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비극적 역사라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 ‘희망’ 생길 것”

▲ 20일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또 하나의 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가 20일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CGV압구정에서 열렸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장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등이 참석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이 독일인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간 광주에서 진실을 마주하면서 겪는 심리적 경험을 따라가는 영화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 송강호-유해진 조합


▲ 송강호와 유해진의 케미가 기대되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제작보고회에서 유해진의 말을 송강호가 경청하고 있디.


처음에 배역 제안을 거절했다는 송강호는 “가장 최근의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이 컸다. <변호인>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광주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고 제가 느꼈던 뜨거운 마음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 송강호는 많은 배우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선배로 꼽힌다. 광주의 택시운전사로서 만섭과 피터를 도와주는 인심 좋은 황태술 역할을 맡은 유해진도 후배들에게 그런 배우이지만 의외로 이 두 배우가 함께 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덴디한 느낌으로 등장한 배우 유해진.


피터의 통역을 돕는 광주의 대학생 구재식 역을 맡은 류준열은 “젊은 배우들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두 선배님과 동시에 일할 수 있어서 촬영 내내 감동의 연속 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유해진에 관해서는 “수수한 외모처럼 평소에는 친절한 형님이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느껴져 놀랐다”고 말했다.


장훈 감독은 “송강호 선배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만섭 역할로 바로 떠올랐다. 피터 역의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을 캐스팅 할 때도 그가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승낙해 줘 놀랐고 신선한 배우 조합도 잘 이뤄져 만족하고 있다”며 캐스팅 에피소드를 전했다.


▲ 1980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젊은 배우 류준열.


삽입곡으로 조용필의 ‘단발머리’가 쓰일 수 있게 된 것도 또 하나의 행운이었다는 후문이다. 장 감독은 “많은 감독들이 ‘단발머리’를 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 곡은 송강호 선배가 출연한다는 말 때문에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곧 이어 송강호는 “아니다. 시나리오가 좋아서 허락해주신 것”이라고 말하며 쑥스러워 했다.


▲ 깔끔한 수트가 잘 어울리는 송강호.


서울 소시민이 겪은 광주에 대한 경험은 어떤 것이었을까


▲ 영화 '택시운전사'의 메인 색깔은 택시 색깔과 같은 밝은 연두색이다. 포토월 앞에 앉은 배우와 감독들 모습도 덩달아 밝아보인다.


이 영화는 실제로 광주의 참상을 전했던 위르겐 힌츠페터(피터)에 관한 신문 기사부터 시작됐다. 피터가 2003년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하고 난 후 가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에서 광주까지 태워준 김사복 씨와 광주의 젊은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바 있다.


장훈 감독은 “김사복 씨는 아직 익명의 존재로 남아 있다. 그는 보편적인 소시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외부인으로서 광주를 접했을 때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라는 의문이 이 영화의 중심이 됐다. <택시운전사>는 인물의 심리적 경험을 따라가는 영화”라고 밝혔다.


▲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장훈 감독.


하지만 영화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송강호와 유해진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에는 늘 웃음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로 미뤄 짐작할 수도 있지만, 특히 영화 메인포스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송강호의 모습은 이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잘 설명해준다.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네티즌의 반응도 이끌어냈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송강호는 “최근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들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도한 것은 아니다”라며 “영화는 기존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역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포스터에서 웃고 있는 모습은 이 영화가 지향하는 ‘희망’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한다”고 전했다.


▲ 밝은 표정으로 화이팅을 외치는 배우들과 감독.



이밖에도 제작보고회에서는 제2의 주인공인 그 당시 택시 ‘브리샤’와 ‘포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브리샤는 만섭의 일터이자 생활공간이다. 그리고 피터와 만섭의 메인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관객들은 택시의 여정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영화의 시각적인 스타일을 결정하기도 한다.


각각 브리샤와 포니를 직접 운전해야 했던 송강호와 유해진은 제2의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유해진은 “딱 내 취향이라서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 시절 광주의 실상을 거짓 보도로만 믿고 있었던 평범한 서울 소시민이 뜻밖에 마주한 광주의 진실을 접했을 때 느꼈을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 <택시운전사>는 오는 8월 개봉한다.


▲ 블랙의 캐주얼한 정장을 차려 입은 류준열이 포토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평소엔 수수하지만 연기할 때 만큼은 카리스마 있는 배우 유해진.

▲ 포스터의 미소를 그대로 지어 보이고 있는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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