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법규 공백, 가상화폐 거래소 누구나 설립 가능

[투데이코리아=차지연 기자] 최근 비트코인이 주요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관련 규제방안이 만들어지지 않아 큰 논란이 되고 있다.

▲ 최근 비트코인을 이용한 범죄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법제화된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시작한 랜섬웨어 범죄가 세계를 넘어 한국에까지 침투해 몇몇 기업이 피해를 입은 사태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관련 기관은 개개인의 컴퓨터 보안 수단을 강화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해 큰 논란이 된 바 있다.

몸값(ransom)과 제품(ware)의 합성어를 뜻하는 ‘랜섬웨어 범죄’란 범죄자들이 사용자의 컴퓨터를 해킹해 문서를 암호화한 후, 가상화폐(비트코인)를 요구하는 방식의 범죄를 말한다. 쉽게 말해 물건을 마음대로 고장 낸 후 수리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질적인 범죄 방식인 것이다.

실제 국내의 한 웹호스팅업체 ‘인터넷나나야’는 며칠 전 램섬웨어에 감염돼 3천 400여 개에 달하는 홈페이지 피해를 입은 후, 지난 14일 해커와 협상을 거쳐 397비트코인(한화 약 12억)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러한 가상화폐 관련 범죄는 ‘랜섬웨어’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 갈수록 늘고 있지만, 대응방안 없어 피해자는 속수무책

최근 범죄자들이 과거 납치, 사기, 마약, 매춘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후 현금을 요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범죄 후 가상화폐를 요구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들은 가상화폐 거래 시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을 악용해 가상화폐를 자신들의 범죄 수단 창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는 가상화폐 관련 대응방안이 만들어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법정 통화에 속해있지 않는 비트코인은 자금세탁방지법상 금융거래 정보의 대상이 아니다. 범죄자들이 비트코인 매매 과정에서 여러 번의 자금 세탁을 거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상화폐 관련 금융 범죄 건수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작년 말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만들어 이른바 ‘가상화폐 투명화 관련 방안’을 오는 6월 중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본지가 관련 기관에 전화하여 문의한 결과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간단한 절차로 누구나 비트코인 거래소 설립 가능, 제재 수단 전무

가상화폐 거래소 설립 시 아무런 규제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빗썸’ 관계자는 “비트코인 거래소 허가 시 아직까지 법제화된 요건은 없다”고 말하며 “일반 통신판매사업 등록 절차와 동일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통신판매사업 등록 절차는 관할 세무소에서 신분증과 임대차계약서(해당자)를 제출하고 발급받은 ‘사업자등록증’, ‘사업자 통장’, 일부 은행에서 발급 가능한 ‘구매안전서비스 이용 확인증’만 있으면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위의 3가지 증명서도 까다로운 조건 없이 발급 가능하다.

지난 4월 22일 비트코인 거래소 ‘야피존’ 사이트가 해킹당해 고객들의 비트코인이 도난당한 일이 발생했었다. 피해 규모가 ‘야피존’ 전체 비트코인 보유 금액의 37%에 이르는 3831Btc(약 55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야피존’은 피해 금액에 대한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해, 모든 고객들의 자산을 피해규모인 37.08% 낮추겠다는 최악의 대응 방안을 공지한 바 있다.

비트코인의 모든 거래가 익명으로 진행되는 시스템을 고려했을 때, 해킹으로 고객 소유의 비트코인이 도난당해도 범죄자를 찾는 방법은 거의 불가능하다. ‘야피존’ 해킹 피해와 같은 사태가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도 언제 발생할 지 모른다.

최근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A씨(서울.36세)는 “가상화폐 거래소 허가 조건이 이렇게 간단한지 몰랐다”고 말하며 “법제화된 규제 없이 누구나 가상화폐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면 해킹 위험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현재 국내에는 비트 코인 거래 규제 방안부터 가상화폐 거래소 허가 조건에 이르기까지 가상화폐 관련 아무런 대응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범죄자들의 요구 조건에 응해줄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범죄자들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관련 기관의 조속한 대응 방안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