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 분야에서 하드코어 펑크적인 D.I.Y. 열풍 확산 조짐? Are you ready?

▲ 영화 '노후대책 없다'의 주인공들인 파인더스팟과 스컴레이드의 멤버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2016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화재를 일으켰던 다큐멘터리 영화 <노후대책 없다> 시사회가 19일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 내 위치한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렸다.


이 영화는 젊은 하드코어 펑크 뮤지션들의 음악과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러므로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이 감독이자 배우이고 제작자가 되는 D.I.Y(Do It Yourself) 펑크 음악 다큐멘터리라는 독특한 장르 영화가 탄생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주인공 격이 두 밴드 파인더스팟(FIND THE SPOT)과 스컴레이드(SCUMRAID)의 전·현직 멤버들이 참석했다.


스컴레이드 베이시스트이면서 연출을 맡은 이동우 감독은 “이 영화는 처음에는 그냥 우리 친구들끼리 보면서 웃고 즐기려고 영상으로 담기 위해서 찍은 영상”이었다고 강조했다. 영화를 직접 보면 그의 말이 진심임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흔들리는 카메라, 불편한 언어들, 어색한 앵글 등으로 말미암아 그야말로 심란하다. 술마시고 놀고 노래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 영화 '노후대책 없다'의 배급은 서울독립영화제가 맡고 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왼쪽에서 첫 번째)이 이날 사회를 맡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이 도쿄에서 열리는 하드코어 펑크 음악 페스티벌에 초청돼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흩어졌던 이들의 의지가 음악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음악 내부로 깊숙이 감춰져있던 그들의 진심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인종차별, 민족감정, 폭력, 혐오, 무례함을 지양하는 펑크의 음악적 정신이 드러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과 유렵의 펑크 역사와는 다른 일본 독특한 평크 씬 문화다. 일본에서도 한때는 펑크 씬 내에서 폭력사태가 자주 발생했고 한국에 대한 비난도 굉장히 심했지만 일본 펑크 씬이 힘을 합쳐 평화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노후대책 없다>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뮤지션이자 청년이자 노동자인 이들의 일상과 예술을 곧은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같은 인디 음악 씬의 동료들(일본인을 포함해서), 가까운 친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연스레 주인공이 된다. 영화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들이 속해 있는 사회의 혼란과 만나게 된다.


'펑크=D.I.Y'라고 말하는 그들. 이들에게 펑크는 분노를 기반으로 하는 음악이다. 꽉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쌓였던 분노를 폭발시키기 위해 혹은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것을 찾아 펑크에 이르렀다. 옆에서 보기에 거칠고 투박하며 가난과 주위의 압박에 고통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삶이 현실이기도 하지만, 분노가 폭력으로 변질되지 않는 것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자유와 평화라는 정신이 펑크의 중심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D.I.Y는 이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스스로 곡을 만들고, 음반을 제작하고 유통도 직접 한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고 음악을 홍보하면서 기획도 하고 책도 낸다. 영화도 찍고 영화제에서 대상도 받는다. 이 모든 것들을 자본이나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파인더스팟 기타리스트이자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노조 집회 현장에 참가해 벌금 폭탄으로 고생하고 있는 심지훈은 “삶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재미를 느끼고 필요하면 회사 노동조합에서 투쟁도 하는 것이 D.I.Y 정신”이라고 말한다.


여성으로서 스컴레이드에서 드럼을 치며 공연을 기록으로 남기고 외국 뮤지션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을 기획할 줄 아는 이주영은 “원했던 것을 이뤄내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다들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D.I.Y라고 생각한다”며 당당한 면모를 보여줬다.


여기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줄 아는 뮤지션들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재미를 찾기 위한 그들의 행동들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면면들과 절묘하게 섞여서 보기에는 즐겁고 희망적이지만 그래도 왠지 씁쓸한 마음을 갖게 하는 영화 <노후대책 없다>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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