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적 스펙타클 액션 vs. 리얼 맨몸 액션

▲ '악녀'(위)와 '원더우먼' 영화 스틸 컷.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동서양을 막론하고 흔치않은 여성 원톱 액션 영화(여성 주인공인 중심의 액션 영화)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해 영화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원더우먼>과 까칠하기로 유명한 칸의 관객들까지 사로잡운 한국영화 <악녀>의 이야기다.


지난달 31일 개봉 첫날 <원더우먼>은 일일 관객 수 21만269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악녀>는 오는 8일 공개될 예정이다.


이 두 영화는 모든 액션이 여성 주인공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만 같은 뿐 내용, 스토리, 성격 등 모든 면에서 서로 대척점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캐릭터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 영화 '악녀'의 스틸 컷.


Where Are You From?(넌 어느 별에서 왔니?)


‘원더우먼’은 1941년 미국의 DC코믹스의 만화 캐릭터로 처음 등장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TV 시리즈로 제작됐고 한국에도 방영됐었다. 같은 DC 출신의 남성 슈퍼히어로 슈퍼맨과 배트맨이 영화로 제작돼 승승장구 할 무렵 여성인 원더우먼은 말 그대로 별 볼 일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개봉했던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마지막 장면에 잠깐 등장했고 올해 탄생 후 76년 만에 단독 영화로 선보이게 된 것.


영화 <원더우먼>에서 그녀는 인간계와 맞닿아 있는 데미스키라 왕국의 공주다. 모래로 빚어졌으며 제우스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았다. 인류애가 굉장히 강하고 원칙주의자에 이상주의자로 묘사된다. 정치적인 색깔이 없고 오로지 인간의 생명과 정의가 최우선이다.


영화 <악녀>의 캐릭터인 ‘숙희’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인간을 죽이는 킬러다. 어릴 때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오직 복수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원더우먼과 달리 인간 존재나 정의 같은 고상한 가치 따위는 꿈에도 떠올려 본 적 없을 것 같은 애처로운 인생이다. 어떻게 하면 이 지긋지긋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가 그녀의 최우선 과제다.


▲ 영화 '악녀'의 스틸 컷.


초인적으로 가공된 스팩타클 액션 vs. 인간성을 드러낸 투박하지만 강렬한 액션


신(神) 원더우먼의 무기는 진실의 올가미(밧줄), 건틀렛, 쉴드, 갓 킬러 등 마법적인 것들이며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 원더우먼 자체가 가지는 힘 또한 초인적이다. 점프, 달리기, 무술에도 능하다. 따라서 액션 스타일은 다른 히어로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모든 액션 장면에서 남성 슈퍼히어로들이 하는 것을 그대로 해낸다. 액션 장면들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은연중에 원더우먼의 여성성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여성인척 하는 것은 아니만 주변 남성들의 시선이 그녀를 여성으로 만든다. 역할을 맡은 갤 가돗의 매력이 원더우먼일 때도 그대로 드러난다.


인간인 ‘숙희’는 강렬한 맨몸 리얼 액션을 보여준다. 칼, 도끼, 총, 권총, 저격총까지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무기가 되고 언제나 일대 다수로 대결을 펼친다. 원더우먼이 피를 흘리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피가 흘러넘친다.


모든 대결이 육탄전으로 이뤄지고 몸으로 연기하는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액션이 펼쳐진다. 단도로 상대의 급소를 찔러 피를 분출시키고 기관총을 난사하고 육중한 도끼를 거침없이 휘두른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을 질주하며 그 위에서 검을 휘두른다. 달리는 버스에 매달리기도 하고 버스 안 좁은 공간에서도 고난도 액션을 펼친다.


원더우먼과 달리 여성성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숙희의 운명이 그녀에게 여성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니키타>와 <킬빌>의 두 주인공을 합쳐놓은 듯 한 느낌을 준다.


▲ 영화 '원더우먼' 스틸 컷. 전사로서의 모습과 여성으로서의 모습.


갤 가돗 vs. 김옥빈


배역을 맡은 갤 가돗(33세)은 이스라엘 출신으로 미스 유니버스 대회 참가했던 경력이 있다. <원더우먼> 이전에 <트리플9>, <크리미널>, <나잇 & 데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 등 다수의 액션 영화에 출연했었다. 미인 대회 출신답게 액션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늘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다.


<원더우먼> 촬영을 준비하면서 9개월 동안 트레이닝을 받았고 일주일 중 6일이나 훈련하는 열정으로 남자 배우 못지않게 훌륭한 액션 장면을 만들어냈다.


김옥빈(30세)은 촬영 2개월 전부터 매일 같이 액션스쿨에 출석도장을 찍으며 피나는 수련을 했다. 장검, 단도부터 권총, 기관총, 저격총, 심지어 도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무기들을 자유자재로 소화해내야 했기에 무기를 손에 익히고 그에 따라 상대방과 합을 맞추는 기술까지 체득하기 위해 연습에 사활을 걸어야만 했다.


총 70회차 촬영 중 61회차의 촬영동안 90%에 육박하는 액션 신을 대부분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실제로 합기도,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한 그녀는 “죽을 만큼 힘들게 찍었다”면서도 “여성 액션물의 시초라는 생각에 내가 잘해내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한국영화를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도 여성으로서 매우 힘든 촬영이었을 텐데도 자신의 연기에 만족해하고 보람을 느끼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두 영화는 기존의 정형화 된 것을 깨부순다는 면에서 액션 이외에 통쾌함을 주는 영화다. 일종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두 여성 배우들의 열정을 느껴보는 것도 영화 감상의 또 다른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