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적 공포를 갖는 원작들 마블·DC와 차원 달라 딜레마 될 수도...

▲ 영화 '미이라' 포스터.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늑대인간 등 기괴하고 두려운 존재인 몬스터 영화들을 제작해온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영화 <미이라>로 ‘다크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시네마틱 유니버스(Cinematic Universe)의 시작을 알렸다.


시네마틱 유니버스란 마블 스튜디오의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등 히어로들이 공통적인 가치를 공유하며 특정한 악과 전투를 벌이는 영화적 세계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외에도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등장하는 DC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있다.


영화 <미이라>는 다크 유니버스의 첫 번째 작품으로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미이라 아마네트(소피아 부텔라)가 깨어나고 그녀의 선택을 받은 닉(톰 크루즈)이 절대 악과 사투를 벌이는 액션 블록버스터다.


‘다크 유니버스’ 시리즈는 ‘리부트’ 시리즈?


이 영화는 마블과 DC와 확실히 다르다. DC는 비교적 어둡고 암울한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주로 인간들이 행하는 악과 이로부터 지구를 구하려는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이 히어로들의 존재는 인간, 사이보그, 외계인, 신 등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자신이 지구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에 빠진다.


마블은 좀 더 가볍고 경쾌하다. 주로 인간이 기계의 힘을 빌리거나 유전자 조작에 의한 돌연변이로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된다. 이들은 자기 자신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구를 지킨다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이런 캐릭터들이 모이다보니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공통의 가치, 즉 정의를 위해 의기투합한다.


이번 다크 유니버스의 콘셉트는 어둠에 속한 악의 기운이 세계를 지배하고 인류를 위기에서 구하는 것으로 읽힌다. 첫 작품인 <미이라>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 영화 속 한 장면. 미이라 아마네트가 엄청난 힘으로 모래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절대 악인 아마네트가 부활하고 세계의 모든 악을 소환하려는 시도를 감행한다. 이를 막으려는 닉은 아이러니하게도 악으로부터 선택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인류를 지키는 신적 존재로 거듭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방식으로 다크 유니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있을 모든 캐릭터를 리부트 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고전 작품을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세대에 적합하도록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다크 유니버스 창조의 핵심인 것이다.


영화 <미이라>의 히어로는 특이하게도 미라가 아니라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 닉이다. 마블이나 DC의 히어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도 보이는데, 이를 차치하고라도 차기작으로 예정돼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제)과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 어떤 식으로 리부트 될 것인가는 가장 큰 관심거리다.


▲ 영화 속 한 장면. 고대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였던 아마네트의 모습.


인간의 근원적 공포를 다루는데 차별화가 관건


다크 유니버스는 말 그대로 어둠의 세계다. 암흑에 갇힌 동굴에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듯이 선과 악은 절대적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분위기는 원작들의 영향이 클 터. 악령이 늘 몰고 다니는 쥐떼와 까마귀 그리고 징그러운 곤충의 습격은 공포영화의 핵심이다. 게다가 비인간화 된 악마의 노예들이 마치 좀비처럼 인간을 엄습한다.


여기서 <미이라>의 한 장면. 고고학자 제니(애나벨 월리스)와 닉이 동굴에 갇힌 상황에서 아마네트가 스윽 나타나 닉이 보는 앞에서 제니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장면은 여느 공포영화보다 더 오싹한 공포를 선사한다.


닉과 제니는 위험천만한 모험에서 서로 애정을 갖게 된 관계다.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아마네트는 자신이 선택한 자, 닉을 갖기 위해 제니를 제거해야한다.


이 영화는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를 아마네트라는 팜므파탈인 여성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아마네트의 과거를 묘사하는 영화의 카메라는 매우 남성적으로 느껴진다. 여성의 마음을 가두는 남성의 시선은 할리우드 영화의 고전적인 방식들 중 하나다. 블록버스터에서도 매력적인 여성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를 관객들이 즐기기 때문이다.


▲ 영화 속 한 장면. 닉이 아마네트가 갇혀 있는 관을 처음 마주하는 모습. 어둠과 빛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동굴 장면이 인상적.


영화 <미이라>는 이러한 관습도 쉽게 차용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에서 중요한 플롯으로 작용할 것을 가능해 볼 수 있게 한다. 아마네트는 어떻게 보면 그리스신화에 등장한 사이렌을 차용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영화 등장하는 헨리 지킬 박사(러셀 크로우)도 그의 이름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이중성 속에서 갈등하는 주체다. 닉이 신적인 존재가 되지만 여전히 인간이라는 점도 그렇고 모두 분열하는 주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대표적 몬스터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영국 여류 소설가 메리 셀리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인간의 과학실험에 의해 창조된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을 대하는 인간의 공포를 담고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도 이런 맥락에 놓여 있는 작품.


다크 유니버스는 이렇듯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과거의 고대 이집트나 중세의 유럽 그리고 19세기 초반에서 공포의 근원을 가져온다.


문제는 이 근원적인 공포를 DC와 마블과 같은 흥행시리즈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선행한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해야 할 것이다. 일단 <미이라>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이라> 시리즈는 가장 현대적이면서 덜 고전적인 원작이기 때문에 가능하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과연 프랑캔슈타인은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된다. 다크 유니버스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두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따라가기 보다는 독창적이 또 다른 세계관을 창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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