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의지 없어" "1년 뒤 개헌 추진" 與野 입장 맞서

▲ 문재인 대통령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은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이어졌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할 분권형 개헌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시대적 사명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많은 국민이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개헌관(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14일 중앙선데이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개헌해야 한다"고 답했다. 작년 6월 한 법률전문 신문이 헌법학자 8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50명 중 42명이 개헌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 입장은 어떠할까.


문 대통령은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12년 5월13일 광주 무등산 산행에서 "전혀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이라며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제시한 '공동정부' 구성을 다시 언급했다.


그러나 당시부터 문 대통령의 '개혁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재오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공동정부론'에 대해 "허상"이라 지적하며 "진정한 공동정부 정신에 충실하려면 내가 제기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2012년 7월22일 연합뉴스에 "분권형 대통령제뿐만 아니라 내각책임제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가 끊임없이 생긴다"고 개헌 찬성 입장을 뚜렷이했다.


그러나 19대 대선 들어서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올 4월23일 중앙선관위가 지상파3사가 공동주최한 정치분야 TV토론에서 "현행 헌법은 삼권분립을 규정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을 지키지 않아 제왕적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이 날 "청와대는 책임총리, 책임장관제를 통해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며 개헌에 반대했다가 찬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 앞에 19대 대선 내내 타 정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올 3월16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의 '대선 전 개헌 반대' 입장에 "차라리 개헌하기 싫다고 말하면 될 것을 왜 이리저리 구차하게 말을 돌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3월15일 기자간담회애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개헌을) 반대하고 있다"며 "과역 (국회 개헌안 통과에 필요한) 200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라고 규탄했다.


문 대통령의 민주당 경선 라이벌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는 3월19일 민주당 대선주자 합동 TV토론에서 "문 전 대표 캠프는 당을 뛰어넘는 가장 강력한 조직"이라며 "문 전 대표 등장은 제왕적 대통령제 등장을 똑같이 따라가게 된다"고 비난했다.


또 "문 전 대표 캠프 매머드 조직 인사들은 선거 후 다 한 자리씩 달라고 할 것"이라며 "그분들에게 신세지며 경선하고 있지 않나"고 문 대통령 당선 시 대통령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 필연성을 꼬집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기득권 세력이 (문 대통령) 근처에 몰려들고,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은 박근혜 전 대통령 경제교사 아닌가"라며 "1천 명이 넘는 자문그룹을 해산시킬 생각은 없나"고 지적했다.


다만 문 대통령에게 개헌 의지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1일 "1년 뒤 개헌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있어 정부조직 개편은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자신도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달 12일 국회 개헌특위 '대통령후보의 개헌관련 의견청취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을 위한 개헌, 제가 앞장서겠다"며 ▲국민중심 개헌 ▲분권과 협치의 개헌 ▲정치혁신 개헌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새 헌법 전문에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촛불항쟁 정신을 새겨야 한다"며 국민기본권 강화, 4년 중임 대통령제 전환,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 추진 방안으로는 "대선 후 정부에 개헌특별위를 구성하고 산하에 국민 의견을 대대적으로 수렴하기 위한 '국민 참여 개헌논의기구'를 설치할 것"이라며 "국민 국론이 모아지면 제가 공약한 개헌내용을 고집하지 않고 국민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가 2018년 내년 초까지 개헌안을 통과시키고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면 개헌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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