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에 접속하다’, ‘무서운 여자들:괴물 혹은 악녀’ 특별전 눈길

▲ 15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진행된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참석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오는 7월 13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부천과 서울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프로그램 소개와 함께 상영작 라인업을 발표했다.


15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정지영 조직위원장, 최용배 집행위원장, 김종원 부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김영덕, 김봉석, 모은영 프로그래머와 남종석, 문석 산업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이번 영화제의 특징과 방향 그리고 한층 강화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개·폐막작을 포함한 상영작 라인업을 공개했다.


▲ 자신의 두 번째 영화제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는 정지영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


작년에 취임해 올해 두 번째 영화제를 맞는 정지영 조직위원장은 “2016년 영화제에 대한 호평과 쓴소리를 모두 새겨듣고 반영해 한층 더 향상된 프로그래밍을 선보이려고 한다”며 “올해는 좀 더 폭넓고 다채로운 영화들을 선보이고자 프로그래머들과 스태프들이 더욱 많은 노력을 했으니 응원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마련한 영화제의 기조를 이어가고자 한다”면서 “올해는 ’영화로 기억되는 영화제’를 위해 프로그래머 진용을 강화하고 판타스틱 장르의 외연을 확장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한국영화의 편수를 대폭 늘리고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도전적인 한국영화들을 발굴하는데 역량을 집중시켰다”고 전했다.


올해 BIFAN은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한국영화 전담 프로그래머 체제를 처음 도입했다. 한국영화 섹션을 경쟁과 초청부문으로 나눠 국내외 영화의 균형과 다양성의 조화에 초점을 맞췄다. 총 58개국 289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 정지영 조직위원자을 비롯한 영화제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개막작은 신하균, 도경수 주연의 <7호실>이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약자들이 각자도생하며 고군분투하는 스릴러와 액션을 가미한 블랙코미디다. 신하균이 쇠락해가는 상권에서 DVD방을 운영 중인 두식을, 도경수가 파리만 날리는 두식의 DVD방 아르바이트생 태정을 연기한다.


청년세대의 고용불안을 다룬 장편 데뷔작 <10분>(2013)을 연출해 그해 부산영화제 뉴커런츠부문 관객상 수상, 2014년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 초청, 타이페이영화제 신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용승 감독의 작품이다.


▲ 영화 '7호실'의 한 장면. 사진=명필름 제공.


페막작은 10여 년간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라치 히데아키의 개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실사영화 <은혼>이다. 막부와 신선조, 유신지사들이 활약하던 시대에 난데없이 외계인이 등장해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평행우주에 관한 이야기다. 사무라이 활극, SF, 만담 등등 여러 가지 장르가 혼합된 굉장히 독창적인 상업 영화로 오구리 슌, 스다 마사키, 하시모토 칸나가 출연한다.


<변태가면> 1편과 2편으로 2013년과 2016년에 BIFAN에 초청된 후쿠다 유치치 감독의 블록버스터 신작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특별전 섹션이다. 총 4개의 특별전이 열리는데 그 중 2개가 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영화 속 여성에 대한 ‘재발견’이 이뤄질 수 있는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배우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 작품 총 17편을 상영하는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가 눈에 띈다. 1997년 <접속>부터 20년 동안 총 17편에 주연으로 등장해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적 없는 배우 전도연이다. 20주년을 맞은 배우 전도연의 발자취를 따라 가면서 그와 함께 발전해 왔던 한국영화의 지난 20년을 반추해보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특별전 '전도연에 접속하다' 포스터.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특히 여배우의 경우에는 주연을 계속해서 맡은 경우가 전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보다 활발한 배우에 대한 평가와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무서운 여자들 : 괴물 혹은 악녀’ 특별전이다. 이 특별전에서는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진 여성을 다룬 영화들 중에서도 2차적인 공포의 대상이나 거세된 남성으로 치환된 괴물이 아니라 월경이나 여성의 재생산성, 자궁에 대한 공포, 어머니로서의 지위가 가지는 공포 등 여성성 자체가 공포의 주요한 본질인 영화들을 모았다.


이처럼 여성에 관한 특별전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개봉한 국내외 영화들 중 여성이 원톱으로 등장하는 액션영화들이 예전보다 많이 눈에 띄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보수적인 할리우드에서 날아온 <원더우먼>, 한국 최초 여성 원톱 액션 영화 <악녀> 그리고 아직 개봉은 안했지만 산골 소녀 미자가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탄생된 암컷 슈퍼 돼지 ‘옥자’를 구하기 위해 떠나는 험난한 여정을 다룬 액션 로맨스 영화 <옥자> 등은 그 자체로 여성이 주인공이고 주체적인 개인으로 묘사된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여성 캐릭터가 역대급인 공포영화 9편을 선정했다”며 “특히 시대를 앞서갔던 김기영 감독의 모든 영화 속에서 여성의 지위는 공포와 반문명적인 힘을 지닌 존재로 그려진다. 그중 <이어도>를 오랜만에 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페미니즘 시각에서 장르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영화 '악녀'의 한 장면. 사진=NEW 제공.


다른 섹션에 속해 있지만 이런 주제와 맥락을 같이 하는 영화들도 곳곳에 포진돼 있다. 전도연 주연,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월드 판타스틱 레드의 <프리벤지>, 고 김영애 선생의 <깊은 밤 갑자기>, 김옥빈의 온몸을 던진 액션 연기가 돋보이는 <악녀> 등이 있다. 또한 최근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옥자>도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영화다. 부대행사로 ‘여성 괴물과 여성 히어로’에 대한 흥미로운 강좌도 열린 예정이다.


▲ 영화 '옥자'의 한 장면. 사진=냇플릭스 제공.


이날 기자회견장에도 <옥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최용배 집행위원장은 “현재 영화 산업과 관련한 프로그램(B.I.G ; Bifan Industry Gathering)으로 오랫동안 냇플릭스 특별전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여건상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최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에서도 VR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며 냇플릭스 영화처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OTT(Over The Top) 플랫폼에 대한 강연도 마련돼 있다. 새로운 영화 관람 문화의 등장은 ‘<옥자> 논란’처럼 영화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담론화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옥자> 상영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영화 산업과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예상되고 있는 영화 정책의 변화에 대해 토론하는 ‘한국영화 정책 포럼’(코리아 나우 섹션)이 열린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또한 배우 차인표와 남궁민의 감독 데뷔작들도 상영돼 관객들의 눈길을 끌만하다. 두 편 모두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섹션에 포진돼 있다. 남궁민 감독의 <라이트 마이 파이어>는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범죄 수사 스릴러다. 차인표 감독의 <50>은 기러기 아빠인 중년의 가장이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어느새 밀려나면서 겪는 조금은 지질하고도 쓸쓸한 일상을 그린 자전적인 이야기다.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7월 13일 부천시창 잔디광장에서 개막식을 갖고 23일까지 11일간 부천시청 어울마당 등 부천 시내 주요 상영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메인 포스터. 사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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