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태지' 감옥이 아닌 바다로 보내주세요"



[투데이코리아=최치선 기자] 오늘(20일) 서울시의 서울대공원은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돌고래 ‘태지’를 제주 퍼시픽랜드로 이송하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이날 오후 3시 30분 경에 제주로 출발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은 '태지'를 퍼시픽랜드가 아닌 동해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제주 앞바다에서 적응 중인 금동이와 대포 (서울대공원 동영상 캡처)

이날 오후에 제주로 출발한 ‘태지’는 지난 5월에 제주로 이송되어 고향인 제주바다로 돌아갈 날을 앞두고 있는 남방큰돌고래(indo pacific bottlenose dolphin) ‘금등’, ‘대포’와 달리 고향바다가 대만에서 일본으로 이어지는 태평양 연근해인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다. 현재 전국 6곳 수족관의 25마리의 큰돌고래들은 모두 서울대공원의 ‘태지’와 같이 일본 다이치에서 잡힌 같은 종의 큰돌고래들로 알려졌다.

환경련 최예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퍼시픽랜드는 1990년부터 2012년까지 23년간 ‘제돌이’를 비롯한 제주 남방큰돌고래 27마리를 불법포획해 돌고래쇼를 시켰고, 지금도 상업 쇼를 하는 민간 수족관이다. 퍼시픽랜드가 2005년에 불법포획한 남방큰돌고래 ‘비봉’이는 불법포획이 확인 되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아직도 자유를 얻지 못하고 지금도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 쇼를 하며 ‘감금’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위원장은 계속해서 "지난 2011년 ~ 2013년 제돌이 방류 운동 당시 많은 환경, 동물단체들이 ‘목욕탕’ 수준이라며 돌고래를 풀어줄 것을 요구한 최악의 수족관인데 이곳으로 돌고래 ‘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대공원에는 원래 불법포획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 그리고 일본에서 수입한 큰돌고래 ‘태지’가 같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22일 금등이와 대포가 제주 바다 방류 훈련을 위해 제주 앞바다 훈련장으로 이송되면서 태지는 혼자 남게 되었고,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행동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공원 양우정 홍보팀장은 전화통화에서 " '태지'는 현재 건강상태가 안좋아 치료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울산에 있는 돌고래수족관으로 보낼 계획이었으나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퍼시픽랜드로 보내게 됐다. 그곳에는 치료할 의사가 있고 친구들이 있기때문에 태지가 적응하기에 좋을 것이다. 또한 기증이 아닌 5개월 위탁이고 절대 돌고래쇼를 하지 않기로 조건을 달았다"고 말했다.


양 팀장은 "환경련에서 주장하는 태지를 잡힌 바다로 돌려 보내는 것은 포획이 자유로운 곳이어서 아주 위험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양 팀장은 환경련과 시민단체 등에서 주장하는 바다쉼터는 비용도 많이 들고 기간도 오래걸려서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부위원장은 "태지를 잡힌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동해바다로 방류하면 안전하다"면서 "울산수족관 등에 있는 큰돌고래들과 함께 동해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 현재의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울산 동구의 방어진 앞바다에 방류하는 방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부위원장은 '태지'를 동해로 보내는 이유와 방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 동해바다도 큰돌고래의 서식지다. 국립고래연구센터의 목시조사에서 동해를 포함한 우리나라 연근해에서의 1800여마리의 큰돌고래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둘째, 2014년 경에 울산앞바다에서 구조된 큰돌고래 ‘어진’을 고래연구소가 치료해 방류한 바 있다. 이때 위치추적기를 장착해 바다로 돌려보냈는데 며칠 만에 일본 연근해로 돌아갔다. 셋째, 가능하면 다른 큰돌고래와 같이 여러마리를 방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돌고래는 집단을 이루며 사는 사회성이 강한 야생동물로 생존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태지를 포함해 우리나라에 있는 큰돌고래는 39마리로 이들을 동해에 '바다쉼터'를 만들어서 보호하는 방법도 시도해볼만하다"고 제안했다.


최 부위원장은 또 "서울대공원이 건강상 5개월 한시적으로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위탁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퍼시픽랜드에서 항공운송비 4500만원을 주고 태지를 데려가는 것인데 과연 5개월 후에 서울대공원의 요구를 들어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즉, '태지'와 같은 돌고래의 몸값은 약 1억원이라고 한다. 따라서 퍼시픽랜드가 태지를 4500만원에 데려가서 5개월 동안 먹이고 청소하고 치료하는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돌고래쇼도 안하고 보호만 하겠냐는 것이다.


환경련은 서울시의 태지 이감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하루속히 바다로 보낼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바다에서 잡아온 태지를 바다에 돌려보내지 않고 다른 수족관으로 보내는 것은 돌고래들에게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인 다른 수족관으로 ‘이감’시키는 것이다. 서울시가 서둘러 선언하려하는 ‘돌고래 프리’ 정책의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본 타이지에서 잡아온 큰돌고래는 제주도 근해에 정착하며 살아가는 남방큰돌고래보다는 방류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고려를 포함한 과학적인 계획을 세우고 태지를 다시 바다에 방류해야 할 책임은 박원순 시장에게 있다.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잔인한 포획으로 악명높은 타이지에서 돌고래를 구입한 과오에 대한 대가인 것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련은 또 "서울시는 태지를 퍼시픽랜드에 얼마나 오래 둘 것인지, 위탁 기간 이후에는 어떻게 할 계획인지에 대한 대책도 없다. 무작정 감옥이나 다름없는 ‘목욕탕 같은’ 수족관에 머물고 있는 한 서울시의 ‘돌고래 프리’ 선언은 돌고래에게 아무 의미 없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최 부위원장은 " '태지'에게 감옥과 같은 이감이 아닌 동해바다로 돌아갈 수 있는 자유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면서 "박시장이 문재인정부의 해양수산부와 머리를 맞대 다시 박수받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후에 서울대공원을 출발한 '태지'는 제주 공항에 도착해 퍼시픽랜드로 이송되기까지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소요될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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