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쉬 걸 / 밀크

[투데이코리아=차지연 기자] 서울 광장에서 오는 15일~16일 양일간 개최되는 ‘2017 퀴어 문화 축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성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퀴어(Queer)’란 성 소수자를 포괄하는 단어로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LGBT)를 모두 일컬어 사용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퀴어 문화 축제’는 성 소수자 권리를 존중하자는 취지하에 생겨난 축제로, 퍼레이드•퀴어영화제•전시회•강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매년 축제에는 성 소수자 당사자뿐만 아니라 인권 단체 및 관련 사업자,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와 같은 진보적 기독교 단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축제를 앞두고 ‘성 소수자’ 인권을 다룬 영화 두 편을 추천한다.


<’에이나르’에서 ‘릴리’로... 최초의 트랜스젠더 이야기 ‘대니쉬 걸’>
▲ 사진제공=UPI 코리아

1926년 덴파크 코펜하겐, 풍경화 화가로서 명성을 떨치던 ‘에이나르 베게너’와 무명 초상화 화가인 그의 아내 ‘게르다’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아름다운 부부이자,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완벽한 파트너이다. 그러던 어느 날 ‘게르다’는 발레복 모델이 자리를 비우게 되자 장난삼아 남편에게 대역을 부탁하게 되고 ‘에이나르’는 발레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서는 순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며칠 후, ‘게르다’는 또 한 번 남편을 ‘릴리’라는 여성으로 변장시켜 파티에 동반하는 모험에 도전하게 되고, ‘에이나르’는 그곳에서 몰랐던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깨닫고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영화 ‘대니쉬걸’은 발매와 동시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동명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세계 최초로 트렌스젠더 수술을 받은 ‘릴리 엘베(원래 ‘에이나르 베게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깨닫고 위험한 수술을 감수하더라도 여성으로서 삶을 살고자 하는 ‘릴리’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관객들에게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그들을 약간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레미제라블’, ‘킹스 스피치’로 유명한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아 빼어난 색감과 완벽한 영상미를 훌륭하게 표현해냈으며, 배우 에디 레드메인이 ‘릴리’와 ‘에이나르’ 1인 2역을 맡았으며,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그의 부인 ‘게르다’ 역할을 소화해냈다.

“신은 나를 여자로 만들었으며, 의사는 가면이라는 나의 병을 치료해줬을 뿐이다”

고통은 물론이고 사망할 가능성까지 있는 위험한 수술을 기어코 감행하기로 결심한 ‘릴리(에이나르)’가 수술 부작용으로 죽기 직전 아내에게 한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종교계를 비롯한 각종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 문제는 여전히 매년 찬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안이다. 영화는 ‘릴리’의 이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동성애 문제는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문제도, 선택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닌 태어날 때부터 가진 정체성”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

두 배우의 설득력 있는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는데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릴리’로 변했을 때의 에디 레드메인은 관객들로 하여금 ‘남자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으며 ‘릴리’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미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에디 레드메인’은 이번 영화에서 복잡하고 아름다운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연기파 배우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됐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역시 남편의 선택을 이해하면서도 슬픔에 짓이기는 감정을 훌륭하게 소화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하고 있다.

영화 ‘대니쉬 걸’은 작품성과 연출 연기 3박자뿐만 아니라 재미까지 갖춘 작품으로, 성 소수자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관련 주제의 영화를 접해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대니쉬 걸’을 적극 추천한다.


<미국 최초의 동성애자 시의원 ‘밀크’>

▲사진제공=스폰지 영화사


1970년 미국 뉴욕. 40세를 맞이한 증권맨 ‘하비 밀크’는 남들의 이목 때문에 솔직하지 못했던 인생을 되돌아보며 애인인 스콧과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하기로 결심한다. 그곳에서 작은 카메라 가게를 차린 밀크는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과 폭력으로 점철된 사회 분위기에 회의를 느끼며, 성 소수자 인권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 후 그는 인종, 나이, 성에 상관없이 모두가 법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시 의원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3번의 실패 끝에 결국 샌프란시스코 시 의원에 당선된 하비는 정치인으로서 많은 것을 변화시키게 되는데……

지난 2008년 개봉한 영화 밀크는 미국 최초로 동성애자로서 시의원에 당선된 ‘하비 밀크’의 실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그가 죽기 전 마지막 8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 당연시되던 시대에, 이에 맞서 싸우던 한 남자의 끊임 없는 투쟁을 통해 깊은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영화 ‘굿윌헌팅’을 연출한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명 배우 숀 펜이 주인공 ‘하비 밀크’ 역할을 맡아 여전히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그 해 영화 ‘밀크’로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얻었다.

영화 ‘밀크’는 한 남자의 실화를 사실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상업적 효과를 위한 의도적인 과장, 반전 등의 장치는 없애고, 시종일관 잔잔한 흐름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주인공 하비가 처음 선거 사무실을 개설해 동료들을 모으는 것에서 시작해 점점 지지율을 높여가고 결국 시장에 당선돼 많은 것을 이룩하기까지의 과정만으로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사회적 변화와 진보는 언제나 누군가의 시작이 있었기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흑인 인권 운동을 진작시키는 데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링컨 대통령이 있었다면, 동성애 인권 개선의 시발점에는 ‘하비 밀크’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성 소수자’ 인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 ‘밀크’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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