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복합신약 캐시카우 혁신신약 개발에 재투자…한국형 R&D 구축

▲ AUA에서 구구탐스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제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 최근 한미약품이 개량·복합신약 분야에서 잇따른 R&D 성과를 내고 있어 제약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출시 제품들의 허가가 줄을 잇고 주요 제품들의 임상 3상 결과들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기 때문.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전립선비대증, 발기부전 동시치료 복합제인 ‘구구탐스’의 임상 3상 결과를 지난해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비뇨기과학회인 AUA(American Urological Association)에서 발표해 호평을 받았었다.
같은 해 중국에서 열린 세계 성의학회에서 임상부문 최우수 연제상을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내 제약회사가 개발한 복합제의 임상 결과가 세계적인 학회에서 구연 발표됐다는 사실만으로 화제이지만 전세계 비뇨기 전문의들에게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70% 이상이 발기부전을 동반하고 있지만 그동안 전립선배대증 중심으로만 처방이 이뤄져 왔다. 발기부전 치료에 쓰이는 타다라필(Tadalafil) 5mg은 전립선비대증에 도 효과가 있지만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한미약품은 양성전립선비대증(BPH)과 발기부전(ED)을 동반한 한국인 남성 환자 510명을 총 3개 군으로 나눠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타다라필 5mg 단일요법을 대조군으로 하고 타다로필 5mg에 탐스로신염산염(Tamsulosin HCI) 0.2mg과 0.4mg을 각각 결합한 복합제를 1일 1회 12주간 투약한 후 비교 관찰했다.


임상 결과 탐스로신염산염 0.4mg 복합제 투여 군에서 대조군 대비 국제 전립선 증상 점수(IPSS)가 약 27% 더 감소됐으며 성기능 개선 효과는 비열등함을 확인했다. 다만 탐스로신염산염 0.2mg 복합제는 대조군과의 IPSS 개선 효과 비교에서 통계학적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구구탐스의 IPSS 감소 및 성기능 개션 효과를 입증했으며 전립선비대증 및 발기부전을 동반한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별화된 복합제 연속 출시 탄력


한미약품은 2017년 시작과 함께 차별화된 복합신약들을 잇따라 허가 받았다. 최근 허가 받은 골다공증치료 복합제 ‘라본디’는 골다공증 환자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D와 골다공증 치료 성분인 라록시펜염산염을 복합한 제품이다. 기존에 출시된 치료제는 비타민D 제제를 따로 구입해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라본디는 환자의 불편을 개선하고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이 제품은 올해 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천식과 통년성(4계절 내내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비염을 동반한 환자 치료에 쓰이는 복합제 ‘몬테리진캡슐’도 허가를 받았다.


몬테리진은 기관지 수축, 호흡곤란, 콧물 등을 유발하는 류코트리엔 물질을 억제해 천식 및 비염 증상을 호전시키는 성분(몬테루카스트)과 알레르기비염 치료 등에 쓰이는 항히스타민제(레보세티리진)을 결합한 제품으로 임상 3상을 통해 효과가 입증됐다.

한미약품의 대표 품목인 고혈압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에 고지혈증 성분을 복합한 3제복합제, 아모잘탄에 혈압을 더 떨어뜨리는 이뇨제를 복합한 3제복합제도 올해 내 허가를 받고 출시할 예정이다.


개량·복합신약 역량 입증…다국적기업이 먼저 손내밀어


이 같은 R&D 성과는 지난 30여년동안 축적한 글로벌 수준의 개량·복합신약 제제기술 노하우가 응축된 결과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축적한 캐시카우(Cash Cow;수익창출원)를 혁신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한국형 R&D 모델’을 제시하면서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의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


한미약품의 개량신약 개발 역사는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미약품 현 대표이사인 우종수 사장의 주도로 개발한 마이크로에멀젼(약물의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제제기술)이 스위스 노바티스사에 기술이전된 것이다.


6800만 불 규모의 기술수출 금액은 당시 기준으로 국내 최대 액수였다. 기술에 대한 로열티는 20여년간 지급돼 최근까지 총 1000억 원대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후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업계에 ‘개량신약’이란 화두를 제시하며 개량·복합신약 명가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2000년대 초반 수입 고혈압치료제인 ‘노바스크’의 염을 변경해 출시한 ‘아모디핀’을 통해 제약업계 최상위권 업체로 발돋움했다.


또 자체 개발한 염 변경 개량신약 ‘에소메졸(역류성식도염치료제)’은 다국적 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특허소송 등을 극복하고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 FDA 허가를 받기도 했다.


국내 제약업계가 개량신약 분야에 앞 다퉈 뛰어들 무렵, 한미약품은 두 가지 치료 성분을 하나로 합친 ‘복합신약’을 내놓으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2009년 출시한 고혈압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이 대표적인데, 아모잘탄은 현재 연간 6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한미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아모잘탄은 미국 MSD가 도입해 전세계 50여개 국가에 ‘코자XQ’라는 브랜드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제약기업이 한국 제약업체가 개발한 의약품을 역수입한 국내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한미약품은 이후에도 사노피-아벤티스와 공동개발한 ‘로벨리토(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 고지혈증치료 복합신약 로수젯 등을 통해 복합신약의 명가임을 입증했다. 로수젯 역시 미국 MSD가 역수입해 현재 20여 개국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개량·복합신약 토대 만든 우종수 사장


▲ 우종수 사장. 사진=한미약품 제공.


글로벌 역량을 입증한 한미약품의 개량·복합신약은 제제연구 전문가인 한미약품 우종수 사장의 손에서 시작됐다.


우 사장은 치열해지는 의약품 시장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무언가 차별화 된 제품 라인을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복합신약 개발을 위해 국내 처음으로 폴리캡 기술을 도입하는 등 앞선 제제기술의 상용화에 매진했다. 폴리캡은 하나의 캡슐에 2종 이상의 주성분을 서로 다른 분리된 제형으로 충전하는 최신 제제기술이다. 각각의 두 성분 방출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약물간 상호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우종수 사장은 “한미약품은 개량·복합신약을 통해 창출한 캐시카우를 혁신신약 개발에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면서 “한미 R&D의 토대인 개량·복합신약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신약개발이 신뢰경영이라는 회사의 비전을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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