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선거판에 대한 쇼···비판도 대안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제19대 대통령선거 선거운동이 마무리됐다. 마지막까지 폭로성 네거티브 공세가 두 기득권 정당 선거대책본부에서 튀어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모 정당에서 현역 대통령 후보에 대한 특검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늘 선거 막판에 있어왔던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지긋지긋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혹자는 그것을 막판 ‘변수’라고 허울 좋은 포장을 덧씌운다.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일! 영화와 현실 비교

▲ 영화 '특별시민'은 서울시장 후보 변종구(최민식 분)와 그의 선거대책본주장 심혁수(곽도원 분) 사이에 치졸한 머리싸움으로 전개된다. 사진=영화 속 한 장면(쇼박스 제공)


영화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 분)가 헌정 사상 최초 3선에 도전하는 선거판 이야기로 실제 선거판보다 업그레이드 된 종합 ‘부패’ 세트다. 공약은 없고 상대 후보를 교묘히 깎아 내리는 광고, 후보 단일화, 언론 플레이, 협박, 도청, 측근 비리, 음주운전, 네거티브 등등 온갖 정당하지 못한 행태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이번 실제 선거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오버랩 되는 경우도 있다. 문재인 후보의 아들 준용 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놓고 벌이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다툼이 그렇다. 이 문제를 언론에 흘려 공론화 하는 거나 마지막 카드로 신분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은 준용 씨 대학 동기의 변조된 음성 녹음 파일 공개 등 일련의 과정들이 영화 속 역겨운 플레이와 비슷하다.


또 한 가지 비슷한 사례는 후보 단일화다. 후보 단일화를 놓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더러운 모략이 닮았다. 바른정당 의원들 12명이 유승민 후보 지지율이 낮다며 집단 탈당한 사건은 소신도 지조도 뭣도 없는 치졸한 정치 야합의 절정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다.


영화 중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일"이라는 대사가 나온다. 진주는 일종의 대의를 비유한 말일 게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말이기도 하다. 실제 정치인들과 영화는 이 짧은 몇 마디 문장으로 국민들 혹은 관들 앞에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을 세웠다.

문제 제기해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영화


영화 <특별시민>의 시작은 좀 놀라웠다. 변종구가 아니라 배우 최민식 때문이다. 그의 연기 인생에서 지금껏 쌓아왔던 부정적 카리스마는 숨이 턱 막힐 만큼 강렬하다. 영화에서 기존 최민식의 이런 아우라를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왔다. 감독은 영화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나는 선거판을 최민식 스타일로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들 끼리의 암투들로 채워진다. 그 사이에 언론이 끼어들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선량한 희생양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제3의 위치에 서있는 이들이 있다.


▲ 변종구 선거대책본부 홍보팀 신입 박경(심은경 분)은 변종구의 허위 이미지를 진실로 믿고 그를 돕기 위해 선거대책본주에 입성한다. 사진=영화 속 한 장면(쇼박스 제공)


변종구 선거대책본부 홍보팀의 20대 여성 광고담당 박경(심은경 분)과 양진주(라미란 분) 측 젊은 여성 선거전문가 임민선(류혜영 분)이다. 박경은 두 가지 질문을 받고 선거판에 입문한다. 첫째는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일”인데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허구를 믿게 만드는 일”인데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경은 결국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똥물 보다는 ‘진주’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허구를 진실로 믿었다.


임민선은 미국 워싱턴에서 선거를 배운 선거전문가다. 시종일관 내부의 의견과 충돌을 일으키고 단 한 번도 그녀의 뜻대로 선거 전략이 세워지지 않는다.


박경은 손에 똥을 묻히면서까지 꺼내려 했던 진주의 실체를 알고 거짓 진주를 깨부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되지만 단지 “저는 유권자로 돌아가겠습니다”라는 공허한 말만 내뱉는다. 임민선도 하는 것 아무것도 없이 변죽만 울리다 스스로 그만둔다. “한국 선거는 원래 이래요?”라는 말만 남긴 채.


▲ 장진주 후보 측 선거전문가 임민선(류혜영 분)은 사사건건 내부 사람들과 부딪친다. 사진=영화 속 한 장면(쇼박스 제공)


그러나 관객들 대부분은 유권자다. 관객들은 영화의 주인공이 자신들과 같은 유권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이 영화와 닮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관객에게 ‘자 정말 상황이 이런데 당신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 보는 것도 이상하다.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배든가 전투에 뛰어들어 싸우든가 둘 중 하나는 해야만 관객들은 대리만족이라도 누릴 수 있다. 또한 이 영화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투표 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끔 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소제도 선거이려니와 실제 선거 기간과 맞물려 개봉했기 때문이고 감독도 관객들이 진실이 무엇인지 잘 보고 꼭 투표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직접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공 조차 가만히 있는데 관객들이 움직이겠는가.


영화 <특별시민>은 누적 관객 수는 130만 명(8일 기준)을 넘었지만 의외로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네티즌은 “최민식, 곽도원, 라미란, 문소리를 기용해서 이정도면 분명히 연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실제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영화 내적으로는 아무런 영향을 못 미쳤지만 다행히 흥행 순풍에 돛을 다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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