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하고 소상공인 보호해도 대기업 타격 없는 묘수 내놔야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문재인 정부가 ‘대기업 규제 강화와 소상공인 보호’라는 경제 정책 기조를 들고 출범한 가운데 오랫동안 제자리걸음만 해왔던 양 측의 갈등이 다시금 도드라지고 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는 신세계와 부천시 상동 지역 소상공인들 사이의 갈등이다. 신세계는 부천 상동 영상산업단지 부지를 매입해 복합쇼핑몰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역 소상공인들의 반발로 부천시와 사업 계약을 12일 연기했다.


▲ 신세계 광주 복합쇼핑몰 입점을 반대하는 지역 소상공인들.


롯데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인근에 복합쇼핑몰 건립할 계획이었다. 마찬가지로 인근 시장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문제는 2013년 4월에 서울시가 이미 해당 부지를 롯데쇼핑에 매각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은 앞으로도 전국 각지에 복합쇼핑몰이나 아울렛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지난 연재에서도 살펴봤듯이 유통 대기업들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 정책을 반기지 않고 있다. 이미 세웠던 계획을 폐기할 수도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소상공인들도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는 입장이다.


유통 대기업도 살고 중소상공인들도 사는 묘책은?


사실상 유통 대기업들은 그동안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 규모가 40조 원대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물론 성장률, 영업이익 등 세부적인 수치도 성장을 이야기할 때 반영돼야 하겠지만 어디가나 있는 마트, 쇼핑몰, 아울렛을 봤을 때 이 거대 유통 체인의 규모는 상당히 거대해졌다는 것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반면에 중소상공인들의 생존 공간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유통 대기업들은 상생협약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들과 공존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러나 각 업체별 상생 의지는 소상공인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상공인 보호’를 공약과 함께 대기업 규제를 하겠다고 선언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국민 정서가 대기업만 잘 사는 경제구조에 회의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대로 일방적인 유통 대기업 규제한다면 반대하는 측의 말처럼 국내 유통 산업이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소상공인보호를 안 할 수는 없다.


▲ 지난 4월25일 대선 기간 중 롯데몰의 상암동 입정을 반대하는 지역소상공이들과 함께 하고 있는 심상정 의원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통 대기업 편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를 통해 더욱 몸집을 키워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논리다. 외국의 경우도 이런 추세라며 규제 완화를 하면 대형마트 매출을 5% 증가하고 내수 부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소상공인들을 위해서는 현행 보호 장치를 유지하고 대신에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반대하는 전문가도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처럼 대규모점포 출점 시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상권영향평가도 업체에 맡기지 말고 제3의 독립기관이 실시하게 해 초기부터 입점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약 찬성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듣는다면 과연 이전 정부가 새 정부가 다른 점이 무엇이고 지난 10년 동안 유통 대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못했던 것인지도 의문이다. 또 허점투성이로 있으나 마나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행 보호 장치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최악의 생존 위기에 놓여있는 소상공인들은 이대로 죽으라는 소리인가 싶기도 하다.


반대로 지금보다 규제를 강화한다면 동력을 잃은 제조업을 대신할 신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서비스업의 발전이 저해될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문제도 걸려 있다.


나눔과 분배의 마법으로 궁극적인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파이를 키워 성장을 이끌겠다는 생각은 틀렸다는 것은 지난 정부 10년이 말해준다며 이제는 나눔과 분배를 통해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대 진영 후보들은 어불성설이라며 각을 세웠다.


이 과제의 성패는 얼마나 상대 정치 세력들을 설득하고 기업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느냐에 달렸다. 정부는 유통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평한 정책과 법안을 만들고 이미 많이 가진 대기업들은 스스로 갑질 없는 기업 문화를 만들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 내각도 구성되지 않았다. 오는 24일과 25일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리고 29일부터는 임시국회가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능력이 본격적으로 검증받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해묵은 갈등이 이번 정부에서는 과연 해소될 수 있을까 모든 유업계 종사자들의 관심이 문재인 정부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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