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본지는 류석호 강원대학교 객원교수의 시대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글 한 편을 게재한다. 이른바 ‘나홀로족’, ‘욜로’,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등 신조어가 경제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되는 가운데 ’1인 가구‘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이는 글이다. 류석호 교수는 조선일보 대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교 외래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그의 글 전문이다.

모 지상파 방송의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은 무려 4년이 넘게 전파를 타고 있다. 2013년 3월22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결혼 적령기를 넘긴 스타들이나, 기러기 아빠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리얼다큐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16일 방송된 209회분이 6.8%의 시청률을 보일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모 유선방송에서 지난해 9~10월 두 달간 방영된 ‘혼술남녀’도 서로 다른 이유로 혼자 술을 즐기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알코올 충전 혼술 라이프 이야기를 담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혼자 마시는 술의 ‘혼술’, 혼자 먹는 밥의 ‘혼밥’, 혼자 하는 여행의 ‘혼여’, 혼자 보는 영화의 ‘혼영’ ….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지금 ‘혼자 ○○하는 사람’ 이른바 ‘혼족’ 또는 ‘나홀로족’ 전성시대다. 다른 말로 ‘1인 소비’ 추세가 갈수록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다. 혼자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노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 경제를 관통하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런 혼자 사는 1인 가구 ‘혼족’을 겨냥한 건강 밥상요리를 비롯, 신용카드, 테마주(株), 공연 및 여행상품, 인테리어 및 집짓기 등 다종다양한 상품과 정보가 온-오프라인에서 넘쳐나고 있다. 1인용 좌석이 마련된 식당, 1인 노래방, 1인 미용실 등 이른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전성시대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욜로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인생은 한 번뿐’이란 뜻의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YOLO)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을 가리킨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며 행복을 미루기보다 현재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최근 한 모바일 정보서비스업체가 20~30대 고객 1,3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인식관련 설문조사’에서 결혼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86.9%에 이른 것에서도 요사이 젊은 층의 라이프 스타일을 읽을 수 있다.

2015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1인 가구는 전체의 27.2%인 520만 3000가구로 집계됐다. 5년 전의 421만 8000가구 보다 약 100만 가구가 늘었고, 1990년의 102만 1000가구, 전체의 9%와 비교하면 5배로 증가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게 아니다. 중국의 경우, 1인 가구의 비율이 1990년 6%에서 2013년 14.6%로 상승했다는 중국 민정부(民政部) 통계가 있다. ‘솔로족’이 전국적으로 2억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은 2035년 인구 절반이 솔로인 ‘초 솔로사회’가 된다고 한다. 최근 일본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계에 따르면, 15세 이상 독신자는 4800만명으로, 일본 전체 인구 1억 2000만명의 4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구 두 명 중 한 명꼴로 솔로라는 얘기다.

대한민국도 비슷한 궤도를 밟을 거란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혼족’ 전성시대를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일자리 문제, 전세금 상승과 같은 경제난과 결혼관을 비롯한 가치관의 변화 등에 따른 만혼, 비혼, 이혼 증가와 고령화 등으로, 이 영향 때문에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1인 가구’ 증가가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데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결혼 기피와 늦은 결혼은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인구절벽’을 초래한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 1.17명으로, 56년 전인 1960년의 6.0명에 비해 무려 4.83명이 줄었다. 낮은 출산율은 필연적으로 인구의 고령화와 더불어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시장의 침체, 생산성 저하로 직결됨으로써 나라의 미래를 좀먹게 된다.

육아 부담 등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 등 세 가지를 포기하는 이른바 ‘삼포세대’라는 용어가 유행한지도 오래다. 이 젊은 층이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독거노인이 되기 때문에 정부는 청년층에 대한 보다 과감한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최근 통계를 보면, 1인 가구의 빈곤율이 다인 가구 빈곤율의 4배나 되어 1인 가구가 소득, 주거, 건강 등에서 ‘신 취약계층’이 될 위험이 높다. 또한 ‘1인 가구’ 증가는 홀로 살다가 홀로 쓸쓸하게 맞이하는 고독사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과거 고독사는 독거노인에 집중됐지만, 최근엔 저소득층은 물론, 고소득층, 청년층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6년 무연고사망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무연고사망자는 1,232명으로 5년 전인 2011년 693명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외로움은 인간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위협적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남성 724명의 인생을 장기적으로 75년간 추적한 결과, 고립된 사람들은 가족과 같이 사는 이들보다 행복감을 덜 느낄 뿐만 아니라, 중년기의 건강이 더 빨리 악화되고, 뇌기능이 저하되며, 결과적으로 수명이 더 짧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 전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갈파했었다. 자유의지에 따른 개인 취향이든, 불가항력적인 내몰림이든 간에 솔로족의 증가는 가족 해체와 개인주의·이기주의 만연 등 건강한 사회와는 분명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체, 각급 연구기관, 종교·시민단체가 ‘1인 가구’의 심각성을 인식, 상황을 개선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일찍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한 것도 오늘의 이런 상황을 예감한 경구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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