 네트워크 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4.5%가 불법 경로로 유통 중이라고 한다.

불법 거래되는 비트코인은 자금 세탁을 거쳐 성매매나 납치와 같은 중범죄의 자금원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마약이나 총기류, 전쟁 무기 등 불법 물품 거래 시 사용되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불법 음란 사이트 ‘소라넷’이 폐쇄된 후, ‘소라넷’의 유사 사이트인 ‘꿀밤’을 불법 운영하던 현직 법무사 정 모 씨(30)가 경찰이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정모씨는 비트 코인을 이용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며 사이트를 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난해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금융실명제 시행 후, 범죄자들의 비트코인을 향한 관심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비트코인 범죄자 추적 가능할까?
▲ 비트코인 범죄가 나날이 증가 중이다 (사진=투데이코리아 DB)


비트 코인을 악용한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범죄자들을 발본색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래내역의 역 추적을 통해 계좌 소유주를 적발한 사례가 한 건 있었다.

비트코인 매매는 ‘블록체인’이라는 거래 시스템하에서 개인이 부여받은 코드(지갑)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갑이란 시중은행에서 계좌이체 시 사용하는 계좌번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거래가 진행될 때마다 장부에 기록이 추가돼 네트워크상의 모든 이들에게 공개된다. 사람들의 거래내용이 블록처럼 이어져서 사슬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이라고 불린다.

쉽게 설명하면 지갑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거래 내역은 모두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다. 서버를 변경해 거래 내역을 은닉할 수 있는 방법은 시스템 특성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비트코인 범죄와 관련해 “장부가 공개되기 때문에 최종 거래 내역을 역 추적해 나가다 보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며 “이미 한 차례 수사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수의 범죄자들은 수차례 자금세탁을 거쳐 비트코인을 거래하고 있으며, 이 경우 경찰은 의심 계좌를 일일이 대조해서 수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추정한 계좌와 범죄 당사자의 일치 여부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날이 수사기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경찰이 다수의 비트코인 범죄자들을 모두 수용해 단시간 내 적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한번 거래되면 돌이킬 수 없는 시스템

비트코인의 일 방향 거래시스템도 범죄를 조장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시중화폐 같은 경우 범죄 발생 후 은행이 개입해 계좌를 정지시키면 거래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방향 해쉬 함수(SHA-256) 시스템으로 거래가 가동되는 비트코인은 한 번 승인된 거래는 취소가 불가능하다. 만약 체포 직전 범죄자가 공범에게 비트코인을 송금했을 경우, 당사자조차 거래를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범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비트코인의 시스템 특성 상, 국내외 신종사기들은 계속해서 양산되는 중이다.

신종범죄 나날이 늘어

최근 고금리대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A씨에게 한 남자(B씨)가 햇살론 등 정부정책상품으로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며 접근했다. B씨는 A씨에게 대출 대상이 되려면 과거 연체기록을 삭제해야 한다며 수수료 명목으로 편의점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 보낼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시중 편의점에서 24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 선불카드를 구매한 후, 증거로 영수증을 찍어 B씨에게 보냈다. B씨는 영수증에 나온 핀 번호를 이용해 해당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현금화한 후 잠적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최근에 발생한 위의 사기 범죄의 경우, 과거의 사례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 현금에서 비트코인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이뿐 아니라, 범죄자들은 다양한 범죄에 비트코인을 접목해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고 있다.

어떤 대책이 있나?
비트코인 관련 범죄가 나날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아직 비트코인 피해자를 위한 명확한 정부 대책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법정 통화에 속해있지 않는 비트코인은 자금세탁방지법상 금융거래 정보의 대상이 아니다. 범죄자들이 비트코인 매매 과정에서 여러 번의 자금 세탁을 거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재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가상화폐 투명화 관련 대책 수립을 논의 중이며, 대처 방안은 오는 6월 한국은행 금융위원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더 좋은 대처 방안은 처음부터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만약 거래 시 누군가가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을 요구한다면, 무조건 수용하는 것보다 의심해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편, 비트코인으로 인한 신종범죄 양산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지만, 비트코인 투자 시 개인이 겪을 수 있는 자체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다음 회에서 비트코인의 가격 리스크와 해킹 피해, 정책 부진 등에 대해 초점을 맞춰 심층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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