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투명 경영 위해서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금융계 중론

[투데이코리아=차지연 기자] 한국은행은 지급준비제도와 여수신제도를 통해 시중은행의 예금'대출을 관장하고 있지만, 개별 은행의 대출금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사진출처=나무위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을 목표로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전통적인 통화정책인 지급준비제도, 공개시장조작, 여수신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에 따라 시중은행에 통화를 대출해주거나 지급준비율에 해당되는 예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게 한다.

일반 시민이 은행에 금융자산을 저축하거나, 필요 시 돈을 대출받는 것처럼, 시중은행들 역시 배후에 그들의 은행을 두고 있는 것이다.



▲ 전통적인 한국은행 통화정책


지급준비제도

한국은행은 고객의 갑작스러운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법적 지급준비율을 정해 시중은행 예금의 일정 비율을 한국은행에 예치하게 한다. 일명 지급준비제도라고 불리는 이 정책은 예금 종류에 따라 예치 비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양도성 예금증서는 고객 예금 중 2%를 한국은행에 반드시 예치해야 하며,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에는 7%가 적용된다. 장기저축성 예금은 중도해약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하에 요구불예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대출제도

일반적으로 저축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되기 때문에 은행의 주 수입은 대출로부터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은행의 통화보유량이 적어 대출량이 제한된다면 은행의 수입 창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려 올 수 있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대출금을 빌려주는 방법은 크게 4가지로(금융중계지원대출, 자금조정대출, 일중당좌대출, 특별대출) 분류된다. 이 중 특별대출은 금융기관이 도산과 같은 위기 사항에 처했을 경우에 한해, 한국은행이 금통위의 의결을 통해 예외적으로 대출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로 앞의 3정책과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한국은행이 일반적으로 시중은행에 대출해주는 경우는 금융중계지원대출, 자금조정대출, 일중당좌대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의 3가지 대출 대상에 모든 금융기관이 다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존재하는 다수의 은행 중 한국은행으로부터 대출금을 차입 가능한 은행은 16곳밖에 안 된다.

한국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는 은행
▲ 한국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국내 16개 은행


국내 존재하는 은행들은 크게 제1 금융권과 제2금융권(비은행금융기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금융권은 다시 일반은행(시중은행, 지방은행)과 특수은행으로 분류된다.

제1금융권 시중은행에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 하나은행, ▲SC제일은행, ▲한국시티은행이 포함되며, 지방은행에는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이 있다. 특수은행에는 ▲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포함되어 있다.

제2금융권(=비은행금융기관)에는 ▲상호저축은행, ▲우체국, 신용협동기구(▲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가 속해있다.

이 중 대출 가능 대상은 은행법상 은행에 해당하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만 포함되는 것이 원칙이나,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특수은행(농협중앙회, 수협중앙회, 한국산업은행, 기업은행)도 대출 가능하다.


한국은행, 시중은행 모두 차입금액 공개 꺼려

위의 표에서 확인 가능한 것처럼 한국은행에서 대출 종류와 대출 대상 은행 정보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대출금액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어 은행별 재무 투명성은 파악하기 힘들다.

본지가 한국은행에 문의해본 결과, 금융중계 지원대출과, 일중당좌대출의 경우 한국은행에서 각 은행 별 대출 금액 정보는 공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아래 그림에 나와있는 것처럼 총대출 금액 합계는 공시 자료로 나와있지만, 이 자료만으로는 개별 은행 대출 금액 정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 금융중계지원대출, 일중당좌대출 전부 개별 은행 차입금은 확인하기 힘들다. (자료=한국은행)


이뿐만 아니라, 가장 큰 대출 비중을 차지하는 자금조정 대출의 경우 한국은행 통계시스템에서 총 합계는 공시되어 있는 금융중계지원대출, 일중당좌대출과 다르게 어떠한 정보도 확인 불가능하다.

한국은행 관련 부처에서는 이러한 정보 제한과 관련해 “통계법상 시중은행의 개별 정보가 유출되면 안 되기 때문에 은행별 대출 순위와 대출금액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해당부처의 한 조사역은 “한국은행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힘들기 때문에 각 은행에 연락해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시중 은행들 역시 정보 공개를 꺼려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본지에서 대출 대상에 포함되는 16곳의 은행에 문의해본 결과, 대부분의 은행에서 정보 공개가 힘들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는 “한국은행에서 공시하고 있지 않은 자료는 (우리 역시) 공개하기 힘들다.”며 “외부로 유출되면 안 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알려드리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시중은행에서는 “관련 자료를 따로 통계해서 보관하고 있지 않다.”며 “한국은행에 전화해서 문의하는 게 빠르지 않겠냐.”고 다시 한국은행으로 책임을 전가시키기도 했다.

지방은행에나 특수은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정보 공개가 안 된다는 입장과,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만 내놓을 뿐이었다.

은행의 경영 투명성 의심하게 하는 차입금액 정보 제한

이처럼 현재 국내에서 각 은행의 차입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에서 우선적으로 정보 공시를 하지 않고 있으며, 시중 은행 역시 한국은행 핑계를 대며 덩달아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는 시중은행에 문의해보라고 하고, 시중은행에서는 한국은행에서 공시 안 된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서로가 책임을 전가시킨 결과 뫼비우스의 띠처럼 풀리지 않는 의문만 남을 뿐이다.

기업들은 재무제표를 통해 회사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주주들은 이 자료를 투자의 근거로 판단할 수 있다.

현재 각 은행 홈페이지에서 연도별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 있지만, 한국은행에서 들여온 차입금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일반 시민들은 은행을 이용할 때, 은행 선정의 한 기준으로 은행의 차입금 관련 정보를 활용할 권리가 있다.

관련 정보가 공시되어 있지 않다면, 은행 경영의 투명성과 관련해서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은행은 국민들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으로 어떤 타 기관보다도 정보 제공을 투명하게 할 책임이 있다. 국정감사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 특정 기관에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국민)들에게 상시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전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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