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막을 내리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날이 머지 않은 가운데, 금융계 인사 변혁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금융계 요직 인사들이 지난 수년간 노무현 대통령 동창 중심이었던 것에 반해 최근 선임된 인사들은 이명박 당선인 동창 중심인 이유에서다.

지난 5년 간 사회 각분야 요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수학한 부산상고 졸업생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야당인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금융업계 요직을 부산상고 출신이 차지한 것을 비꼬는 의미로 '하버드 상고' 동창인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요구하기도 했다. 낙하산 인사, 회전문 인사 등과 맥을 같이 하는 일종의 학연 인사, 즉 코드 인사를 꼬집은 것.

이번 17대 대선은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을 이끈 진보정권이 막을 내리고 정권을 교체해내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의미를 갖는 동시에 금융계 정권교체의 서막을열고 있는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MB표 화려한 인맥

정계에 입문하기 전까지 기업인으로 활동해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학계 및 정치계 인맥 외에도 경제계 및 재계에 넓은 인맥을 쌓아왔다.

곽승준 고려대 교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 유우익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등 학계 인사를 비롯해 강만수 전 재경경제원 차관,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등 정치계 인맥이 바로 그들.

이에 앞선 학연 인맥으로는 1960년 야간학교로 졸업한 동지상고 동문부터 1965년 졸업한 고려대 동문 등이 있다.

동지상고 출신 경제인으로는 김능수 삼성BP화학 전무, 석경오 현대중공업 전무, 이휴원 신한은행 부행장, 장지활 SC제일은행 상무 등이 있다. 이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 경제인으로는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 롯데호텔 장경작 사장 등이 대표적.

이 밖에도 김갑렬 GS 건설 사장, 김남구 한구투자증권 부회장,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 김우평 SK 증권 사장, 김인 삼성 SDS 사장, 김윤 삼양사 회장, 박문덕 하이트 맥주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 배정충 삼성생명 부회장,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부회장, 조남호 한진중공업회장, 허창수 GS 그룹 회장 등이 고려대를 졸업한 경영인.

나아가 CEO로 몸담았던 현대가 인맥은 물론이고 자녀들의 결혼을 매개로 한 재벌가 인맥 등 재계 인맥이 두텁다.

이 당선인의 셋째 딸 이수연 씨의 남편 조현범 씨는 한국타이어 부사장으로, 회장 조양래 의 차남이다. 회장 조양래는 효성그룹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맞고 있는 조석래 회장의 동생. 뿐만아니라 이 당선인의 장녀 이주연 씨의 남편 이상주 씨는 삼성화재 법무당당 상무로 재직 중이어서 삼성과도 연을 맺고 잇는 셈이다.

한편 친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장녀 이성은 씨의 남편은 LG 벤처투자 구본천 사장. 구 사장은 LG벤처투자 구자두 회장의 장남. 구 회장은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하버드 상고' 이젠 옛말, 떠오르는 동지상고?

목포상고를 졸업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산상고를 졸업한 노무현 현 대통령에 이어 포항 동지상고를 졸업한 이명박 당선자에 이르기까지 3연속 상고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동지상고는 목포상고와 부산상고에 비하면 졸업생 규모 등에서 다소 취약한 것도 사실이지만 때맞춰 동지상고 출신 인사들이 요직에 진출하면서 관심거리로 부각하고 있다.

대선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0일 신한금융지주회사가 발표한 신한은행 부행장 인사에 따르면 임기가 끝난 부행장 6명 가운데 중임된 이휴원 부행장 뿐. 이 부행장은 1972년 동지상고를 졸업, 이 당선인의 12년 후배다.

또 지난해 27일에는 농협중앙회 신입회장 선거가 있었는데 최원병 전 안강농협조합장이 새회장으로 뽑혔다. 최 회장은 이명박 당선인의 동지상고 후배로 경북도의회 의원(한나라)을 지냈다.

정대근 전임 회장이 법정 구속돼면서 실시한 이번 선거는 본래 김병원 나주 남평조합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1차 투표에서도 압도적인 표차(137표)로 1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실시한 2차 결선투표에서는 최 회장이 1위를 차지하는 역전승이 펼쳐졌다.

농협중앙회 내부에서는 “대선 결과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무성했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동지상고 출신에는 장지활 SC 제일은행 상무와 하인국 푸른2상호저축은행 전 대표 등이 있다.

반면 부산상고 출신 인사들은 공교롭게도 퇴직과 사표 등 자리에서 물러나는 형국.

지난달 16일 우리은행 선환규 부행장이 퇴직했다. 선 전 부행장은 부산상고 출신으로 지난 4월 승진을 하기도 했다. 또 김지원 현대증권 사장은 지난달 26일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냈다.

한편 부산상고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 처남 우리은행 권기문 주택금융사업단장은 올 연말 임원인사를 앞두고 있으며, 김정민 전 국민은행 부행장은 자회사 KB 부동산 신탁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계를 비롯한 정치계 일부 인사들은 “인수위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당선인을 도운 핵심인물들이 요직에 자리한 만큼, 확언할 수는 없으나 이러한 현상이 얼마간 지속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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