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통령 권한, 해외 비해 막강.. 이원집정부제가 핵심

▲ 개헌이 논의되고 있는 국회. 정문 너머로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제왕적 대통령제에 의해 헌정(憲政) 역사상 끊이지 않았던 권력형 비리,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관(觀)을 앞서 살펴봤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개헌은 이미 시대적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지금까지의 권력형 비리는 6공화국에서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7공화국에서 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건설하자는 게 범국민적 염원이다.


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민주주의에 대한 낮은 국민 인식 제고'를 조건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철폐 시기상조론을 내놨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인식이 어느 정도 성숙했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역시나 미국이다. 미국은 원칙적으로는 헌법개정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수정헌법(Amendment)'이라는 독특한 형태로 각종 폐단들을 고쳐나가고 있다.


수정헌법 제1조는 표현의 자유, 2조는 무기소지권, 11조는 각 주(州)의 주권 포기, 17조는 연방 상원의원 직접선거, 19조는 여성참정권, 20조는 대통령 및 연방의회 임기, 22조는 대통령 3선 금지, 27조는 의회 의원 보수 변경이다.


유종성 호주국립대 교수가 올 1월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에 의하면 미국은 순수 대통령제이지만 헌법적 권한(총점 13)에 있어서 대한민국(20.5)보다 한참 낮다. 한국 대통령 헌법 권한은 분권형 대통령제인 프랑스(7)에 비해서는 거의 3배 수준으로 높다.


구체적으로 긴급명령권에서 미국 대통령 점수는 0, 프랑스 대통령 점수는 1이지만 한국은 2다. 예산권에서 미국과 프랑스는 0이지만 한국은 3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감사권를 가짐은 물론 대법원·헌재·중앙선관위 등 헌법기관 인사에서도 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헌재·중앙선관위 등 헌법기관 위원 중 3명은 대통령이, 3명은 국회가,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 또는 선출토록 하고 있지만 대통령 몫과 국회 내 여당 몫을 합하면 사실상 대통령이 과반수 위원을 임명하는 셈이 돼 삼권분립이 유명무실해진다.


여당이 국회 내 과반수를 차지할 경우 대통령은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無所不爲) 통치자로서 독재화, 권력남용, 부패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비록 지금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지만 각종 인사권 등 다수 헌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새 정부도 얼마든지 과거의 폐해를 답습해 비리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올 1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개헌을 본격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헌법기관 인사권 박탈도 도마에 오른 상태다.


시기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대선후보들이 대선 후 개헌에 착수해 내년 6월13일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향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형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4년 중인 분권형 대통령제를, 안철수 전 의원은 권한축소형 대통령제 또는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 전담)를 촉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현행 5년 단임제를 폐지하고 4년 중임 대통령제로 가자는 입장이다. 홍 전 지사는 4년 중임 대통령제에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안 전 의원은 이원집정부제에서 홍 전 지사와 같은 입장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핵심인 분권형 대통령제, 즉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당선 후 공식적인 언급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지방분권은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 공약발표에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만들겠다"며 "수도권과 중앙정부로 초집중된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기 위한 헌법적 조치(개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헌을 둘러싼 청와대와 야당 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7공화국 출범 가능성은 아직은 요원하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인만큼 야당이 어떻게든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해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게 각 계 전망이다.


김동철 국회 개헌특위 국민의당 간사는 올 3월20일 "6월 말까지 다수가 동의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단일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민주당을 배제한 채 개헌 단일안 마련에 돌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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