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일러스트' 구윤희 작가, '초크아트' 박정란 작가
강남역 11번 출구 옆에 또 하나의 건물로 이어지는 통로를 따라 올라가면 지하 1층에 소극장으로 사용됐던 공간을 새롭게 리모델링한 ‘엔게디포도원’이 나온다.
처음 소극장을 운영한 배우 윤범호 씨로부터 취재 요청을 받았을때만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서 두 작가를 만났을 때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 같았다.
두 작가 모두 생활 속에서 자신의 꿈을 구체화시키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 주목받을만 하다. 두 주인공의 이름은 핸드폰 일러스트 구윤희 작가와 초크아트 박정란 작가다.
구 작가는 20년 동안 만화작가로 활동해 온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것이 바로 핸드폰일러스트이다. 어떻게 핸드폰 일러스트 작가가 되었을까? 직접 들어보았다.
“아들이 핸드폰에 몰입하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놔두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들또래의 아이들이 핸드폰과 가까이하면 할수록 평면적 사고에 젖는게 걱정되었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동적인 것 즉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작업을 찾게 되었습니다.”
구윤희 작가는 아들이 핸드폰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한 작업이 지금의 핸드폰일러스트라면서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아들도 핸드폰으로 할 수 있는 창작 작업에 관심이 큽니다. 엄마가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차츰 게임에서 자신만의 재능을 찾게 된 것 같아요.”
구 작가는 “자신의 핸드폰 속에는 수많은 작품들이 들어 있다”며 “프린트 된 작품들이 전시된 벽을 가리켰다.
작가의 손가락을 따라간 벽에는 만화나 웹툰 같은 일러스트 작품들이 여러 장 전시되어 있었다. 대부분 성경에서 소재를 찾아 그린 것으로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적 메시지가 강해 보였다.
“작품이 모두 선교를 위해 그리신 것 같아요. 혹시 전도용으로 만드신 것인가요?” 돌리지 않고 보이는대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네, 맞아요. 박 작가와 함께 교회활동 중 본격적으로 성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그려보자고 했어요.”
구 작가는 성경이 어렵고 딱딱해서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데 그림으로 표현하면 쉽게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한다.
옆에 있던는 박정란 작가도 “초크아트 역시 선교활동이 목적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의 말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거든다.
박 작가에게 초크아트는 어떻게 시작했냐고 물었다.
“저는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어요. 도자공예를 하다가 초크아트를 접하고 결혼 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1년 수강하면서 선생님의 인정을 받았고 지금은 이렇게 작품을 판매도 하게 됐습니다.”
박 작가는 새로 오픈하는 카페나 옷집 등 인테리어가 중요한 점포에 초크아트를 기획부터 작업까지 해주며 수입도 올린다고 한다.
박 작가와 구 작가 모두 교회에서 만난 인연으로 지금은 이곳 ‘엔게디포도원’을 통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
“인터켓 카페도 만들었고 주위에 추천도 받고해서 지금은 회원수가 15명 정도 됩니다. 모두 각자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면서 완성된 작품은 판매도 합니다.”
구 작가의 핸드폰일러스트는 작품마다 수시간에서 1년이 넘게 걸리는 완성도 높은 작품들까지 다양하다. 박 작가의 초크아트 역시 품이 많이 들어간다.
그밖에 이곳에 가입된 작가들은 미술 심리치료작가, 코르크작가, 비누작가, 원예, 가죽공예. 캘리그라피, 연극, 플로리스트 등이다.
구 작가는 기독교에 관심있거나 현재 신자라면 누구나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으며 이곳에서 작품판매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꼭 교회를 안다녀도 괜찮아요. 자신의 재능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분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다만 기독교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공간이란 점에서 가능하면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오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구윤희 작가와 박정란 작가는 “앞으로 자신들의 작품을 영상으로 제작해서 유튜브에 올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두 작가의 밝은 모습을 보며 생활 속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노력이 주위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