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역전·미 보유자산 축소 가능성에 대한 부담감 작용

[투데이코리아=차지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 12일 오전 한은 본관에서 이주열 총재가 창립 제67주년 기념사를 말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창립 제67주년 기념사’가 열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이하 이 총재)는 이날 기념사에서 취임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2014년 4월 취임한 이 총재는 취임 4개월 만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로 저성장 소비위축이라는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후 한국 경제는 소비위축, 가계 부채 증가 등의 난제 속에 갈수록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 총재 재임 기간 내 무려 다섯 번의 금리 인하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작년 6월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결정한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인 1.25%까지 떨어졌으며, 지난 1년간 금통위는 줄곧 기준 금리를 동결해왔다.

그러나 이날 기념사에서 이 총재는 “앞으로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처음으로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같은 요인으로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미 기준 금리 역전에 대한 부담감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글로벌 경기 회복의 영향으로 IT 업계를 중심으로 한국 기업이 수출 호조를 보이는 등, 경제가 되살아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지난 4월 한국은행은 국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0.9%에서 0.2% 상향 조정되어 1.1%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5년 3분기 1.3%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유지해왔으며 올해 1분기 처음으로 1%대에 재진입한 것이다. 향후 뚜렷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오는 13~14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기준금리가 0.75%~1.00%로 인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올해 말까지 3번에 걸쳐 점진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를 미루어 볼 때, 한 미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기정사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열린 BOK 컨퍼런스에서 존 윌리암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은 2018년까지 점진적으로 진행돼 내년에는 1.5%~2%까지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양국 간의 금리 차이가 벌어질수록, 한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에서는 외국계 자본 유출과 같은 악재를 겪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계속해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는 부담이 될 것이다.

다만 한국의 경기 회복이 주로 기업에 기인해서 이루어진다는 점과, 민간 소비위축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 가계 부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 인상이 당장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가계 부채 안정 등 금융 안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고 말하며 “정부.감독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국은행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 주요 경제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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